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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겪는 언어의 산
저언덕넘어 15 376 2005-10-15 16:14:44
한국인은 다른나라 사람에 비해 언어적으로 많은 산을 넘어야 합니다.
착하고 선하며 약하여 남을 침략해 보지 못하고 침략을 당하기만 하였던 우리 민족이기에 겪고 있는 비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규코스(과정인데 남한에서는 코스가 더 친숙합니다)로만 더듬어 보겠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를 필수적으로 하여야 합니다.(언어는 어릴 때 부터 해야 한다 하며 요즘은 많은 부모들이 유치원 때부터 정규과정으로 삼아버립니다)
영어를 자신의말로 쓰는 나라에 비하면 얼마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공부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렇게 정식으로 배우는 언어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피에 관한 것을 한가지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부피를 표현하는 단위로 m3를 '세제곱미터'라고 배웁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m3를 '입방미터'라고 보통 말 합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는 m3를 '큐빅미터'라고 말하게 됩니다.
처음 건설회사에 취직하여 사회에 나가보면 m3를 '누베'라고 부르는 것을 듣게 됩니다.
'누베'는 일본 말입니다.
건축이나 토목등과 같은 기술계통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이 많은 분들이 있어 일제시대 때 쓰던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이 한 둘이 아닌데 이 말이 그중 하나인 것입니다.
사회 초년병은 일하다가 어느덧 학교에서 배웠던 말은 다 잊어버리고 옛날부터 내려오는 용어를 그대로 쓰고 마는 것입니다.
최근에 곳곳의 전문 분야에서 언어 순화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쉽사리 고쳐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 세대가 겼고 있는 비애의 현실입니다.
이런 안 당하여도 될 일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전혀 생소한 사회구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탈북자분들은 어떨까 생각하면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아마 여기 와서 1차적으로 겪는 고통은 언어의 소통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세월이 약 아니겠습니까.
내려오던 오기와 집념과 열정으로 모든 언어를 극복하시면 훗날 당초 남한에서 살던 사랍보다 훨씬 더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살게 될 것입니다.

몇년전의 일입니다.
어느 유명 영화배우가 국회의원에 당선 되었습니다.
학벌 좋은 어느 국회의원이 토론장에서 그 영화배우 출신 의원을 가르키며 '영화배우나 하던 사람이 무얼 안다고 그러느냐'고 말했습니다.
그 때 배우출신 의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정치만 해 온 사람이지만 나는 영화배우도 했고 정치도 하고있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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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te 2005-10-15 23:20:30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언덕님의 관찰력이 대단하십니다.^^
    어쩜 제가 겪어온 과정과도 잘 맞아떨어지네요.
    남한에서 몇년째 살고있지만 아직도 언어표현에서 답답할때가 많습니다.
    하리수때문에 "트랜스젠더", 현대통령때문에 "탄핵"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알게되였지요.ㅋㅋ

    우리민족의 평범치않은 역사때문에 감당하는 피해나 어려움이 어디까지인지 새삼스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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