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서 만난 北 외화벌이 여전사들, 여동생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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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에 제가 베이징 북한식당 가봤던 이야기한 것 기억하시죠.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방콕 평양식당에 갔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북에선 타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태국이라고 부르는 그 나라에 저는 취재차로 3번씩이나 갔습니다. 흔히 타이 하면 북에선 안남미나 팔아먹는 후진 동남아 국가로 알고 있는데, 사실 타이가 꽤 잘삽니다. 중국보다도 국민소득이 조금 높습니다.
아무튼 태국에 세 번 가봤는데 북한식당엔 처음 가본 2008년 12월 한번만 가봤습니다. 이것도 제가 처음에 말투 때문에 실수했기 때문이죠.
베이징에선 식당가서 말하다 실수했다 하면 태국에선 식당가기 전부터 실수했습니다. 뭔 소리냐 하니 제가 신문이 쉬는 공휴일에 가보려 했는데 마침 그날이 태국 국왕 생일 다음 날이었습니다.
거기 태국은 제가 가보기엔 분위기가 북한과 좀 비슷한 데가 있었습니다. 80세가 넘은 국왕 사진이 도처에 걸려있고 국왕을 욕하면 최대 15년 감옥에 갑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서울에서 "태국에선 왜 왕을 욕하면 감옥에 보내냐 그러면 북한이지 자유국가냐"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가 태국 대사관에서 정식 항의 공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태국 사람들은 진심으로 국왕님을 어버이로 존경하지 강압에 의한 존경이 아니다 이러루한 내용인데, 아무튼 그 공문까지 북한에서 쓰는 표현과 비슷했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자는 사람 두들겨 깨워 물어봐도 "우린 진심으로 장군님을 어버이로 받들어 모신다" 이렇게 잠꼬대로라도 대답하게 교육받았죠.
아무튼 태국도 북한의 태양절처럼 국왕 생일은 3일간 휴식합니다. 그 나라 휴식일인데 평양식당은 과연 할까 그걸 잘 모르겠더라고요. 택시타고 한 40분을 가야 하는데, 가서 ‘쉬는 날입니다’하는 문패가 떡 걸려 있으면 얼마나 맥이 빠지겠습니까.
그래서 평양식당에 전화했습니다. 원래는 "거기 오늘 영업합니까" 하고 물어보고 "합니다" 이러면 그냥 끊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수화기 속에서 "안녕하십니까?" 하는 여성의 평양 억양이 정작 들리니 참, 나 이거 제가 갑자기 할 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순간 머뭇거렸는데, 그쪽에서 "어떻게 전화거셨습니까?" 하고 묻네요. 그래서 제가 저도 모르게 "거기 장사합니까" 하고 물었더니 "예, 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끊으려고 했더니 그 봉사원 동무가 "예약하셨나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대답 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어서 "아니요" 했는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냥 오시면 됩니다" 이러더군요.
"예"하고 수화기 내려놓으려는데 글쎄 그 동무가 "그런데 선생님 목소리가 몹시 귀에 익습니다. 우리 식당 자주 오셨지요?" 이럽니다. 이건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아니 처음인데요"하니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이럽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정말 고민했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목소리가 귀에 익다니 이건 억양이 낯익다는 말이 아닐까. 억양이 낯익단 소리는 제 말투를 알아들었다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망설이다가 "에이, 그래도 가보자" 이러고 저녁에 제 통역관하고 같이 갔습니다.공교롭게도 그날이 명절 돼서 한국 관광객들이 축제하는데 다 가고 네 식탁에만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서 평양냉면, 섭죽, 순대 이렇게 시켰더니 40딸라가 나옵니다. 정말 음식이 맛이 없습니다. 베이징 때는 맛이 있었는데, 여기는 현지에서 식재료를 사 해서 그런지 정말 못 먹어주겠습니다.
