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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처음 만난 사람들'
REPUBLIC OF KOREA 관리자 623 2007-10-10 12:38:08
부산일보 2007-10-09 11:42

3인의 도움 릴레이, 그들 모두 도시 이방인

서울이 얼마나 낯설고 복잡한 도시이던가? 똑같이 생긴 아파트, 블록형으로 나뉜 대로들. 만일 당신이 서울에서 길을 잃은 이방인이라면 어떻게 '그 곳'을 찾아갈 것인가?

탈북자인 진욱(박인수)은 이제 막 하나원에서 나와 서울과 맨몸으로 접촉하게 된다. 그런데 시작부터 쉽지 않다. 형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요 앞에 시장이 있으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사, 그리고 너희 집 주소는 102동 1005호야."라고 말하지만 진욱에게 이 사소한 말은 암호에 가깝다. 시장에 가려 나왔지만 사람들은 시장 대신 '마트'를 가리키고, "102동 1005호"를 찾지만 그런 곳은 셀 수 없이 많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가 남한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상식이나 표지는 '길찾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그는 말 그대로 길 잃은 신세가 되고 만다.

영화는 이렇듯 서울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제 막 서울에 도착한 진욱, 탈북한 지 이미 10년이 된 여자 혜정(최희진), 그리고 한국으로 시집 온 애인을 찾아 베트남에서 온 팅윤(꽝스). 물론 이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수준에서 서울과 접촉하지만 모두가 이방인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감독은 이들이 한국, 서울이라는 낯선 환경과 만나는 과정을 '길찾기'를 통해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진욱은 서울에서 길을 잃어 택시 기사 혜정을 만나고 팅윤은 부안을 부산으로 착각해 헤매다 진욱을 만난다.

세 사람이 보여주는 도움의 도미노는 그들 역시 이 곳을 떠도는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혜정은 다만 진욱보다 서울의 '길'을 더 잘 알 뿐이지만 그를 돕는다. 마찬가지로 진욱이 팅윤보다 나은 점은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조금은 나은 상황이라는 점을 이유로 그들은 자신보다 답답한 상황에 놓인 자를 돕는다. 그리고 그 도움이란 이해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진욱과 팅윤이 통하지 않는 각자의 모국어를 내뱉으며 오열하는 장면은 눈길을 뺏는다. 진욱은 탈북 중 잃어버린 여동생을 생각하며 오열하고 팅윤은 이제 영영 되찾을 길 없게 된 애인 생각에 눈물 흘린다. 진욱은 팅윤도 여동생을 찾아 왔을 것이라고 착각해 마음 아파하고 팅윤 역시 진욱이 애인 생각에 울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각자의 아픔을 토로하는 이 오해가 서로에게 결국 위안이 된다는 사실이다.

위로란 나의 상처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다. 진욱과 팅윤은 서로의 말을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그저 이해하기 때문에 위로하고 쓰다듬는다. 감독은 이 숭고한 오해야 말로 이해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정지된 화면으로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이 이 낯설고 차가운 세상에 던지는 화해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상엔 영원히 이방인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들에게 안녕, 이라며 손을 내미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 에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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