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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식 짝강냉이밥과 강냉이국수를 아시나요
주성하기자 2011-02-24 07:24:42 원문보기 관리자 2756 2011-02-27 23:53:45


북한 마을에 어쩌다 전기가 들어올 때마다 “불이 왔다”고 환호하는 아낙네들이 바람처럼 모여드는 곳이 있다. 바로 방앗간이다.

방앗간은 한국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추억으로 전락할 뿐이지만 북한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방앗간의 인기는 날로 상승한다. 북한은 가공식품이 거의 없다.

농장에서 전기가 없어 탈곡조차 잘 못하니 농촌에서 분배를 줄 때는 벼나 옥수수 이삭 그대로 주는 경우가 많다.

벼나 통옥수수를 그냥 먹기는 힘들다. 사람들은 그런 겉곡식을 몽땅 가공해 먹을 수밖에 없다. 농촌에서 발방아나 절구로 가공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매우 힘이 드는 중노동이다.

전기가 오지 않으면 할 수 없지만 전기만 왔다 하면 아낙네들이 옥수수를 이고 지고 메고 정신없이 방앗간에 달려간다. 방앗간은 북한에서 소비되는 거의 모든 곡식들이 거쳐 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앗간에서 일하는 여성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만큼 방앗간에 취직하기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방앗간에서 일하면 이리저리 떼먹는 방법도 많지만 합법적으로만 먹어도 적어도 가족이 굶어죽을 염려는 없다.

북한 당국에서 인정하는 감모율이라는 것이 있다. 수분이 채 빠지지 않은 옥수수가 기계에서 가루로 타개지면 열이 발생하는데 그 열에 의해 일정한 손실이 발생한다.

실례로 옥수수 1㎏을 넣으면 가루는 900g 정도 나오는 식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만든 기준은 매우 관대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감모율을 900g으로 보면 실제는 이보다 몇 십g 더 나온다. 티끝 모아 태산이라고 그런 것만 잘 모아도 나중에 엄청난 양이 된다.

그뿐 아니라 방앗간 직원은 가공 순서도 조절할 수 있다. 언제 불이 왔다 갈지 모르는 환경에서 슬쩍 빨리 해준다는 것은 대단한 특혜다. 그러니 방앗간 직원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마을에서 서로 잘 보이려 한다. 뭘 부탁받아도 잘 들어주려고 한다.

방앗간의 주요 가공 곡물은 옥수수다. 북한 주민들의 주식이 쌀과 옥수수인데, 쌀은 껍질만 벗기고 밥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가공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하게는 쌀이 많지도 않다.

물론 명절 때는 떡가루를 만들기 위해 오지만 평상시에 많이 취급하는 품목은 아니다.

하지만 옥수수는 평상시에도 짝강냉이와 강냉이국수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

짝강냉이는 옥수수를 직경 0.3~0.5㎜ 정도 되게 부수는 것을 말한다. 통옥수수로는 밥을 해먹지 못하지만 옥수수를 입쌀과 비슷한 크기의 알갱이로 부수면 밥을 해먹기 좋다.

요것을 짝강냉이라고 한다. 함경도에선 짝강내라고 한다. 한국에선 옥수수쌀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를 짝강냉이밥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들의 주식이다.

짝강냉이밥은 다시 수십 가지의 무한한 버전으로 변화된다.

좀 잘사는 집은 쌀과 함께 섞어서 먹지만 가난한 집은 짝강냉이로만 밥을 하면 ‘분한이 없다’며 여기에 감자나 나물, 풀 등 뭘 많이 섞어 먹는다.

가난할수록 풀이 많이 섞인다. 짝강냉이밥에 강냉이 가루를 뿌려 먹는 가루밥도 맛있다.

파주에 가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체험 학교가 있는데 여기서 점심에 이런 짝강냉이밥을 만들어주면서 “북한 사람들은 이런 밥을 먹습니다”고 교육한다.

그런데 한국의 옥수수는 대개 찰옥수수다. 사료용 옥수수로 밥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차마 그럴 수는 없으니 찰옥수수를 타개서 밥을 해준다.

쌀밥에 질려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정말 난생 처음 먹어보는 별미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선생님, 북한 사람들은 참 좋겠습니다. 항상 이런 맛있는 밥만 먹어서….”

짝강냉이밥과 동열에 놓이는 북한 사람들의 2대 주식은 강냉이 국수이다.

북한 사람들 국수를 참 많이도 먹는다. 별미로 먹는 한국과는 달리 북한에서 국수는 주식이다.

