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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탈북 소년 이야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927 2008-11-03 21:54:54
SBS 2008-10-29 11:34

[SBS 사회부 유재규 기자의 현장 취재파일] 우리 나이로 이제 여섯살이 된 남자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났고, 중국에 있다 남한에 들어온 지 이제 2년 남짓 됩니다. 하지만, 탈북자 지위를 그동안 인정받지 못해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유치원도 가지 못했습니다. 또래들과 놀다 친구들이 유치원에 가면 유치원 문 까지 같이 갔다가 혼자 집에 돌아와 만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먼저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이모가 이 어린이의 탈북자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지난 주말, 판결이 나왔고 법원은 탈북자 지위를 인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주말 근무를 하다 이 어린이를 만나고 왔습니다. 편의상 이 어린이를 A라고 부르겠습니다.

A는 어린 나이지만 참 기구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벌써 북한 감옥에 세 차례나 다녀왔다고 하네요. 엄마와 함께 세 차례 넘게 탈북을 한 것이죠. A의 엄마는 번번이 중국 공안에 걸려 북송됐다고 합니다. 워낙 탈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지 압록강을 넘은 것 자체는 큰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북송되면 감옥에 가고 반 년 남짓 있다 나온다고 하네요. 감옥에서 나오면 다시 압록강을 넘는다고 합니다.

A가 엄마와 헤어진 건 벌써 2년이 넘습니다. 탈북해서 중국에 있는데 다시 공안에 적발된 거죠. 한국인 브로커도 함께 잡혀서 재판을 받게 됐다고 합니다.

이 때 A의 이모는 남한에 정착을 했기에 A의 이모와 엄마는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A는 중국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중국인이라고 주장을 한거죠. 그래서 감옥에서 빼냈습니다. A의 이모가 중국에 있는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서 A를 보살피다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들 편에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거죠.

A는 중국 곳곳을 전전하면서 설사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4살 난 어린이니까 오죽 했겠습니까...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들도 A를 데리고 오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자신들의 신변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사에 시달리는 기저귀 찬 어린이를 데리고 다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아냐는 것이죠.

우여 곡절끝에 A는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문제는 A의 엄마죠.

북송이 됐던 A의 엄마는 반년 후 출옥했고, 다시 압록강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탈북엔 상당한 돈이 들더군요. 한 사람 당 1천만 원 남짓을 주면 탈북에서 남한행까지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중국 곳곳에 있다고 합니다. A의 엄마를 데려오는 데 브로커가 제시한 건 1천2백만 원.

그 돈이 없었기에 A의 이모는 꾀를 냈습니다. 동생과 얼굴이 똑같기에 자신의 여권으로 동생을 남한으로 보내려고 한 것이죠. 그렇게 평택행 배에까지 동생을 태우고, 배가 출발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배가 출발하기 전... 동생이 족쇄에 채워진채 끌려내려오더랍니다. 누군가 A의 엄마가 탈북자 같다며 신고를 한 것이죠.

사실 북한 국경을 넘는 일보다 남한으로 들어오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또, 북송될 때도 남한으로 가려했던 게 확실할 경우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다고 하네요.

A의 엄마의 경우 남한 여권을 갖고 있었기에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A 이모는 1천2백만 원을 어떻게든 모았어야 했는데... 동생을 사지로 보냈다며 눈물 지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경우 1만 명 중 한 명 정도만 살아서 나온다고 하네요...

탈북해 정착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지만, 이 분들이 자본주의 남한 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국가에서 정착금을 주지만, 대부분은 수급자로 살아갑니다. 또, 북쪽에 남아있는 가족, 친지들을 데려오기 위해 없는 살림을 털어 브로커에게 거액을 주게 되고... 하나원을 나올 때 취업을 위한 교육을 하고 일자리를 알선한다고는 하지만... 성공적으로 자리잡긴 어려운 듯 합니다.

한국어를 쓴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말 자체도 이미 많이 달라진데다 다른 체제에서 50년 넘게 살면서 문화도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새터민,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압록강, 두만강을 넘는 사람들은 계속 됩니다. 휴전선 저 쪽의 삶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까요??

A가 확정 판결을 받아 탈북자 지위를 인정받으면 무상으로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유치원에 가지 못한 시간동안 또래들보다 교육을 받지 못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A가 한국 사회에서 다른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차근차근 과정을 잘 밟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유재규gunsjazz@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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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날씨 2008-11-03 22:49:25
    참 기막힌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 사회에서 일어날수 있는일 그것은 거짓이 아닌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그 어린이에게 자유와 권리를 그리고 그에대한 배려를 베풀어주시기를 저는 희망합니다 자기가 태여난 고향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단지 배고파 허기진 창자를 끌어안고 엄마의 손에 이끌려 탈북했을 그 어린이를 생각하면 이세상이 너무나 공평하지 못하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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