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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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종교인들은 생명을 부여해준 절대자에 대한 불경죄로 단정짓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살아봤자 더욱 더 비참해질 것이 분명할 때 자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만 허용된 조물주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신경정신과에 25년 정도 다니며 매일 하루에 두 번씩 약을 먹는다. 그중 마취제를 맥주단으로 한 컵 정도 모아두었다. 6개월 전에 말기 위암으로 위를 모조리 잘라냈다. 며칠전에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복수(復水)가 많이 고였고 임파선이 많이 부었으니 항암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나는 거절했다. 진통제로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지경이라면 나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 소주 두 병을 마시고 마취제 한 겁을 먹으면 아주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 주머니와 책상 설합에는 자필 유서가 들어있다. 내 시신은 모교 의과대학에 실습용으로 보내고, 내 재산은 무조건 대한적십자사에 전액 기증한다는 내용이다. 내 친구들은 거의 모두 교장으로 정년퇴직해서 연금이 매알 300만원 이상 나오지만 나는 중간에 그만두었기 때문에 100만원 정도 연금이 나온다. 하지만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에 60여만이 따로 나오고, 의료비, 교통비(전철은 물론 시내버스까지)는 무료, 통신비는 30% 할인혜택을 받는다. 더구나 나는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용돈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매달 50만원 이상은 자동으로 저축된다. 예수가 십자가에 보혈을 흘리지 않았다면 구세주란 믿음은 생겨날 수 없었을 거다.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하여 묵사발을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보급품과 탄약이 떨어지자 미국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일본군들은 마지막 남은 탄알 한 발씩을 장진하고 발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겨 집단자살을 감행했다. 가로 세로로 반듯하게 누워 소위 옥쇄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미군들은 기겁했다. 일본군들은 나라을 위해 죽으면 모두 신(神)이 되어 야수꾸니에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는 히로히토가 전쟁을 총지휘한 사실이 명명백백하지만 그를 천황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이 무서워 그를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일본 여자들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관대작들이 솔선해서 미군들을 위안했다. 그 결과 배상금 청구는커녕 미국은 마샬 플랜이란 정책을 내세워 일본의 재건을 도왔다. 일본의 총리가 미국을 방분하면 언제나 최고 국빈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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