“미 오바마 정부 관심, 한반도로 잡아당겨야” |
---|
“미 오바마 정부 관심, 한반도로 잡아당겨야”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창간 21돌기념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바빠서 그런지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미뤄놓은 듯 보이고, 북한도 이에 불만을 가진 것 같다.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 순위에서 북한 문제를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문제로 급하다. 이라크 전례에 비춰볼 때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사람들 정신이 그쪽에 빠져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화해, 그래서 서로 대등한 독립국가로 인정하라고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있다. 러시아와 그동안 엠디(MD·미사일 방어체제) 기지 문제로 거의 냉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는데 지금 풀어 가고 있다. 이슬람 쪽과 화해하려고 하고 있고. 그래서 힐러리가 지난번에 여기 왔을 때 인도네시아에도 일부러 간 거 아니냐. 멋있는 스타일 보여주고 그랬잖냐. 그런데 한국 여기는 당장에 뭐 일어나거나 그렇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그 정도면) 된다 이런 생각인 것 같고, 여기 책임자인 동북아 차관보가 인준도 못받고 있다. 그렇다고 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로서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왜 이쪽 문제를 왜 빨리 하지 않냐, 많이 진전돼 있는데 왜 빨리 하지 않냐 이런(미국을 설득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나도 지금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오바마의 관심을 딴 쪽으로 가려는 것을 잡아당기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크게 보면 결국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안하면 중국이 참지 않는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와야 하고, 미국은 북한과 국교정상화하면서 경제적인 활로를 열어주고, 그래서 베트남이나 이런 나라들이 미국과 맞서다 지금처럼 변하듯이 그렇게 북한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도 내가 김정일 위원장과 얘기해보니, 주변국가들을 상당히 경계하더라. 미국은 우리(북한)만 괴롭히지 않으면 통일 후까지도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상당히 머리가 좋고, 생각이 깊다. 나를 앞에 놓고 중국이나 러시아를 비판도 하고, 미국에 대해선 탁 내놓고 얘기하고. 거의 잘 되어가다가 클린턴 임기 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클린턴이 몇년 전에 여기 와서 그때 1년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우리가 다 했을텐데 아쉽다는 말을 하더라. 부시가 잘못해서 북한이 엔피티(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추방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하고, 그리고 마침내 핵실험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할 수 없으니까 부시가 정책을 바꿨다. 바꿔놓고 보니까 네오콘들이 자꾸 반대를 하고, 일이 잘 진척이 안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북한 핵의 검증과 역할 문제가 걸려있는데, 그런 매듭만 하나 풀면 큰 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 더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포기 하면 경수로 해주기로 했으니까 다시 시작해서 해줘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망하지 않고 살 수 있고 국제사회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줘야 한다. 굳이 핵무기와 미사일 없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줘야 한다. ‘폴란드나 스위스도 핵무기 없이 사는데, 북한이라고 핵무기 있어야 사냐. 그리고 북한에는 중국이나 러시아같은 믿음직한 우방도 있지 않냐’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선 미국과 중국이 가장 협력해서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 내가 중국 가서 얘기한 것도 많은데, 이 문제는 해결됐던 문제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고, 해결되면 양쪽이 이익이고, 해결 되지 않으면 양쪽 이 다 손해다. 그 사이에서 한국이 처신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목소리 높임)” -푸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알겠고, 대통령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러번 얘기했는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보는지? “중국 분들과 얘기해보면 자기네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고 하고 북한이 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이 하는 것보다 미국과 한국이 하는 게 더 마땅치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느 고관은 얘기하면서 ‘핵은 가지면 안 되지만, 로켓은 누구나 가지는 것 아니냐. 왜 다른 나라가 가지면 되고 북한이 가지면 안되냐. 그런 무리한 소리를 하니까 일이 안되는 것이다’는 말을 한다. 중국도 북한에 대해 짜증내기도 하고 애를 먹기도 하지만, 그러나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 중국은 북한과 미국 양쪽을 놓고 보면 미국이 지나쳤다고 보고 있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적 지원은 살 수 있게 계속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해선 절대로 안되는 것은 핵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남한도 가지려고 하고 일본도 가지려는 상태가 오니까 동북아시아가 핵의 지뢰밭이 되는 것이다. 일본이 핵 갖는 것은 중국한테는 악몽이다. 그렇게 핵이 퍼지는 것은 미국도 반대한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일치한다. 크게 보면 문제가 풀릴 전망이 있다. 그런데 가까이 보면 꽉 막혀 있다. 그래서 사물을 볼 때 망원경으로 멀리 넓게 보고, 현미경으로 가까이 깊게 봐야 한다. 