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학교 졸업증은 ‘실업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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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학졸업증은 실업증이다” 이 말은 요즘 대학졸업을 하고도 갈 곳이 없어 걱정하는 북한 대학생들 속에서 나오는 소립니다. 얼마 전 북한의 한 의학대학을 졸업한 김금화(가명. 24)씨는 평양의 한 지역 병원에 배치 받았습니다. 노동당에서 가라는 대로 지역 병원을 찾아갔지만, 병원 측에서는 “지금은 자리가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로 김씨를 돌려보냈습니다. 북한에선 직장배치도 당에서 해주기 때문에 취업걱정은 없지만, 실제로 쌀을 주는 직장 찾기란 하늘에 별 따깁니다. 김씨가 보름 뒤에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역시 돌아온 대답은 “정 바쁘면 출근하되, 쌀과 노임은 주지 못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인민보안서와 청년동맹에서 무직자 단속을 강화하자, 김씨는 할 수없이 무보수로 병원에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10만 세 대 살림집 건설에 동원되라”는 차출령을 받았다고 얼마 전 국경에 나온 김씨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김씨와 같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하는 졸업생들이 한 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4~5년 동안 대학을 다녀봤자 쌀과 돈을 주는 직장을 찾기 어렵다”면서 “그래서 대학 졸업장을 받으러 갈 때는 ‘실업장을 받으러 간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평양의 웬만한 공장도 다 멈춰서고 노동자들은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며 논다”면서 “화폐개혁 이전에는 8.3부업생산 명목으로 장사라도 했지만, 지금은 본전을 다 잃고 할 게 없다”고 말해 평양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북한 대학졸업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은 무역기관이나 보위부, 보안부 같은 권력기관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싸라기 직장은 안면이나 돈이 있는 권력자 자녀에겐 열려있지만, 일반인의 자녀들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학 졸업생들이 자기 전공과 무관한 권력기관만으로 쏠린다는 소리는 더 이상 새로운 소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김책공업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한 사람이 검찰소에 들어가는가 하면, 의학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보위부에 취직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권력기관에 진출하지 못한 대학졸업생들은 돈벌이에 나섭니다. 북한 대학생들은 재학기간 공부보다는 장사방법부터 배운다고 2009년 탈북한 대학생 출신 탈북자 김옥향(가명)씨는 말합니다. “자기 돈이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잖아요, 북한에선 돈이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잖아요, 굶어죽어야 되지 않아요. 그래서 하지 말라는 장사해야 돈을 벌수 있어요” 김씨는 “북한의 경제난은 대학 졸업생을 자연스럽게 실업자로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청년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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