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들이 말하는 남한 와서 제일 좋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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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3월 11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단체로 철길 옆 강물에 뛰어들어 목욕을 하는 북한군 병사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한국에 탈북자가 약 2만 명이 넘게 와 있는 사실은 이미 아시죠. 이중 70% 이상이 여성입니다. 그러니깐 2만 명 중에 남자는 5~6000명 정도고 나머지 1만 4~5000명이 여성이라는 말입니다. 여성이 많이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가정의 생계를 여성들이 감당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직장에 얽매있는 남성보다 이동이 활발할 수 있다는 이유, 중국에서 남성들보다 체포되지 않고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등이 있습니다.
저도 서울에서 탈북 여성들 많이 만나봤습니다. 만나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한국이 북조선보다 뭐가 좋다 뭐가 좋다 하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꼽는 한국의 장점 중에는 먹고 입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하는 것과 같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장점 말고 의외로 매일 목욕을 할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에는 집집마다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물 찬물이 다 나와서 한 겨울에도 매일 목욕을 하고 살 수 있습니다. 저도 매일 회사에서 돌아오면 사워를 합니다.
매일 더운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다는 사실, 여기 젊은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이런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크다보니 이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북에서 온 우리는 이런 것에서 정말 큰 행복을 느낍니다. 북조선이라면 여름에는 그나마 강에 나가서 몸이라도 씻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큰일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물을 끓여서 큰 대야로 함지목욕이라도 하는 집은 그나마 정말 깨끗한 집이죠.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여기에 땔거리가 식량 사기만큼 비싸니 큰맘을 먹지 않으면 목욕물을 끓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남자는 여름에 강에 들어가 주변이나 살피며 몸을 씻으면 되지만 보수적인 북한에서 여성들이 낮에 강에 들어가기 정말 힘들죠. 한밤중에 몰래 나와서 씻고 싶어도 무서워서 어디 엄두가 납니까. 겨울에는 더욱 힘듭니다. 여성을 널리 우대하는 한국이라면 목욕물을 끓여놓으면 여성부터 목욕하겠지만 북에선 남자들이 다 쓰고 나머지 물을 여성이 쓰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주택사정이 좋지 않아 조그마한 집에 부모와 부부, 자식들까지 모여 살다보니 눈치를 보면서 몰래 목욕하기도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정말 목욕 한번 하려면 큰 맘 먹었던 북조선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욕조에 더운 물이 가득 차고 거기에 몸을 담그고 누워 하루의 피로를 날려 보내는 남한에 오니 “아, 이것이 인간다운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목욕을 자주할 수 있다는 것은 몸을 청결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 남쪽에선 북조선 청소년들이 먹지 못해서 지능이 떨어진다는 논의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지능지수는 식생활뿐만 아니라 위생상태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미국의 연구진이 얼마 전 세계 184개 나라 사람들의 IQ를 조사했는데 한국이 IQ 106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싱가포르가 108로 1위를 하고 일본과 중국은 105로 한국보다도 조금 낮습니다. 우리 민족이 참 머리가 좋은 것입니다. 이 조사를 보면 선진국일수록 IQ가 높고 후진국일수록 IQ가 낮습니다. 아프리카 적도 기네 같은 나라는 IQ가 59로 1위 싱가포르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국민 지능지수를 결정짓는 요인이 어디에서 결정되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결론은 여러 이유 중에 위생 상태와 질병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의 두뇌는 모든 인체 장기 가운데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씁니다. 두뇌가 소모하는 신체 에너지의 비율은 신생아가 87%에 달하고 성인도 25%에 이릅니다.
그런데 인체에 병균이 들어오면 두뇌는 한정된 에너지를 놓고 병균과 쟁탈전을 벌여야 합니다. 그러니 뇌의 발달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잘 사는 나라는 위생시설과 보건체계가 잘 돼 있어 질병 관리가 잘 되지만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의 두뇌는 질병과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수준이나 농업발달 정도, 기후 같은 요소보다 위생상태가 IQ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북조선 사정은 어떻습니까. 씻지 못하니 병균을 달고 살고, 먹지 못하니 면역이 떨어지고, 경제난으로 예방주사도 제대로 못 놓다보니 각종 전염병이 계속 유행됩니다.
특히 애기 때 전염병에 걸리면 두뇌 영양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지능발달에 치명타를 입고 이런 어린이는 커서도 계속 머리 나쁜 상태로 살게 됩니다. 북조선의 평균키는 지금 남쪽보다 10㎝ 작습니다. 이렇게 키도 난쟁이족이 돼 가는데 머리까지 좋지 못하면 어떻겠습니까.
설사 내일 북조선에 살기 좋은 세상이 오더라도, 지금의 청소년이 늙어 노인이 될 때까지 앞으로 거의 반세기 가까이 북조선의 경쟁력은 세계를 따라가기가 힘들게 되는 겁니다. 저는 북에서 사람이 굶어죽는 것 못지않게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망쳐지고 있는 것이 정말, 정말 가슴 아픕니다.
가슴 아파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더 아픕니다. 좋은 제도는 인간도 좋게 만들고, 나쁜 제도는 인간도 망칩니다.
북조선이 인간을 망치는 나라가 아닌 인간을 훌륭하게 만드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저도 미약한 힘이나마 다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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