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태안에 다녀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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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방송 이어지는 탈북자들의 태안자원봉사 행렬 기자는 지난 21 저녁, 태안기름유출 사고현장에 내려가 자원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탈북문화예술인 총연합회 김영남 회장을 비롯한 탈북자들을 만났다. “태안기름유출 사고 소식을 들은 후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어릴 때 압록강가에서 뛰놀던 향수에 젖어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찾곤 하던 만리포 해수욕장이었습니다. TV화면에 비쳐지는 시커먼 기름범벅으로 얼룩진 만리포 해수욕장을 보는 순간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20여명의 탈북자들과 함께 충남태안 기름유출사고 현장에 나가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온 탈북문화예술인 총연합회(약칭NK예총) 김영남 회장의 말이다.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19일 아내와 함께 투표장에 나가 소중한 한표를 바친 김영남 회장은 휴식을 이용하여 태안기름유출 사고현장에 내려가 자원봉사를 할 결심을 한다. 김 회장은 예술단의 배우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그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섰다. 또한 ‘평화통일교회’의 강철호 전도사와 ‘탈북여성인권연대’의 강학실 대표도 여기에 함께 동참했다. 이렇게 20명의 탈북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자원봉사 팀이 무어졌고, 자체로 방수 옷과 장갑, 마스크, 삽, 헌옷들을 준비해가지고 태안으로 내려갔다. 이들은 이곳에서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기름제거 작업을 벌였다.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가지고 국내외 봉사자들과 나란히 기름때를 벗겨냈다. 현장에 있던 MBC방송국의 취재진이 탈북자 단체들이 지원적으로 봉사 팀을 무어 기름제거 작업을 하는 모습을 취재하겠다고 했으나 김영남 회장과 탈북자들은 “여기에 일하러 왔지, 이름이나 남기려고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저 일반자원봉사자들처럼 생각해 달라”고 말하며 취재를 거절했다.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가슴 한가득 하지만 남한정착이 너무도 어려워 벼랑 끝에 선 심정마냥 가슴을 움켜쥐고 사는 것은 대한민국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허나 그렇게 힘들고 거칠어도 기름유출사고로 내 나라, 내 땅의 환경오염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 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자마자, 혈육 한점 없는 환경조건에서 삶의 어려움을 순간순간마다 짜릿하게 피부로 느껴 본 탈북자들이기에 피해를 입고 힘들어 할 어부들을 생각하며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고 한다.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이들은 될수록 조용히 일을 마치고 돌아 올 예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태안에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일하는 도중에 핸드폰의 벨이 울려도 기름 묻은 손으로 핸드폰을 꺼낼 수 없는 관계로 전화를 제때에 받지 못해 지인들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했다. 대부분이 NK예총의 탈북여성 배우들로 구성된 태안자원봉사 참가자들은 모든 바위와 조약돌 하나도 원상대로 깨끗이 닦아내겠다는 정신으로 애국의 구슬땀을 바쳤다. 이들의 선행을 전해들은 많은 탈북자들은 감동을 받아 “우리도 태안으로 가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받기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줄지어 태안으로 달려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새평양 교회’의 엄명희 전도사는 26일 탈북성도들과 함께 태안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많은 탈북자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고 여러 탈북단체들도 잇따라 태안에 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영남 회장과 강철호 전도사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얼마 전 경기도 일산의 치매노인치료 센터인 “행복마을”을 찾아가 소문 없는 자원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제 받기만 하는 탈북자가 아니라 어려움과 안타까움을 나눌 줄도 알고, 조국의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성숙한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한 탈북자들의 아름다운 내면을 느낄 수 있다. 민주시민은 누가 알아주건 말건 자기의 아름다운 마음을 스스럼없이 바칠 줄아는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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