북한 사람들이 국수를 특별히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옥수수는 짝강냉이와 가루, 옥수수로 만들 수 있다. 가루는 특별히 음식을 할 만한 것이 없다. 빵이나 지짐이를 지져 먹기도 하지만 맛도 뻣뻣하거니와 좀만 시간이 지나면 식어서 딱딱해져 먹기 힘들다.

가루로 할 수 있는 것은 옥수수 국수이다. 국수는 짝강냉이밥보다 분한이 있다고 가난한 집에서 짝강냉이보다 더 많이 선호한다.

오른쪽 사진이 북한에서 먹는 옥수수 국수 사진이다. 북한 옥수수 국수 사진은 정말 찾기 힘든데 마침 1990년 말 신포지구에 파견됐다 많은 북한 사진을 찍은 리만근 님의 홈페이지에서 발견했다.

옥수수 1㎏을 가공하면 통옥수수에서 눈과 껍질이 분리되고 잘못 부셔져서 보드랍게 된 가루가 또 나오고 해서 짝강냉이는 800g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국수는 물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옥수수 1㎏에서 국수 1.2㎏이 나온다. 양도 많아질 뿐 아니라 보관도 쉽고 해먹기도 쉽다.

밥을 먹으면 국도 끓여야 하고 이래저래 드는 품도 많지만, 국수는 물을 끓여서 국수를 데쳐 더운물에 말아 간장을 쳐서 먹으면 그만이다. 반찬도 김치 하나면 충분하다.

어떤 사람이 내게 북한에선 어떤 육수를 주로 먹냐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육수는 고기가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인데 육수를 만들어 먹을 여유가 있는 집은 거의 없다.

그냥 더운 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다.

강냉이 국수를 물에 오랫동안 담구면 면발의 직경이 2~3배로 불어난다. 그리고 뚝뚝 끊어진다. 여기에 시래기와 같은 식용이 될 수 있는 풀까지 넣어서 휘저으면 북한 주민들이 후룩후룩 마시는 국수죽이 된다. 국수죽은 곡물 양이 적다 보니 그만큼 빨리 배가 고프다.

대학 다닐 때 강냉이 국수죽 정말 질리게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남쪽에 와서 한동안 국수는 찾게 되지 않았다. 요즘은 평양냉면을 잘 먹지만 말이다.

남쪽에 와보니 강냉이 국수나 국수죽을 각종 건강 재료를 넣어 만들면 참 훌륭한 웰빙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 사람들 배가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고, 머리가 벗어진 사람도, 안경 낀 사람들도 거의 없다. 물론 기름진 것 못 먹어서 그렇고, 컴퓨터 안 써서 그러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 풍습도 많이 관계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이곳에 옥수수 국수가 없다는 착상을 하고 만들어 팔아봤지만 성적이 시원치 않았던 것 같다. 주요 고객은 북한의 강냉이 국수가 그리운, 그러나 어디서 살 수가 없었던 탈북자들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여기 사람들에겐 강냉이 국수가 많이 길들여지지 않은 맛이라 쉽게 다가가기 힘들 것이다. 탈북자들은 누릅국수도 만들어 파는데 강냉이 국수와 마찬가지로 모두 건강식이다. 밀가루 국수보다는 훨씬 건강에 좋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래도 모른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먹었던 꿀꿀이죽이 부대찌개로 부활한 것처럼, 트림이 껄~나오는 막걸리가 최근 갑자기 웰빙 아이콘으로 떠오를 줄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처럼.

탈북자 공장에서 생산된 옥수수 국수를 많이 사주는 것이 건강도 좋고 힘들게 정착하는 탈북자들도 도와주는 1석2조의 좋은 일이다.

눈물의 짝강냉이밥과 강냉이국수가 남한에서 웰빙 바람과 함께 인기 음식이 되는 날이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는 남쪽에는 옥수수관련 연구가 활발한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혹시 나중에 강냉이가 쌀보다는 '그거'에 훨씬 더 좋다는 연구결과 같은 것이 발표되면서 갑자기 인기가 폭발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거 있잖은가.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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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단하다 ip1 2011-02-28 23:18:37
    이분은 북한에서 아주 사는 구만 살아 . 남자가 어찌 이렇게 아낙들이 하는 일을
    쏙쏙 들이 알가 ? 그것도 평양 김대를 나왔다는 사람이. 달르긴 달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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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감 ip2 2011-03-01 08:23:14
    나도 놀랐음...
    감모률 쓴 것 보고 놀랐음.
    저런 거 아는 사람 많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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