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갈고닦은 리듬체조 한국 후진양성에 도움됐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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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8-02-05 03:08 지난해 6월 탈북 이경희 코치 "개인종합 1위 했어요. 댕기에서도 1등… 아, 댕기 아니라 리본요." 지난해 6월 탈북해 한국에 온 지 8개월이 된 이경희(37·사진) 코치는 아직 한국의 리듬체조 용어가 어색한 듯 '리본'을 '댕기'라고 불렀다. 1986년부터 1994년까지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 코치는 1991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선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줄과 볼에서 1위, 곤봉 2위를 차지하며 개인종합 우승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서양인은 리듬체조에서 동양인이 더 잘하면 '수치'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실력으로 1위를 안 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도 출전, 개인종합 17위에 올랐다. "아빠, 엄마. 3일만 시골에 갔다 올게요." 잇따른 국제대회 입상으로 북한에서 '공훈체육인' 호칭을 얻었던 이 코치는 지난해 6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평양을 뒤로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린 '3일'은 언제 지킬 수 있을지 모르는 약속이 됐다. '공훈체육인'은 올림픽 또는 세계선수권대회 1위를 해야 될 수 있는 '인민체육인'에 버금가는 칭호다. 20여개의 훈장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 그였지만 가정에 악재가 겹치고 국제대회 출전으로 바깥세계에 눈을 뜬 경험이 더해지면서 한국행을 택하게 됐다. 이 코치는 지난해 11월부터 대한체조협회 순회코치로 한국 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주니어대표 등 여러 선수들의 지도를 돕고 있다. 정부의 새터민(탈북자) 지원정책에 따라 정착지원금을 받는 동안엔 취업을 할 수 없어 현재 '무보수'지만 오는 3월이면 정식 순회코치로 한국에서 첫 월급봉투도 받게 된다. 대한체조협회 김지영 리듬기술위원장은 "이 코치는 1990년대 초반 한국 리듬체조가 중위권에 오르기도 힘들었을 때 3개의 금메달을 땄다"면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어보고 지도하는 예리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날은 이 코치가 한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설날이다. 가족이 모두 북한에 있는 그는 아들과 함께 단둘이 조용한 설날을 보낼 계획이다. 이 코치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힘들지만 한국 사회에 정착해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민 기자 sarangh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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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코치가되신것을 축하합니다.
새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하시는일 다 잘 되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