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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ㅓㅁ) 설령 옳은 말이라 할지라도 해서는 안 될 말.
까꿍! 2 386 2006-10-30 01:39:17
1991년 1월,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걸프 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전쟁의 정당성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심지어는 미국에 의한 기획설까지 있었고 10여년 후에 그 실체가 드러난다. 그건 나중 일이고, 당시 사담은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위협을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긴다.

바로 이 무렵이다. 독일 녹색당 외교위원장 일행이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하여, 기자회견장에서 던진 말 한마디가 독일 정가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킨다. 발언의 요지는 이스라엘을 향해 스커드 미사일이 날아오게 된 데에는 이스라엘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것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은 잘못됐다고 넌지시 비판한 것이다.

평소 이스라엘을 좋게 보지 않던 나다. 적어도 나에게 이스라엘은 자기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권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들이고, 마치 그들이 남에게 박해 받은 것이 그들에게 남을 박해해도 된다는 권리를 부여받기라도 한 냥 오만방자한 사람들이었다. 하여 자기만 살겠다고 수천 년 전부터 살아 온 팔레스타인들을 박해하는 이스라엘이란 나라가 내겐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 뒤부터는 그들이 나치 독일에 의해 박해 받았던 것을 입에 올리는 것을 볼 때조차, 박해 받은 역사를 이용하여 자기들의 현재의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는 생각에 때로는 그런 말들이 역겹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따라서 나에게 녹색당 외교위원장 일행의 발언은 놀라울 일도, 하물며 분노를 느낄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도리어 내겐 녹색당 일행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 참신하고 용기있는 행위로 여겨졌다.

그런데 독일의 조야는 마치 미사일을 얻어맞은 것처럼 경악하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릴 것 없이 한 목소리로 그들의 발언을 부적절하고 미숙한 발언이라고 규탄하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녹색당 일행의 발언 내용은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발언의 옳고 그름은 뒤로 밀쳐둔 채 무작정 그들을 책망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그들 발언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길래, 미숙하다, 부적절하다, 야단들인지 당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의 나라를 공식 방문한 외교사절이 그 나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결례가 되는 일이라서 이들이 녹색당 일행의 발언을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비판하는건가? 오바 아니야?' 라고 나름대로 추측할 뿐, 난 내심 불만이었다.

하지만 '내 추측이 틀렸구나!' 라고 알게 되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당시 야당이었던 독일 사회민주당의 총재 한스-요헨 포겔(Hans-Jochen Vogel) 박사가 녹색당 외교위원장 일행의 이스라엘 발언에 대해 점잖은 어조로 행한 짤막한 비평은 14년이 흐른 지금도 나에겐 그 당시의 커다란 충격의 잔영이 앙금져 있을 정도다.

그는 "독일인은 그가 단지 독일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비록 객관적으로 옳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처음엔 전율스러운 감동으로 오싹했고 어쩌면 한 정치가의 영혼 속에 그토록 깊은 지혜와 순결한 양심이 깃들일 수 있는지, 한동안 말을 잃은 채 망연히 있었다.

아마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녹색당의 젊은 정치가는 자기들이 더 이상 나치의 범죄에 대해서 아무런 직접적 책임도 없으며, 그런 만큼 이스라엘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할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누가 말하느냐가 아니라, 그 말이 그 자체로서 옳은가 그른가 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녹색당 일행의 말이 백 번 옳은 말인데 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비판하고 나서는지 의아하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독일인은, 그가 단지 독일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비록 옳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객관적으로 봐서 옳은 말일지라도 독일의 조야가 왜 그렇게 흥분했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녹색당 일행의 발언을 부적절하다 비판했던 것은 단순히 외교적인 고려에 따른 것이 아니라 독일 사람들의 양심과 도덕에 따른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때로는 말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옳은 말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 할 말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비록 옳은 말이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있다는 것을 비로소 그 때 깨달았다.

