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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떠나며..
Korea Republic of 숲속에서 0 414 2009-06-13 15:51:16
지지부진한 일상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 혹은 부조화의 시간속에서
삶은 피로하다. 무엇보다 어제의 표준과 모범을 하루 아침에 부정과
거짓의 증거로 몰아부치는 인식의 강제는 견디기 힘들다. 몹쓸 세상의
위정자들과 그 권력에 기생하는 비윤리의 인간군상들이 역겹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고 그렇게 더러운 시궁창으로 썩어가고, 그렇기에
인간은 그 드러운 세상의 악취와 오물을 걷어내지 않고는 살 수 없음으로,
뻔한 소모적 삶의 굴레요 비극적 살이의 멍에인 줄 알면서 명줄 놓는
그날까지 시궁창에 발을 담그고 그 역겨운 오물들을 치워야 한다.

세상은 썩어야 새살이 돋는 괴물의 얼굴로 능청스러운 웃음을 짓고,
인간은 그 능글맞은 표정에서 그냥 콱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과 분노에
몸서리 치면서도 겉으로는 머리 조아리며 실실 눈웃음 짓는 것에
너무 익숙해 있다.
그럼에도 얼굴색 하나 표나지 않는 참 두터우면서도 미끈한 피부를 가진
두 종자가 만나 늘 힘겨루기하다 제 풀에 지쳐 쓰러지고 죽어가는 것이
세상과 인간의 조우, 곧 인생이라는 것이기도 할 터.

환절기만 되면 연일 답지하는 부음과 이어지는 문상이 일상처럼 돼버릴
만큼 나이들어버린 세대. 지난 주에만도 벌써 두곳, 그러더니 어제는
고향의 선배 어머님, 오늘은 친구의 어머님..문상처도 아래에서 위로
멀기는 왜 그리 먼지, 연일 인생 쫑내는 소식에 내 인생이 쫑나게 생겼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려고,술을 끊고 담배를 줄이려고..이도저도 어려워
담배는 줄이다 끊기로하고 술은 덜 마시다 더 덜마시는 정도로 스스로와
타협을 한지도 꽤 되었다.

요즘 같은 우울 모드에는,귀차니즘과 억울하도록 피곤한 세월에는
가장 아름답고 치열하며 숨차게,그리고 겁없이 무지막지하게 살아온
시간의 기억으로 귀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저 불안한 내일의
시간으로 달려갈 기차를 우리는 기다릴 수 없다. 역 은 닫혀 있고
우리는 개찰구를 빠져나갈 수 조차 없는 것이다.
불안한 내일에의 희망보다는 차라리 철저한 절망의 현재가 또한 지난 과거의
좌절이 더 나을수 있다. 그래야 우린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난 다시 '태백산맥'을 읽는다.
여전히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마땅한 전형이 없는
내 어머니의 나라 내 자식의 나라, 그리고 그 나라 안의 세상과
인간의 살이..애매와 모호가 정신의 혼란을 가중시키면 부정과 협잡이
반토막도 남지 않은 정신을 난도질 한다.
조정래의 활자처럼 세상은 '묽은 어둠에 싸여' 있다.
빛은 어슴프레 하고 어둠은 숭숭 구멍이 뚫려 사위를 다 채우지 못한
그 어중간한 농도의 상태, 미명의 유리막처럼 냉기가 흐른다.
어디서 인지 모를 돌멩이 하나면 저 유리창은 산산히 박살이 나고
그 날카로운 파편처럼 바깥 것의 섬찟한 느낌은 나를 찔러올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읽고 살피기로 했다.
우리가 아직 누군지도 모르면서 나부대는 짓거리는 얼마나 부끄러운가..
'장길산'도 다시 읽고 '객주'도 다시 읽고 '그 해 오월'도 다시 읽고
'지리산'도 다시 읽고 '황색인'도 다시 읽고, 90년대 이후로 일상의
초라한 식탁과 그 아래 부스러기로 떨어져 있는 부끄러움의 잔반들을 읽으며
세상에 뒤떨어져 있지 않다고 한껏 자위하면 뭐할 건가..
졸렬한 부끄러움이며 창피한 궁색일 뿐이다.

먹고 사는 일도
그보다 조금 폼나는 인간 사이의 소통도
그 그보다는 훨 자세 나오는 감성과 울림의 창조적 자율적 행위의 일체에서
천천히 더디게..그러나 쉬지않고 참으며 조용히 간다.
어려운 때일수록, 그것이 경제적인 문제이든 내 삶의 욕망에 관한 것이든
어려운 때일수록, 망설여지는 선택의 순간일수록.. 나는 정직하게 고랑을
따라 간다. 질퍽하다하여 인생이란 밭을 나는 결코 벗어나지 않을 테다.
나는 밭이랑을 갈고 고랑에 물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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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깐 2009-06-13 17:17:30
    공자 왈, "이 세상에는 어떤 지저분한 일(사람)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Confusious said, "Shit happens."
    "인간이 이 세상을 잘 살아나가려면 먼저 정신의 섬세한 면부터 제거해야 한다."
    A man should have the fine point of his soul taken off to become fit for thi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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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깐 2009-06-13 18:53:29
    Deviation from Nature is deviation from happiness.
    자연계에서 돌리는 것은 결국 우리 행복에서 등을 돌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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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둘기야 2009-06-13 22:46:07
    "세상을 사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기적이란 없다고 믿고 사는것과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으며 사는것,
    나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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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기어마 2009-06-14 00:27:56
    비둘기야님 한가지 급하게 물을게 잇는데요 지금 답변줄수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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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식하다 2009-06-14 02:22:56
    잠깐아

    그래 너 잘낫다.

    여긴 탈북자사이트야 !

    잘난척하며 꼬부랑글 쓰고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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