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어도 경협, 일관성 있어야"
[매일경제] 2012년 06월 25일(월) 오후 05:30
통일 독일에서 배운다 독일의 요하임 가우크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동독' 출신이다. 1990년 통일을 이룬 독일은 불과 20여 년 만에 동독 출신 정치인이 이끄는 나라가 되었다. 만일 내년에 당장 한반도가 통일된다고 가정한다면 20년 뒤 북한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 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일 한국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독
일이 동독 출신을 최고지도자로 선택할 만큼 안정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통일 후 짧은 시간 안에 동ㆍ서독 간 생활수준을
비슷하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제적 '통일'의 밑바탕에는 통일 전부터 꾸준하고 폭넓게 진행했던 동ㆍ서독 경제협력이
자리잡고 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독일재건은행(KfW)의 마르틴 도르셸 국장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줄이고 통일 후 경제통합 과정에서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넓고 깊은 남북한 경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르셸 국장은 "서독은 1970년대부터
동독 수출품에 대해서 특혜관세를 부여하고 무이자 신용, 도로 개보수 보조금은 물론 정치범 석방을 위한 경제적인 반대급부까지
제공하며 활발한 경제협력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독일 정부와 국민이 통일에 대해서 너무 낙관한 나머지 국가재정보다는 자본시장을 통한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도르셸 국장은 "독일은 급작스럽게 통일을 맞게 되어 동ㆍ서독 마르크 간 적정환율을 책정하고 동독 지역에
효과적으로 재정을 지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소개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통일과정에서 서독 국민과 정치권이 여야를 초월해 합의한 대동독 정책의 일관성에
주목했다. 윤 연구위원은 "서독의 대동독 정책은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차원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를 넘어 일관적인
추진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 사이에도 먼저 정책 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화된 교류협력의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ㆍ동북아센터장은 '민족 동질성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윤덕룡 연구위원과는 달리 "민족적 차원을 강조한
정책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한이 정상국가 사이의 합리적인 틀 속에서 발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을 개발해나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요하네스
레겐브레히트 주한 독일부대사는 윤 연구위원 발표에 대해 "일관성 없는 정책이 경협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북한이 다양한 경로로 지속적인 도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한국이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겐브레히트 부대사는
이러한 인내와 포용이 피곤하고 힘들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북교류 활성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성훈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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