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1초에 눈 열번 이상 돌려야 먹고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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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7-12-28 17:44 [조선족 친척방문기下] 도둑 천지에 생존전쟁 치열 시장주변 골목길들에 석탄과 나무를 파는 장사꾼들이 줄을 지었다. 농촌사람들이 쇠로 만든 발구(달구지)에 나무를 싣고 와서 판다. 값은 모르겠다. 장사 밑천이 없고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 나무와 석탄을 파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장마당 장사꾼들은 1초에 눈이 열 번 이상 돌아야 먹고 산다고 한다. 장마당에 앉는 여자들이 정말 대단하다. 꽃제비를 막아야 하고, 전문 털이(장마당 전문 도둑)를 막아야 하고, 시장관리원 피해야 하고, 보안원(경찰) 피해야 하고, 물건도 팔아야 한다. 생존을 위한 전쟁터에 나온 여성 전사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름에 갔을 때는 꽃제비들이 많았는데 이번 겨울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함경도나 양강도는 겨울이 추워서 여름에는 꽃제비들이 몰려들었다가 겨울이면 모두 더운 지방으로 간다고 한다. 굶어 죽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전에는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산을 벗겨 농사도 짓고 악착같이 장사를 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조선에는 무슨 도둑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조카 집에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모르는 사람이 문을 두드린다. 길을 묻는 사람, 아무개네 집을 찾는다는 사람, 무엇을 사지 않겠냐고 묻는 사람, 여하튼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후에 알고 보니 이런 사람들은 모두 도둑들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구실을 붙여 문을 두드리고 찾다가 사람이 없는 눈치만 보이면 문을 열고 들어가 도둑질을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2중 3중의 잠금 장치도 마음에 놓이지 않아서 집에 사람을 남겨두지 않으면 마음 놓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설마 그럴 필요까지 있냐고 하니 조카네가 ‘조선 물정을 그리도 모르냐’고 타박을 했다. 조선에서는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이와의 전쟁이다. 조선에 갔다 오면 옷에 이가 낀다. 처음 친척집에서 갔을 때 하루 밤 자고 나니 몸이 근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내 몸에 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고 당장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지금은 친척들의 생활이 많이 나아지고 집들도 깨끗해 졌다. 그래도 조선에만 갔다 오면 꼭 몸에 이가 낀다. 조카의 말이 아이들이 탁아소에 가고 유치원에 가면 이가 묻어온다는 것이다. 한 번은 조카 친구가 놀려왔는데 겉옷에 이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걸 보고 별로 놀라거나 창피해 하지 않았다. 장마당에 가면 참빗(머리의 이를 잡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빗)을 파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조선에 가면 어느 집이나 참빗을 가지고 있다. 며칠에 한 번씩 참빗으로 머리를 빗어 이를 잡는 것이 조선 사람들의 습관인 것 같다. 나는 조선에만 갔다 오면 집에 들어서는 즉시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쓰레기장에 버린다. 조선에 갔다 온 다른 사람들도 모두 중국 땅에 들어서는 순간 입고 갔던 옷들을 버린다고 한다. 설사 이가 없다고 해도 무엇인가 께름하고 스산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조선 사람들은 이가 중국에서 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국에 이제는 이가 거의 없다고 말해도 믿지를 않는다. 북한 당국에서 중국이 고의적으로 상품을 통해 옷들에 이가 끼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카 이웃 사람이 그런 말을 하길래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그런데도 ‘왜 중국 사람은 이를 조선에 넣어서 못살게 구느냐’고 하길래 화가 나서 한 마디 했다. 그런 것을 믿는 사람이 바보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이웃 사람 눈치가 이상하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조카가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줬다. 모두가 중국 상품들을 쓰고 살면서도 거기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중국 약을 먹고 죽었다든지, 중국 맛내기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든지 하는 소문들이 많았다. 왜 그런 황당한 소문들이 도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다음 어려웠던 것은 변소를 보는 일이다. 조선은 집안에 위생실(화장실)이 있는 집들이 얼마 없다. 아파트들도 거의 다 밖에 있는 공동변소를 쓰고 있는데 정말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다. 여름에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지금은 겨울이어서 보면 보는 대로 다 얼어붙어 변소에 용변이 산처럼 쌓였다. 안에 산처럼 쌓여서 밤에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밤에는 밖에서 일을 보는데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다. 겨울의 산처럼 얼어붙은 용변을 가리켜 사람들이 ‘금강산 만물상’이라고 부른다. 오죽했으면 그런 말까지 돌겠는가? 변소는 설이 지나야 깨끗해진다고 한다. 그때에 가면 인민반별로 변소를 모두 청소해서 주변 농장에 비료로 실어간다고 했다. 텔레비전(TV)에서도 하루 종일 김정일, 간판도 다 김정일, 진짜 노래도 김정일, 책을 봐도 김정일, 보고 듣는 것은 다 김정일이다. 조선에 가면 지겹게 김정일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또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도 김정일인 것 같다. 집에서 김정일에 대한 노래나 영화가 나와도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김일성, 김정일이 나오는 기록영화(다큐멘터리)나 나오면 스위치를 꺼버린다. 이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다. 위에서 못 보게 해도 몰래 숨어서 본다.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한국 영화를 구입해 보곤 했다. 나는 한국노래를 잘 모르는데 조선 사람들이 한국 노래를 더 많이 아는 것 같았다. 조카의 친구는 "남조선 가수 주현미가 하도 노래를 잘 불러서 카세트(녹음기 테이프)로 노래를 들을 때 정말 목소리만큼 아름답게 생긴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진을 우연히 봤는데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았다고 한다. 조선 세관을 넘어와 중국 땅에 발을 디디면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진다. 국경만 넘으면 좋은 세상인데 왜 저런 땅에 태어나서 사람들이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끝)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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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항상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