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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공포정치-인민애 병행 전략, 내부 반발심만 키웠다

진행 : 집권 5년, 그동안 북한 김정은은 공포정치와 인민애 선전을 병행하면서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해내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려면 무엇보다 내부 결속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텐데요. 그렇다면 과연 북한 주민들은 공포정치와 인민애 선전을 병행하는 김정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오늘은 김정은 집권 5년 동안의 김정은식 통치 전략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주민들의 속내를 살펴보겠습니다.

1. 북한 김정은은 집권 후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최고위층을 잔혹하게 숙청하면서 포악한 독재자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최근에도 공식 석상에서 ‘숙청’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공포정치를 계속해오고 있는데요. 집권 5년 동안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3대 세습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나이도 30대 초반이라서 경험도 부족하고, 특별히 내세울 업적이 없는 김정은이 자신을 과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파묻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숙청·견장 정치’와 ‘혁명화 조치’ 등을 통해 고위 군부들을 길들여 왔습니다. 정치 경력이 적다는 이유로 노회한 간부들이 자신을 깔본다는 위기감이 김정은의 포악성을 자극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일의 급사로 홀로서기 외톨이 신세가 됐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체제 안정에 대한 조급함, 정신적 스트레스가 숙청과 무자비한 공포정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북한 엘리트층, 나아가 일반 주민의 충성을 유도하고 내부를 결속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감시와 통제가 삼엄하다보니, 겉으로 봤을 땐 내부 균열이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오는데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북한 체제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외형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내부적인 불안과 불만은 점점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방망이가 강력할 때는 모두 움츠리지만 어느 한 순간만 약해지더라도 반발심이 화산처럼 분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료주의적인 폭압정치는 아첨꾼과 보신주의자들만 곁에 득실대게 할 뿐 진정한 충신은 사라지게 만듭니다. 또한 대회 연단에서 쭈그리고 앉아 쩔쩔매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장성들을 보면서 주민들의 반발심 역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3. 일각에서는 되레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자발적인 충성을 이끌어내는 데 ‘독’이 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습니다. 이에 따라 체제 불안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공포정치에 따른 체제 안정성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자국 주민에게 공포정치를 펼쳐왔던 독재자들이 종국에는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가를 살펴보면 ‘독재에 의한 체제 안정’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명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례는, 자국민들의 항거에 부딪혀 독재자·독재체제가 결국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역사의 증명입니다. 이와 관련 김일성은 일찍이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인민들의 투쟁이 일어나는 법”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김일성의 언급이 ‘참이자 진리’란 점이 손자인 김정은 체제에서 실제로 증명될 것입니다.
 
4. 올 한해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망명 또는 탈북이 잇따랐습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체제 선전을 도맡거나 외화벌이를 담당하던 인물들이라 특히 주목됐는데요. 이 같은 고위층의 이탈이 곧 공포정치의 역효과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요?

네. 엘리트로 불리는 고위층의 탈출은 단순한 탈북을 넘어선 정치적 망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은밀히 탈북한 게 아니라 이미 북한 내부를 벗어나 해외에서 북한 체제를 위해 일해 온 충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엘리트들이 ‘탈출’을 감행한 것은 세상 밖에서 북한을 바라봤을 때 너무나 희망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고 이 때문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몰린 김정은의 압박도 엘리트들이 체제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은 해외 공관 등에게 엄청난 액수의 외화벌이 과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북제재로 인한 외화벌이의 차질을 해외 공관에게 메우도록 지시한 셈입니다. 이같이 무리한 과제도 모자라, 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귀국 조치는 물론 가혹한 처벌을 내리기도 합니다. 본인도 언제 어떻게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압박감에 따라 엘리트들 역시 북한을 ‘탈출’하는 것입니다.

5. 북한에선 이렇게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김정은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일 인민애를 선전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대 독재자들은 반드시 양면 전술을 펼쳐왔었습니다. 이른바 인민애를 선전하면서도 간부들에겐 공포감을 심어주는 통치 전략을 구사한 것입니다. 심지어 피폐해진 민생문제를 마치 아래 간부들의 잘못으로 둔갑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잘못을 돌려 처형하고, 대중을 자기 주위에 결집시키려는 속셈 때문이었습니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 역시 파쑈 독재의 표본이었지만 독일 국민들에게는 선량함을 보여주곤 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를 테면 2009년 화폐개혁 때, 이에 대한 후과를 무마시키고자 재정계획부장인 박남기의 책임으로 둔갑시켜 처형한 사례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반당 반혁명분자로 낙인, 무참히 처형하면서 국가경제를 말아먹은 책임을 뒤집어씌우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나는 인민을 사랑하고 인민을 위한 정치를 펴는데 아래 일군(꾼)들이 말아먹고 있다’는 식으로 오도합니다. 김정은이야말로 북한 내에서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反)인도범죄의 주범이지만, 이렇게 모든 책임을 간부들에게 씌워 자신은 그 죄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6. 근래 등장한 대표적인 인민애 선전 행보 또는 관련 정책으로는 무엇이 있었나요? 실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혜택이 되고 있는지요?

