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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北농민은 ‘포전담당제’ 포기하고 개인농 선택했다”

진행 : 김정은 체제는 생산량 중 일정 비율만 당국에 바치고 나머지는 개인이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개인포전담당제’를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매체는 농업개혁 조치로 평가되는 이 같은 조치로 농장원들의 생산열의가 높아져 분배 몫이 늘어났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농장원들의 삶은 더 고달퍼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설송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북한이 2012년부터 본격 실시한 개인 포전담당제는 초창기엔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농장원들은 개인농으로 농업을 개혁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던 것입니다. 본인의 노력만큼 알곡을 장만할 수 있게 되면 우선 먹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여유 알곡은 시장에 팔아 현금을 축적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것이었죠.

실제로 2014년도 양강도 김정숙군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통해 열심히 농사했더니 30%의 옥수수를 농장에 바치고도 여유 알곡이 남았다며 몹시 기뻐했다고 합니다. 이젠 먹고 살만 하니 다시 북한으로 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답니다. 습지고 토질이 나쁜 땅을 부여 받았지만, 평당 수확 목표량은 좋은 땅과 똑같이 할당 받았다는 겁니다. 바로 의욕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북한 당국은 농장원들 입장보다는 국가 수매량 확보에만 급급하고 있었습니다. 내부 불만은 커지고 부작용도 덩달아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진행 : 야심차게 출발했던 포전담당제가 1년도 안 돼 주민들의 반발을 샀던 거였군요. 이런 곳에서는 비료나 농기구는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평안남도 문덕군 농장사례를 보겠습니다. 열두삼천리벌을 가진 이 농장은 북한에서 곡창지대로 유명합니다. 작업반, 분조형태도 일반 농장하고는 달리 규모가 크거든요. 이 농장에도 개인포전담당제가 실시되었는데요. 겨울에 퇴비를 밭에 이동하는 수단부터 개인이 책임져야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바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기존 협동농장 시기에 사용하던 뜨락또르(트랙터), 소달구지가 포전담당제가 실시되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작업반장과 관계가 좋으면 소달구지를 한번 쯤 빌려 쓸 수 있다고 하지만 기존의 협동농장에서처럼 영농 기계를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없게 된 겁니다.

돈 있는 사람은 기름을 자체로 사서 농장 뜨락또르를 임대할 수 있다곤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그러질 못합니다. 가난한 농민은 노인이든, 아이든 집식구를 모두 동원해 소랭이(대야)를 머리에 이거나 등짐으로 퇴비를 나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봄 파종부터 비료 등 모두 개인이 부담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가을(추수)할 때는 북한 당국이 평당 계산된 알곡을 군량미로 논밭에서 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 농장원들은 “국가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농사짓는 게 아니냐”며 “겉보기엔 좋았지만 포전담당제가 우리들을 고달프게 한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어린 자녀까지 농사에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농장원들은 포전담당제로 부여되는 땅을 거절할 수는 없는 건가요?

기자: 다른 지역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문덕군 농장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농장원이 3년 동안 포전담당제로 농사했지만 장사하는 것보다 소득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포기했다고 합니다. 물론 대놓고 거부하면 사상검토 대상으로 몰릴 우려가 있어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댑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빠진 사람들은 바로 자신의 돈벌이로 뛰어들게 됩니다. 50평~100평정도 되는 작은 개인 텃밭에 농사를 짓는 건데요. 오히려 협동농장보다, 포전담당제에 얽매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진행: 이제는 농장원들도 농장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돈벌이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셈이네요. 그렇다면 문덕군에서는 대체로 어떤 농작물을 심는 건가요?

기자: 각자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마늘이나 옥수수, 도마도(토마토)를 재배합니다. 특히 마늘을 심어 5월부터 6월에 풋마늘로 팔면 괜찮은 돈벌이가 됩니다. 마늘은 염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석지와 가까운 문덕군에서는 마늘농사가 잘 됩니다.

특히 중국산 마늘이 북한에 많이 들어오지만,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북한산 마늘이 향기도 좋고 맛도 좋기 때문이죠. 가격이 비싸도 사먹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마늘 농사 이후에는 남보다 일찍 배추와 무를 심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8월부터 포기배추로 팔 수 있게 되고, 특색 있는 상품으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겁니다.

진행: 중국산에도 뒤지지 않는 문덕산 마늘이 주민들에게는 효자 작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평안남도 농장지역에서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네. 오리와 병아리를 판매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닭알(계란), 오리알을 구입한 후 직접 만든 부화기를 이용해서 병아리와 새끼오리를 부화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나선 종합시장에 내다 팔고 있습니다. 또한 모돈(母豚)도 대표적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업도 돈이 있어야 합니다. 돈도 없고 개인 텃밭도 얼마 되지 않은 세대는 정말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진행: 곡창지대라는 점에서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 걱정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말씀인지요? 

기자: 실제로 문덕군에서 수확되는 쌀은 찰지고 맛이 있어 시장에서도 최고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농장원들의 생활수준은 바닥”이라고 전해졌는데요. 특히 어린 자녀들의 상황이 열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덕군, 안주시 지역 어린 아이들은 미꾸라지를 잡아 돈을 벌거나, 스스로 눈썹가공 일공(日工)으로 일하곤 합니다.

도시 지역보다 이 지역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든다는 말도 있는데요. 부모들은 포전담당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가을 전까지는 아이들이 번 돈을 갖고 식량을 사야 합니다. 또한 미꾸라지는 밤에 잘 잡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손전지를 들고 밤이면 논밭을 돌아다닙니다. 여기서 밤에 불량한 청년들이 아이들이 잡은 미꾸라지를 뺏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찰대라고 속이면서 논밭을 해쳤다는 구실을 대는 것이죠.

또 눈썹매기엔 십년 전부터 동원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한창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학교에도 못 가고 눈썹가공에 동원되고 있다. 또한 척추가 휘면서 자세가 안 좋게 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몇 년동안 한 곳을 집중해서 봐서 그런지 눈동자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소개했는데요. 심지어 “중국에서 들어온 원자재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4년 이상 눈썹을 맨 아이들은 모두 결핵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설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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