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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펴낸 송찬호 시인
Korea Republic of 플로베르 0 266 2009-06-01 01:31:16
10년 만의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펴낸 송찬호 시인
기사입력 2009-06-0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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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경희] 각시멧노랑나비는 “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가고, 지리산 간이 휴게소에선 반달곰 부부가 “솔내음차, 바위꽃차, 산각시나비팔랑임차, 뭉게구름피어오름차”를 파는 곳. 송찬호(50) 시인이 10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은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인 아기자기한 동화의 나라다. 고향 충북 보은에서 한결같이 시 쓰며 지내는 시인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1년에 5편 꼴 과작='시인의 말'에 그는 “고운 봄날/이 거친 시집을/꽃 피는 시집으로 잘못 알고/찾아오는 나비에게/오래 머물다 가진 마시라고 해야겠다”라 썼다. “오랜만에 내기도 했고, 겸연쩍고 쑥스러워” 그렇게 적었단다. 세 번째 시집 『붉은 눈, 동백』이 나온 게 2000년이다. 강산 한번 변할 세월이 흘렀다. 이번 시집에 담긴 52편이 지난 10년간 발표한 작품 전부다. 워낙 꼼꼼히 시를 바루는 터라 단 한 편도 허투루 내보이지 않았다.

채송화·칸나·찔레꽃·코스모스 등 꽃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시가 유난히 많다. 희부옇게 꽃잎 휘날리는 벚꽃놀이 풍경을 “벚꽃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는데요”('진남교 벚꽃')라 노래하고, 코스모스는 “아라비아 상인이 찾아와” 소개한 “가을 신상품”이라 표현한다. 드럼통에 핀 칸나를 “발갛게 목이 부어 있는” 거리의 가수에 빗대고, 처마 아래 놓인 채 비에 젖은 낡은 가방을 칸나의 “로드 매니저”라 부른다. 동화적 상상력이 재미있다.

“시가 잘됐다는 말보다 재미있다는 말을 듣는 게 요즘은 더 좋습니다. 새롭지 않으면 아니 쓴 만 못하니, 남들이 바라보지 않은 시각으로 꽃을 보려고 했습니다.”

◆사라져가는 것 붙들기=꽃 다음으로 빈번히 등장하는 건 고양이·염소·고래·코끼리·악어·기린 등 온갖 동물이다.

“쉬잇, 지금은 고양이 철학 시간이에요 앞발을/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모서리 구멍을 응시하고 있네요/아마 지금은 사라져버린 사냥 시대를 생각하고 있겠지요”('고양이' 부분).

인간에게 길들여졌지만 언제든 들고양이가 될 수 있는 야생의 습성을 갖고 있는 게 고양이다. 길들인다는 것은 실상 폭력적인 행위다. “하여, 우리는 저 고집 센 꽃으로부터/뿔을 뽑아내기 위해/근육을 덜어내기 위해/짐승을 쫓아내기 위해/부단히 채찍질을 하였다”('염소' 부분).

사람도 마찬가지랬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원시적 생명력을 잃어버리며 문명화·기계화되는 일이 딱 좋기만 한 것일까요.”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잡으려면 가능한 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이의 눈으로 노래한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게다. 사라져가는 것에는 꽃과 동물 말고 '시(詩)'도 포함된다. 시인은 동물원의 '기린'을 “최후의 詩(시)의 족장”이라 노래한다.

“기형적으로 진화해 온 기린은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현실에 적응하며 버팁니다. 시도 점점 쇠퇴해 간다지만, 기린처럼 현실에 적응하며 언제까지나 버티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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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로베르 2009-06-01 01:44:07
    송찬호 시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 중의 한 분으로써, 감각적인 언어로써 탁월한 이미지를 빚어내는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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