이런 이치가 어떻게 독일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겠는가? 누구든 역사 속에서 가해자의 집단에 속하는 사람은 피해자인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삼갈 줄 알아야 한다. 그가 앞에 나서서 그 피해자들을 박해한 장본인이 아니라고 해서 이런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의 집단에 속하여 피해자의 설움을 몸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피해자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비록 그것이 옳은 말이라 할지라도 말과 행동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사람이 가져야 마땅할 염치란 것이다. 하물며 가해자 된 사람이 피해자들에 대하여 있지도 않은 말로 거짓선전을 늘어놓는다면, 이런 종류의 사람에 대해서야 더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일본인의 아시아인에 대한 망동들, DJ정권 출범 후 영남인의 지역 차별에 대한 호소, 자칭 보수우익들의 아전인수식 민주 · 인권 · 자유 구호 등을 접할 때, 난 여지없이 한스-요헨 포겔박사가 떠오른다. 헌데, 아직도 이 방에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 이가 있다고 들었다. 제발 부탁하건데, 부끄러움을 배워 다시는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

지역차별이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다. 호남 사람이 단지 호남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에 온갖 유형무형의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호적을 바꾸는 것도 모자라 몸에 밴 말씨까지 바꾸어야 할 때, 그것을 가리켜 우리는 지역차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눈물을 머금고 호적을 바꾼 적도 없고 경상도 말씨를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본 적도 없는 경상도 사람들이 모든 국민이 같이 겪는 경제난을 두고 지역차별을 입에 올린다면, 이것은 가히 세상의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서 볼 때 정말로 염려스럽고 유감스러운 이들은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정치인이나 그런 선동에 쉽사리 놀아나는 군중이 아니라, "호남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소위 지식인들이다. 그들은 마치 자기는 호남 차별에 대하여 아무런 역사적 책임이 없다는 듯이 지역감정의 문제가 나오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호남 사람들에게도 또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안이한 양비론(兩非論)이 무슨 대단한 지혜의 증거라도 되는 양 이쪽 저쪽을 모두 훈계하려 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호남 차별에 관한 한, 호남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은 공범이다. 그리고 호남 차별에 대해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역사적 부채는 호남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건국되었다고 해서 유태인들에 대한 독일의 역사적 채무관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해방되고 독립을 얻었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부채가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호남 사람들에게 "너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주제넘은 애국 지사들이 학계에 또는 언론계에 너무도 많이 있다.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어쩌면 피해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공연히 피해자의 책임을 지적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가해자의 몫은 아니다. 가해자의 집단에 속한 사람은 그가 가해자의 일원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피해자에 대해서는 비록 옳은 말이라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눈물을 머금고 호적을 바꾼 적도 없고 고향 말씨를 감추고 서울 말씨를 배우기 위해 이를 악물어 본 적도 없는 이 땅의 행복한 지식인 애국지사 여러분, 부디 기억 하시라, 적어도 지역감정이나 지역차별에 관한 한, 나처럼 그대들에게도 호남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훈계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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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해보니 이 글은 작년 9월경에 醉中行이란 분이 쓰신 글입니다. 원 출처는 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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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사람 2006-10-30 23:56:07
    영남인이 호남사람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데는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호남인이 호남사람을 비판하는가? 그렇지는 않지요.

    호남에서 민주당이 99%몰표를 받아도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80%몰표를 받는것만큼 비난받지는 않습니다.(부산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이 승리했으나 60:40이었죠) 이는 호남에 대한 아량이라고 볼 수 있지요.

    99%몰표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비판하는 호남인은 본적이 없고 우리는 피해자라서 괜찮아라고 생각한다면 호남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한계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이런글을 볼때마다 호남의 패거리문화는 영남에 대항하기 위한 거기 때문에 괜찮다는 자기합리화를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TV,영화에서 호남말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호남말쓰면 차별받는다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80년대 상황을 끝없이 반복하는것도 피해의식의 발로로 보여집니다.

    제 아이디 때문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전 부산에 정을 가진 서울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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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사람 2006-10-31 00:01:00
    덧붙여 영남의 과거 군사정권을 가장 비판하는 사람은 영남출신인 민노당 권영길 의장입니다.

    호남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배신자라는 비난에도 꿋꿋한 정치인이 나온다면 호남에 대한 차별이야기는 저절로 없어질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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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2006-10-31 21:30:35
    민노당은 간첩양성당.로동당의 초병당.뻘갱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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