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디지털 엘리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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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2007-11-21 13:40 손전화·MP3P 열광…컴퓨터 1000달러 판매 "북한 주민중에도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있고, IT에 열광하는 이른바 '디지털 엘리트'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디지털산업이 열악해 남한과의 정보화 격차가 심각합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0일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ㆍ원장 손연기)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남북간 정보격차 해소 학술세미나'에서 남북간 디지털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남북화해ㆍ 협력 시대를 준비하는 올바른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IT산업 및 기술을 흡수하고 있지만 디지털 이용 측면에서 계급ㆍ지역간 격차가 워낙 커 남한과의 정보화 격차를 논할 때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IT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1년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중국 상해 푸동지구의 소프트웨어 단지를 방문했을 때"라며 "당시 김 위원장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의 IT 산업을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할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1998년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에 이어 2003년부터 IT부문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2022년까지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디지털에 관심을 갖는 엘리트를 가리키는 '디지털 지도층'이라는 말도 이무렵 생겨났고, 평양 IT서비스 센터에서는 최신 컴퓨터를 미화 1000달러 정도에, 중고 데스크톱 컴퓨터를 약 90달러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일부 북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MP3플레이어에 대한 관심도 뜨겁고, 최신 디지털 기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북한의 달라진 디지털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에서 '손전화'로 불리는 휴대폰이 중국에서 밀수돼 일부 계층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송이 수확철에는 많은 장사꾼들이 손전화를 쓰고 있지만 보통 때는 전원을 꺼놓거나 진동으로 해놓음으로써 단속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디지털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가 없어 실기는 생략한 채 이론수업만 받거나, 목판으로 키보드를 만들어 타이핑 연습을 하는 학교가 지금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일반 전화도 당 및 행정기관, 협동농장, 공장 등에 설치된 사무용 전화나 공중전화가 전부일 정도다. 특히 공중전화는 평양과 함흥, 청진 등 대도시에만 설치돼 있다. 또한 2003년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전화를 설치할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지만 설치비나 세금이 너무 과중해 보통 사람은 아예 꿈도 꾸기 힘들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처럼 격차가 큰 북한의 디지털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남북한의 정보화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간 정보격차 해소는 다가오는 화해ㆍ협력 시대와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북한에서 정보화교육을 담당했던 김흥광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와 새터민들이 토론회를 갖고 북한의 정보화 현황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올해로 4회째인 남북간 정보격차 해소 학술세미나는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북한간 사회 통합에 걸림돌이 될 정보격차 문제를 깊이있게 진단하고 전망하는 연구모임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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