그 식당 그런데 손님이 없으니까 이 처녀동무들이 괴롭게도 자꾸 저희한테 와서 말을 시킵니다. 저는 될수록 말을 하지 않고 통역관이 대답을 했는데, 저는 솔직히 맘속으로 반갑더라고요. 다 제 동생 같은 여성들인데 말입니다.
헌데 춤이랑 추는 것을 보니 무용 전공한 애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1990년대 말에 외국에 북한 식당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정말 고운 처녀들만 다 뽑아서 나왔습니다. 5과 최종까지 갔다가 아깝게 떨어진 여성들이나 각 예술대학에서 노래, 춤 전공한 여성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에 평양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니 결국 힘 있고 빽 있는 순서로 나오지 인물과 재주는 둘째로 밀렸습니다. 제가 간 방콕 평양관은 동남아에서 제일 큰 식당인데, 그즈음에 대성총국 총국장 딸도 나와 있고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음식 그럭저럭 다 먹고 나오는데, 봉사원 책임자 언니로 보이는 여성이 자꾸 와서 말 시키면서 미소를 던집니다. 왜 그런가 했는데 북한 인삼술이랑 장뇌삼술이랑 사랍니다.
"속으로 그거 서울에서 더 눅게 팝니다"이렇게 말하고 싶어도 참고 "저 술 잘 안마십니다. 건강 챙겨야죠" 했더니 이번엔 "그럼 고려인삼차랑 송화가루랑 있습니다" 이러면서 막 팔려고 그러더라고요.
그것도 봉사원들에게 판매과제가 있는 듯 보여서 불쌍해 사주고 싶었는데, 자꾸 말하면 또 말투가 드러날까 봐 손짓으로 됐다고 이러고 나왔습니다.
요샌 해외 나와 있는 북한 식당들 장사 정말 안 됩니다. 재작년 천안함 습격과 연평도 포격이 있은 뒤로 한국 정부에서 한국 관광객들에게 평양식당 가지 말라고 했거든요.
거기 외화벌이 시켜주면 결국 총알이 되어 남쪽에 날아온다고 말이죠. 그래서 애국심이 있는 관광객들은 안 갔는데, 올 초부터 슬슬 다시 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여긴 뭐 가고 안가고 양심에 맡기지 간다고 해서 잡아가진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외국 가서 북한 식당 체험해보는 것까지 나라에서 막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이 사이좋게 지내면 서로가 좋은데, 왜 자꾸 남쪽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면서 도발하고 말썽을 피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정은 시대엔 앞으로 남북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2월 17일 방송분입니다.
추신-일요일 저녁에 뭐하세요?
차인표 씨가 주도해 연예인 30여명이 4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탈북자 북송반대’를 위한 콘서트를 엽니다.
입장비용은 없으나 자격은 있습니다아~.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안타깝게도 탈북자만 참석하게 해달라는 것이 주최측의 요구입니다아~. 단 기자는 됩니다아~. 정치색을 띄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인 참석 등도 일절 불가랍니다아~. 불만 있으셔도 아래 댓글에 표현하기 없기예요~. 이건 내 잘못이 아닙니다아~
입장구 앞에는 얼굴만 척 봐도 탈북자인지 아닌지, 심지어 탈북자인지 조선족인지 다 가려내는 ‘탈북자 구별의 달인’ 한 분이 서있습니다아~. 하지만 내가 탈북자처럼 생겼다고 확신한다든지, 또는 나는 북한말 사투리 자신있다든지, 또는 나는 주성하 블로그 3년 팬으로 북한 상식 물어보면 줄줄 대답할 수 있다 요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도전하실 수 있습니당~. 그리고 제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특수관계인’에 한해서는 제가 ‘빽’으로 입장시켜 드릴 수 있으니 달인에게 걸리면 제게 전화주십시요~. 요렇게 딱 정한 겁니다. 많이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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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나라 말아먹는 말입니다.
남한에 오셔서 성공하셨다는데 좋은 쪽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국민에게 힘이 되는 글 많이 써 주시길 바랍니다. 건투 를바랍니다.
"혹시 국정원에서 보내온 파견요원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