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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한에서 온 ‘신기한 언니’
대한민국정책포털 2009-11-05 00:00: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1831 2009-11-12 09:21:42
북한에서의 생활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꿈'을 가질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엄마·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떠돌아다니며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일에 대한 희망이나 계획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오게 되면서 배움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 대학 새내기로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자유로운 곳에서 그동안 배우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배우리라는 생각으로 마냥 들떠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편입한 후 내가 공부한다는 것이 현실과는 맞지 않는 어리석은 발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다섯 살이나 어린 동생들과 함께 어울려야만 하는 상황이 두려웠고 탈북자, 그리고 22살이라는 나이에 대한 시선이 걱정되었습니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들어도 머리에 남는 건 별로 없었고 성적은 오르지 않아 몇 번이고 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결석·지각 한번 없이 학교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난 할 수 있다’는 무모한 도전정신을 주입시켰습니다. 그러나 도전정신으로만 2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버텼다면 힘든 시간이었다는 기억 외에 만족감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가질 수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으로도 매사에 감사했으며 그럼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측면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부정적인 것들이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게 생각했던 탈북자의 신분과 22살 고등학생이라는 특수성은 아이들로 하여금 호감을 가지게 하였고 그렇게 '북한에서 온 신기한 언니'로 그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오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성적도 점점 나아졌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생겨났습니다. 물론 꼴등에서 일등으로 뛰어 오르는 기적이 일어난 건 아니었지만 성적이 점점 올라가면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정말 기뻤습니다.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가 어떤 면을 보는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가능도 불가능도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므로 긍정적 마음가짐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는 점을 저는 믿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으로 탁구 동아리와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밤 11시까지 열람실에 앉아 공부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또 고등학교 후배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선배로서 학업과 일상생활, 그리고 진학에 대한 자그마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탈북청소년리더십클럽' 회원으로서 사회 유명 인사들의 강의와 창업아이템 프로그램, 신문사 방문 등 색다른 것들을 체험하는 리더십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탈북청소년 대상의 '한겨레 계절학교' 교사로 3주간 동안 봉사했으며 지금은 탈북청소년들과 일반 고등학생들이 함께 참가하는 주말프로그램의 지원 스텝으로 일하면서 함께하는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할 때 마다 타인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북한과 중국에서 경험한 어려움 덕분에 오늘의 편안한 일상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탈북청소년으로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우리들이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보다 더 강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말해 주듯 고난은 희망의 씨앗이고 보다 더 성숙된 삶을 살게 해주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꿈은 심리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창조한 많은 것들이 '가능하다'라는 강한 믿음 아래 이뤄진 것 같이 어려움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남북의 통일 또한 '가능하다'는 신념이 있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면 통일은 결코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며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이루어 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형식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럼으로 남과 북의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고 서로 신뢰할 때 진정한 통일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저는 선·후배,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그들에게 좀 더 나은 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남북 통일이 되어도 북한 주민들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고민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있는 많은 탈북청소년들도 그들이 지고 있는 중대한 역할에 대해 자각하고 더 나아가 통일 과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멘토로서 저의 경험을 공유할 것입니다.

글:김은주(북한이탈주민, ‘06년 입국, 서강대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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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유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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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 2009-11-12 18:08:25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은 최소한 손해 볼 일은 별로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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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주 2009-11-13 13:12:14
    은주야 힘을 내고 훌륭한 대학생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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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디 2009-11-14 16:56:49

    - 문디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09-11-14 16: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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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디 2009-11-14 16:57:34
    은주야, 훌륭한 멘토르가 되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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