김정은의 모든 행보는 인민애로 포장됩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과연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정은이 최근 평양 시민들에게 ‘물고기 선물’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혁명의 수도’인 평양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만 준 것이죠. 하지만 평양 시민들을 제외하고 이러한 선물을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북한 주민들은 드뭅니다. 이런 행보를 보며 다른 지역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북한 당국은 전체 주민들을 동원해 평양시에 각종 문화오락시설을 꾸리고 식당과 상점 등도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설들 역시 평양에 거주하지 않는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뿐입니다. 또한 돌격대를 총동원해 려명거리 건설에도 주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권력층을 위한 건설사업에 불과합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 주민들은 ‘평양 공화국’이라고 대놓고 비난하는 것은 물론 평양 시민들조차 ‘잘 사는 놈만 더 잘 산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방 간부들은 김정은을 평양시 당 위원장, 박봉주 내각총치를 평양시 작업반장이라 비꼬고 있다고 합니다.

7. 최근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면서 김정은의 행보가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는 걸 점차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애민 정신’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심부터 드는데요. 김정은에 대한 북한의 최근 민심은 어떤가요?

김정일의 급사로 권력을 차지한 이후 얼마 안 된 시점인 2012년 4월, 김정은은 ‘주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코웃음을 치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나이가 젊고 해외(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는 점 때문에 ‘무엇인가 다를 것이다’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 4년간 김정은은 자신의 1인 독재 체제구축을 위한 각종 정치행사 개최에만 주력했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김정은을 ‘갸’ ‘어린 게’ 란 말로 비아냥거린다고 합니다.

물론 아버지인 김정일과 달리 시장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최고지도자에게 관심을 두는 주민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6·28방침이란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조치를 강조하며 배급을 주지 않고 자율적 경영을 중시하다 보니 주민들 머릿속에는 김정은이 신적 존재인 ‘최고존엄’이 아닌 그냥 ‘개인적 인간’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8. 김정은 스스로 인민애 선전은 그저 허울뿐이라는 걸 증명한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함경북도 수해였는데요. 수십만의 주민들이 수해로 죽거나 실종되는 됐지만, 김정은은 수해 현장에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김정은의 통치 기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8월 말 함경북도에서는 대홍수가 발생했습니다. 5개 시군이 물에 잠겼고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는 등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 당국 스스로도 ‘50년 만의 대재앙’이라고 말할 만큼 큰 수해였지만, 북한 당국은 발 빠른 대처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수해를 입었음에도 5차 핵 실험을 감행하더니 수해 발생 10일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복구에 나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공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여론과 비교했을 때, 10일 동안 침묵했던 김정은의 모습은 역적행위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변안전 문제를 우려해 수해지역을 방문하지 않고 있는 김정은을 두고 어떻게 인민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지방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수해지역에 보내면서 ‘원수님(김정은) 배려’를 선전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당국에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수해를 입자 당국의 배려를 바라기 전에 중국 친척과 한국에 와 있는 탈북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이 이렇게 당국과 멀어지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9. 결국 김정은은 공포정치니 인민애 선전이니 하는 것을 병행하며 요란한 통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충성을 유도하겠다는 바람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김정은이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나려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서야 할지 따끔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인민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가는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어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된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제8조)는 ‘인권’ 관련 조항을 추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압박을 의식한 여론 무마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란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진정한 애민지도가 되고자 한다면 헌법 조항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인 기반과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현재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나서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조사는 물론이고 기록으로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특히 방관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10. 북한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북한인권 개선, 나아가 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 만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외부의 접근 전략도 더 주도면밀해져야 하겠는데요. 북한 주민의 의식을 바꾸고 북한 변화의 동력을 만들 전략,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북한 당국의 반인민적 죄행을 세상에 낱낱이 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정보를 주민들 속에 유입시켜 그들을 계몽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라디오를 통해 북한과 세계소식을 담아 전달해야 하고, 메모리(USB), SD카드, 드론 등을 이용한 정보 유입도 지속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략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민들에게 혼자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당신의 고통을 우리도 알고 있다’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달라’ ‘더 멋진 자유 한반도를 위해 우리 함께 협력하자’ 등의 메시지를 지속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최송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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