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림의 묘-묘주 김정남’이 주는 그 묘한 뉘앙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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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성혜림의 묘가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성혜림은 김정일의 첫 동거녀였고,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어머니다. 원래 성혜림은 김일성종합대 연구사 이평(李平)의 아내였다. 이평의 아버지가 월북작가 이기영이다. 성혜림의 시동생이었던 사람이 남한에도 잘 알려진 북한 아태평화위의 이종혁이다. 김정일과 이종혁은 김일성종합대 동기다. 김정일은, 말하자면 친구의 형수를 유혹하여 몰래 데리고 산 것이다. 김정일이 성혜림과 동거한 사실은 한동안 김일성도 몰랐다고 한다. 28일자 동아일보는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성혜림의 묘를 찾아내고 사진까지 보도했다. 성혜림의 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2005년에 모스크바 서쪽 트로예쿠롭스코예 공동묘지에 현재의 성혜림의 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성혜림의 묘'(1937. 1.24.-2002. 5. 18)라는 글씨가 뚜렷하다. 성혜림은 2002년에 사망했다. 사망 직후 성혜림의 묘에는 러시아 여성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김정일은 처음부터 북한의 유명 여배우 성혜림과 동거한 사실을 극비에 부쳤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문화예술계 사람들을 모조리 수용소로 보냈다. 지금 서울에 사는 탈북자 김영순씨는 성혜림을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범수용소로 갔었다. 때문에 성혜림이 사망하고 러시아 북한대사관이 그 묘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위장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현재 성혜림의 묘 사망자 명부에는 '오순희'라는 가명으로 등재되었다. 그런데, 어찌 해서 '성혜림의 묘'라는 글씨가 뚜렷한 묘비가 2005년에 만들어졌을까? 그 해답은 아무래도 묘비 뒤에 있는 '묘주 김정남'이라는 글씨에서 힌트를 얻어야 할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2005년 김정남이 자신의 어머니 묘를 직접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묘주 김정남'이라는 글씨가 주는 뉘앙스는, 그래서 묘하게 느껴진다. 김정남은 올해 초부터 '김정운 후계자설'이 나돌자 일본 언론들과 만나 '후계는 아버지(김정일)가 정한다' '나는 후계에 관심 없다' '아버지가 정운을 매우 사랑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왔다. 후계문제와 관련하여 몸을 완전히 낮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정말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1997년 북한 공작원에게 암살된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은 김정남과 김정일 관저에서 함께 자랐다. 이한영은 자신의 수기 '대동강 로열패밀리'(도서출판 시대정신)에서 정남은 어릴 때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제왕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김정일이 어린 정남을 노동당 본청사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앉혀놓고, "장차 네가 앉을 자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주로 중국에서 활동해온 김정남은 김정철·정운의 생모인 고영희가 2004년 사망하자 "나의 어머니도 죽었고, 정철 정운의 어머니도 죽었다. 이제, 후계는 조선(북한)의 풍속대로 장남이 승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연인지 몰라도, 고영희 사망후 1년이 지난 2005년에 드디어 '성혜림의 묘-묘주 김정남'이라는 '진실의 글씨'가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국 정부가 김정남을 '원격 경호'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다. 김정남도 지금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지금으로선 대략 2012년 경으로 예상되지만, 김정일이 계속 생존해 있어서 김정운을 후계자로 확정하는 시기까지, 다시 말해 '유일적 지도체제'에서 정운이 김정일에 이어 '유일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시기까지, 김정남은 한껏 몸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생존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김정운이 권력을 공고히 하게 되면 김정남은 몸을 낮춘 상태에서 마치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의 인생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전에, 즉 김정운의 권력이 공고화되기 전에 만약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진다면, 그때도 김정남이 과연 계속 몸을 낮추고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 북한의 후계문제와 관련하여 김정남이 '자신의 본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10% 정도는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성혜림은 비운의 여성이었다. 북한 주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은 유명 여배우에서 김정일의 숨겨진 동거녀로 바뀔 때부터 비운이 시작되었다. 북한 주민들은 '알아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 사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성혜림의 묘'가 뚜렷이 한국 언론에 등장했다. 이제부터 성혜림이 겪은 불행을 북한 주민들도 서서히 알게될 것이다. 인권변호사였던 고 조영래 씨는 “진실을 영원히 가두어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역에서 진실이 가장 두려운 사람, 그는 김정일이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김정일은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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