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탄절엔 ‘새터민 캐럴’ 울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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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2008-12-02 19:45 뮤지컬 ‘크리스마스캐럴’ 탈북자 넷 공연 참여 “같은 민족의 고통에 더 많은 관심 가졌으면” 해마다 이맘때면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공연이 찾아온다. 서울예술단이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1812~1870)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가족뮤지컬 .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유령과 시간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를 깨닫고 새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줄거리다. 서울예술단은 2004년부터 해마다 이 작품에 장애우와 소년원생, 혼혈아동 등 소외계층을 직접 출연시켜 감동을 나누고 있다. 특히 올해는 네 명의 새터민(탈북자)이 합류해 20~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서 ‘가족, 사랑, 용서’의 메시지를 전한다. 공릉새터민정착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 오디션에 뽑힌 새터민 리슬(27·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김유나(25·서강대 국문과), 김애라(24·서강대 신방과), 김혜영(12·서울 용동초등학교)이 그들(가명)이다. 네 사람은 말리 유령 일행, 구세군 등의 조연을 맡는다. “남한에 온 뒤로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지만 기회가 올 줄은 몰랐어요. 연습하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연기가 참 힘들어요.” 2003년 정착한 김유나씨는 ‘꽃 파는 처녀’ 역 등 1인3역에 도전한다. 그는 “집에서도 거울 보며 노래와 춤을 2시간 정도 연습한다”고 했다. 김씨는 “새터민동아리회장 언니 말고는 다른 친구들이 출연 사실을 잘 모르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알릴 생각”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도 10년 전 중국에 직장을 구하러 갔다가 연락이 끊기자 2002년 여동생을 데리고 중국에 건너왔다. 자매는 한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남한에 들어왔다고 했다. 부유한 마을 소녀 역을 맡은 김혜영 어린이는 요즘처럼 신나는 날이 없다. 2007년 10월 어머니와 정착한 혜영양은 춤과 웅변에 재능이 많다. 매일 집에서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지도로 맹연습하며 함께 출연하는 또래 초등학생 친구들(아역배우 12명)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한다. “스크루지가 착한 사람으로 돌아와 기뻤어요. 연습하면서 거짓말 않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죠. 친구야! 나 뮤지컬에 나오니까 꼭 보러 와서 응원해줘!” 집에서도 티브이 보고 섹시 댄스를 따라 춘다는 그는 “이효리 언니처럼 춤 잘 추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행인과 거위 장수 역의 리슬씨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가수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를 18번으로 꼽을 만큼 발라드를 잘 불렀다고 한다. ‘꽃제비’들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남한 가요 테이프나 , 같은 남한 드라마 비디오를 보고 들으면서 노래를 익혔다고 한다. 함북 청진시가 고향인 그는 1996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생활고로 2004년 어머니가 홍콩을 거쳐 먼저 남한에 들어왔다. 2005년 여동생에 이어, 2006년 3월에는 자신이 외할머니를 모시고 중국을 거쳐 건너왔다. 그는 “고향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남의 집 사람 고통을 덜어주는 것도 좋지만 우리 집안 형제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을 하다 보니까 제가 제일 ‘빠지는’ 것 같다”며 “오히려 여동생이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해서 더 맞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했다. 올해 무대에선 새터민 외에도 2004년 이 작품으로 데뷔해 배우로 활동 중인 장애우 길별은(39·지체장애 3급)씨와 이재란(25·청각장애 2급)씨가 유령 일행과 마리아(메신저) 역으로 나선다. 또 초연 때부터 스크루지로 변신했던 예술단 간판 배우 박석용씨도 올해 더욱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줄 참이다. 2003년 이병훈 용인대 교수의 연출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행복은 어디서 올까’ ‘스크루지가 변한다면’ 등 체코 작곡가 바르타크가 지은 서정적 음악 40여곡과 19세기 영국 풍경을 묘사한 사실적 무대 등이 돋보인다. 공연 전 극장 현관에서 5인조 구세군 악대가 자선냄비를 차려놓고 펼치는 콘서트도 구경할 수 있다. 은 서울 공연에 앞서 6~7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13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먼저 관객과 만난다. 19일엔 사회복지포털(www.bokji.net)을 통해 관람을 신청한 중증 장애인 100여명도 초청해 최종 리허설을 공개한다. (02)501-7888.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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