둘이 연결돼야 한다. 길게 보면 해결될 문제다. 이미 해결될 소지가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 가까이 보면 개성공단의 토지 임대료 문제가 어떻고 이런 것이 잘못되면 큰 전망까지 깰 수 있다. 그래서 둘을 맞춰서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현 정부에 새로운 흐름에 잘 적응하고 콘트롤할 수 있는 대북 지도자, 전문가가 부족한 게 아닌가. 대부분의 생각은 과거 냉전시대 생각이고, 정적들이나 국민들 탄압하려는 유혹을 자꾸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대는 달라졌다. 그런 식으로는 성공 못한다.” 북한은 기대 부풀었는데, 미국이 응답 없으니 초조해하는것. 핵문제는 미·중 협력이 중요한데 그 사이서 한국이 처신 잘해야. -6자 회담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6자회담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북-미 양자대화로 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는데 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둘 다 해야 한다. 북-미가 서로 대화해서 골격을 짜고 합의해서 6자 회담으로 가져가서 지지하고 추인하고, 또 6자 회담에서 논의해 북-미에 아이디어를 주는 방법 등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런데 6자 회담이 중요하다는 것은 중국이 협력해야 일이 되니까 그렇고, 또 6자 회담에 어떤 문제가 합의돼 있냐 하면 앞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전을 위한 기구를 만들게 돼 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나는 2004년 중국 갔을 때 장쩌민 주석한테 그 안을 냈다. 그랬더니 당가선(탕자쉬안) 국무위원이 우리는 당신 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가서 그 안을 다시 얘기했는데, 아무튼 그게 마지막 보류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일본도 무리한 일 못하고, 미국이나 중국도 안심하고 동북아 사회에서 협력할 수 있다. 지금 다행인 것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아주 좋아지고 있다. 과거 부시 시대까지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한다는 미국 일방주의였는데, 지금은 최근엔 중국과 같이 해나가야야 하고 그리고 다자주의, 세계 모든 나라와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 말 들으면 선, 미국 말 듣지 않으면 악이라는 이분법도 더이상 안 통하게 됐다. 오바마가 나왔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유색인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 노예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으로 엄청난 사건이다. 나는 미국 역사에서 3대 혁명이 있다면 조지 워싱턴의 독립 전쟁, 링컨의 노예 해방,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구가 약 3억명이다. 1억6천명이 백인이고, 나머지가 유색인종이다. 지금까지는 1억6천명이 미국을 끌고 가는 주류 세력이었고 1억4천명은 소외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1억4천명이 일거에 주류가 됐다. 흑인만이 주류가 된 것이 아니라 백인들이 오바마를 지지했다. 미국은 대단한 나라다. 나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한번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본다. 1억6천명이 하던 경제를 1억4천명이 더 달려들어 3억명이 할 수 있으니, 미국 경제가 더 잘되지 않겠냐. 하지만, 미국 혼자 세계를 끌고 갈 수는 없다. 그런 것은 성공도 못한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강대국이라 하면 식민지 갖고 착취하고 억압하고 그것이 강대국의 당연한 권리고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대국이 그걸 못하잖냐. 2차대전 계기로 다 식민지 내놓고, 장사해서 좀 해먹었다고 하지만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못한다. 지금은 세계화가 됐다. 코소보에서 문제가 생기면 강대국들이 다 관심 가지지 않냐. 이제는 식민지 착취하고 나만 잘 산다는 식으로 안 된다. 전에는 강대국이 특권주의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의무라고 할까, 책임이 강대국의 문제가 됐다. 그래서 아프리카 사람들, 중남미 사람들, 아시아 사람들,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 환경 문제 이런 거 전부 돌봐줘야 한다. 돌봐주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다 잘 사는 나라로 밀고 들어오니까 안할 수도 없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강대국은 있지만 강대국이 특권을 누리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는 시대다. 그런 방향으로 미국이 선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중국에 가서도 그런 말 많이 했다. 당신네들은 천하태평이라는 말 많이 하는데, 임금의 최고의 이상이 천하태평이라고 했는데, 전에는 중국 대륙이 천하였지만 지금은 온 지구가 천하다. 당신네는 강해지고 능력있는 만큼 온 지구를 맡아서 해야 할 책임있는 천하태평이란 얘기를 했다. 오바마가 나와서 과거 적대시하던 시리아와 이란과 대화하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 풀려고 하고, 러시아와 문제도 그렇고, 인도네시아도 찾아가서 이슬람 교도와 화해하려고 힐러리 클린턴이 가고, 어떻게 보면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는 결국 해결될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제일 문제가 아프간 파키스탄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의 다른 외교정책은 찬성하는데 아프간 파키스탄 문제가 저렇게 해서 되는가, 나도 대안은 없지만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한-미간 아프간 파병 문제가 오가고 있는데? “파병 아직 얘기 오지 않았는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할 수 없고 나도 사실관계를 잘 모르겠다. 아프간에서 가능성이 있냐, 파키스탄은 어떻게 되는 거냐. 오사마 빈 라덴이 문제인데 몇년간 못잡았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안이 없지 않느냐, 매번 실패만 하고. 내가 집에 앉아서 뭘 알겠냐.(웃음)”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55085.html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