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를 볼 때면 나는 영화 ‘아이덴티티’가 떠오른다. 그의 모습에서 극단적인 선과 악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대기업의 비리와 부패를 고발하며 우리 사회의 정의의 화신으로 군림했던 참여연대, 나눔이라는 미덕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의 화신 아름다운재단.. 박 변호사가 만든 그러한 조직들은 마치 아이덴티티의 에드처럼 선하고 정의롭기 그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가 서울시장에 후보로 출마하면서 드러나는 실체는 아이덴티티에 버금가는 반전이었다. 그가 만든 참여연대가 공격한 대기업들은 어김없이 그가 운영하는 아름다운재단에 수억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했다. 오죽하면 “‘탁’ 치니 ‘억(億)’을 내 놓더라”는 80년대 유행어가 재등장할까? 참여연대 측은 자신들과 아름다운재단은 아무 상관이 없다지만 과연 기업의 입장도 그랬는지 의문이다.
만일 정말 기업들이 순수한 선의로 참여연대를 만들어 자신들을 그토록 괴롭힌 박 변호사의 아름다운재단에 거액의 돈을 기부해왔다면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비난과 감시의 대상이기는커녕 성현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도덕군자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오른 뺨을 치면 왼 뺨을 내 놓으라는 예수님의 말씀보다도 더 큰 선을 대한민국 대기업들이 몸소 실천해 온 것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선량한 기업들을 참여연대는 왜 그토록 집요하게 괴롭혀왔단 말인가? 이처럼 참여연대의 기업 비판과 아름다운재단의 기부금 수금이 별개라는 그들의 주장은 자기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정의와 선이라던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의 이면엔 시민단체의 권력을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상납 받아 온 추악한 커넥션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