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센터' 설립자 윤여상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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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8-03-23 08:01 탈북자 3천여명 증언자료와 인권피해자료 4천여건 보관 "정부 지원 없고 국민 관심도 낮은 것이 큰 고민" 심규석 기자 = "히틀러의 강제수용소인 아우슈비츠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수많은 인권피해 사례가 있지만 북한은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권피해의 완성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종류가 많지만 참혹한 실상이 베일에 가려져 있어 외부에서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치학 박사인 윤여상(42)씨는 2003년 5월 북한인권정보센터 설립과 동시에 소장을 맡아 탈북자들이 겪은 인권피해 사례와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피해 실태를 조사.기록.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센터에는 윤 소장과 함께 10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이들은 탈북자와 면담을 통해 각종 자료를 수집.분석.보존하는 일뿐만 아니라 고문.구금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하는 탈북자들과 상담하면서 이들의 정신적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일도 하고 있다. 평안남도 개천시 개천14호 정치범수용소 안에서 태어나 주체사상이 무엇인지, 김일성.김정일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살다 탈북한 뒤 국내로 입국해 수기 '북한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출간한 신동혁(26)씨도 이 센터에서 숙식을 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치료했다. 이 센터에는 3천여명의 국내외 탈북자 증언자료와 함께 북한당국이 자행한 4천여건의 인권피해 사례가 보관돼 있다고 한다. 윤 소장은 "정치적 중립과 데이터의 공정성.객관성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면서 "공공재를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의 출판활동도 왕성한데 지난해 만들어진 출판부는 '북한인권통계백서' 국문.영문판, '북한종교자유백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 '북한인권문헌백서' 등을 선보였다. 윤 소장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군 제대 직후. 비무장지대에서 심리전 요원으로 복무했다는 윤 소장은 "제대 후 '남북 체제가 이질적인 상황에서 통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면서 "탈북자들과 밥도 같이 먹고, 자면서 들은 이야기는 인권문제로 귀결됐는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북한인권 문제에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이 1999년 설립된 후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하러 갔고 주중에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러 가는 등 몇년 간을 하나원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탈북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피해 예방과 사후 피해자 보상.구제, 가해자 처벌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2000년대 초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제안했지만 남북관계가 특수한 상황에서 설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의 인권피해 사례 수집.분석이 국가적으로 매우 필요하고 늦출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하기 어렵다면 민간 차원에서 먼저 시작해야겠다는 취지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2003년 5월 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설립한 지 5년이나 됐지만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없고,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극히 낮다는 것이 윤 소장의 고민이다. 그는 "북한 당국이 저지른 인권피해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무관심이라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렇다보니 윤 소장 자신은 급여를 전혀 받지 않고 있으며 석.박사 출신의 연구원 10명에게 최저생계비 수준의 돈만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어떤 때는 정보 접근을 일부 허용했다가 어떤 때는 차단하고...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모호한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지원을 하지 못할지언정 정보 접근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설치를 검토 중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관련, "정부가 주도할 경우 남북 갈등을 초래할 수 있고 남측에서도 이념 대립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는 민간에 이 사업을 맡기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자료를 제공하며 감독하는 방식이 좋다"고 제안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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