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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中 가짜약 北주민 생명 위협
Korea, Republic o 0 344 2007-01-31 12:33:33
북한전역 전염병 확산…판치는 中 가짜약 北주민 생명 위협

《최근 성홍열 등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북한에 중국제 가짜 의약품과 불량 식품이 흘러들어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낙후된 상수도 체계와 극심한 전력난, 예방의학 시스템의 붕괴로 전염병을 막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제 가짜 의약품과 불량 식품의 범람은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요소다.》

▽생명을 위협하는 가짜 약품들=1990년대 중반부터 순천제약, 나남제약 등 북한의 대표적인 의약 공장들은 원료와 전력 부족으로 대부분 가동이 중단됐다.

이때부터 약품은 북한과 중국 보따리상의 주요 거래품목이 됐다. 값싸고 포장이 그럴 듯한 중국산 가짜 약품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전분으로 제조한 가짜 약과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포장만 바뀐 약은 물론, 중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약도 북한에선 특효약으로 팔린다.

본보가 접촉한 다수의 북한 주민은 병이 난 뒤 약을 써도 차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으로 생명을 잃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정명희(가명) 씨는 “그렇다고 약을 안 쓸 수도 없어서 가짜가 아니길 하늘에 빌 뿐”이라고 털어놨다.

▽불량 식품이 판을 치는 장마당=가짜 약품뿐 아니라 불량 식품도 북한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콩기름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원산지에서 콩기름 도매가격은 1kg에 7.6위안(당시 환율로 북한 돈 3040원). 그런데 북한 상인들은 6위안(북한 돈 2400원)에 기름을 들여와 북한 시장에 도매가 2800원에 넘겼다. 어떻게 원산지인 중국에서보다 더 싼 가격으로 콩기름을 팔 수 있었을까. 콩을 짠 기름이 아니라 식당 등에서 쓰고 버린 폐유를 재가공한 기름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상인 김영성 씨는 “북한 수입업자들의 주문을 받고 기름을 판다는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 갔더니 폐유를 재가공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재활용 폐유가 ‘고소한 콩기름’으로 둔갑해 북한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대다수 주민은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이 폐유에는 발암물질을 비롯한 각종 유해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 기름 외에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 유통되는 사례도 많다. 소시지에서 돼지 털이 묻어나오고, 과자에서 쇠줄이 나오는 일도 아주 흔한 일이라고 북한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세관만 강화해도=중국산 가짜 약품과 불량 식품이 판을 치는 이유는 중국 생산업자들과 북한 수입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대북 무역업자는 “북한 상인들은 중국에서 무조건 싼 것만 찾는다”고 전했다.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로선 가격이 싸면 그만이지 식품 안전은 뒷전이라는 것. 이 때문에 중국 옌볜(延邊) 등지에는 북한을 겨냥해 가짜 의약품과 위생 관리가 불량한 식품을 만드는 영세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세관은 품질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무역업자들의 뇌물에 길들여진 세관원들은 검사 때 한국 상표가 있는지만 살펴볼 뿐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당국이 중국산 불량 식품으로 인한 인명사고를 ‘남조선 안기부의 비열한 책동’으로 덮어씌워 적개심을 고취하는 주민 강연을 자주 했으나 최근 이런 사례는 없어졌다고 한다.

▽성홍열 사태 확산=의약품 부족과 불량 식품 등 열악한 환경 탓에 지난해 10월 양강도 혜산과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에서 발생한 성홍열이 현재 전국으로 퍼져 가는 추세다. 함경북도 청진시에 거주하는 한명호(가명) 씨는 “1월 현재 청진에만 4000여 명의 성홍열 환자가 발생해 수남구역 병원 전체에 환자들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목에 통증이 있고 고열이 나며 전신 발진이 생기는 성홍열은 페니실린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약이 없어 병원에서는 물을 끓여 마시라는 처방만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시장에는 중국제 가짜 약까지 성행해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근거 없는 흉흉한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북한 주민 정미애(가명) 씨는 “성홍열이 북-중 국경 일대에서 시작된 탓에 남조선 안기부가 국경을 통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소문도 나돈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일성대 졸업·2001년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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