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북한시에 등장하는 황당한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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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3월 4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만수대 김일성 동상을 배경으로 당 마크가 새겨진 빠간 노동당 깃발 선전물이 서있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철 시인의 시 ‘어머니’는 모르시는 분이 없을 겁니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학교에서도 암송시키고 하죠. 내 이제는 다 자란 아이들을 거느리고 어느덧 귀밑머리 희어졌건만 지금도 아이적 목소리로 때 없이 찾는 어머니 어머니가 내게 있어라 이렇게 시작하는 시는 송구스러워라 이 어머니를 나에게 젖조차 변변히 먹여줄 수 없었던 한 시골아낙네의 이름과 나란히 한다는 것은 이렇게 감정을 고조시켜나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선노동당은 우리를 나아준 어머니와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어머니라는 거죠. 이 시는 “어머니 없이 나는 못살아”라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정말 그럴까요. 조선노동당이 정말 시에서 묘사한 대로 “피도 숨결도 다 나누어주고, 운명도 미래도 다 맡아 안아주고, 심지어 죽음까지도 다 막아서주는 어머니”인가요?
시골아낙네라고 폄하한 우리의 어머니들이 쌀이 떨어져 한숨만 지을 때, 자식을 굶겨죽이고 터지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억억 통곡하고 있을 때 조선노동당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요.
굶어죽고 얼어 죽고 더는 살 수가 없어 중국으로 타향살이를 떠났을 때 기어코 그들을 다시 잡아들여 감옥에 보내 죽어가게 한 것은 누구입니까. 제가 앞서 어머니라는 시를 언급하게 된 것은 최근 보름 가까이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리비아를 지켜보면서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요즘 리비아는 나라가 둘로 갈라져 내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북조선과 여러모로 비슷한 리비아에서 갑자기 인민들이 떨쳐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올해 뜌니지와 에짚트에서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도 리비아까지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42년간 집권하면서 독재통치를 해온 가다피의 아성은 정말 굳건해 보였습니다.
반항하는 세력은 가차 없이 정치범으로 몰아 잡아가서 그 나라에는 정부 반대세력도 없을 뿐 아니라 원유를 팔아 잘살기 때문에 국민소득도 1만2000딸라나 됩니다. 북조선보다 열배 넘게 잘사는 겁니다. 당연히 굶어 죽는 사람도 없지요. 리비아도 국호에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당도 하나뿐이고 사회체제도 북조선과 비슷한 측면이 많습니다. 가다피도 나이가 들어 이제는 자기 둘째 아들에게 슬슬 자리를 물려주려던 찰나 기적적으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리비아의 제3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는데 군대까지 시위대에 가담하면서 불과 나흘 만에 도시가 시민군에게 장악됐습니다. 북조선으로 말하면 청진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9군단이 여기에 합세한 것과 똑같습니다.
일단 한번 일어나니 리비아 곳곳에서 따라서 떨쳐나서고 이제는 가다피 세력이 수도와 그 인근 지역만 장악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다 해방구가 됐습니다. 가다피를 마지막까지 호위하는 것은 가다피의 아들이 지휘하는 보안군입니다. 북조선 호위사령부와 비슷한 부대죠. 상황이 이렇게 돼 오늘내일하는 데도 가다피는 언론에 나와서 인민이 자기를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가다피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 리비아 전투기들은 시위대를 폭격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상의 어떤 독재정권도 전투기까지 동원해 자국 인민을 폭격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가다피는 주민들이 여전히 자기를 사랑하며 자기는 인민의 어버이라고 망상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어머니라는 시를 이용해 인민을 세뇌시키는 북조선이 떠올랐습니다. 시에선 어머니인 조선노동당을 위해 목숨을 바쳐 석탄이 되고 거름이 되라고 사람들을 충동질합니다.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노동당 간부들이 여러분들의 어머니입니까. 온갖 구실을 붙여서 시골아낙네들에게서 하나라도 더 뜯어내지 못해서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이 어머니라구요. 작년 한해만 돌아보십시오. 당에서 배급도 안주고 나 몰라라 하니 사람들이 방법이 있습니까.
보안원의 등쌀에 쫓기고 뇌물을 바치면서 더우나 추우나 열심히 장마당에서 돈을 모아놓았더니 화폐개혁을 한답시고 하루아침에 그 피 같은 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100대1로 화폐가치를 절상했다더니 1년도 안 돼 쌀값이 화폐개혁 전보다 더 비싸졌습니다. 쌀이 떨어져 자식이 굶으면 진짜 어머니는 옆집에 가서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쌀을 꿉니다. 그런데 북조선은 어쩝니까. 밤에 몰래 한국 군함을 공격해 침몰시키지 않느냐 하면 한국 영토를 포격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반북 여론을 고조시켰습니다.
인민이 굶어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이죠. 다 자기들은 배가 부르니깐 저러는 것입니다. 제가 서울에서 지켜보면 하는 짓마다 어떻게 하면 인민을 더 못살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잡아갈까 마치 이런 머리만 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배고파 집을 떠나 이웃집 중국으로 나와 보세요. 당장 감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닙니까. 거리에 나와 못 살겠다 소리쳤다간 1998년에 송림제철소에서 그랬듯이 당장 사람들을 탱크로 밀어버립니다. 이러면서 자식을 위해 목숨도 바치는 우리의 어머니들에게서 그 어머니라는 고귀한 호칭까지 뺏어다 자기가 뒤집어쓰려 합니다. 아무리 그렇게 애를 써도 인민들은 압니다. 어머니의 상징인 무한한 헌신과 사랑은 꼬물만치도 없다는 것을요. 굳이 어머니란 이름이 탐이 난다면 붙여줍시다. 당신들은 뺑덕 어미라고요. 악독하게 논 대가를 꼭 심판받는 날이 올 겁니다. 뺑덕 어미가 하루 빨리 없어져야 눈물에 잠겨 사는 심청이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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