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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서 귀하던 생수병,남한의 물 사먹는 사람들이 신기했던 시절
북한RT 2012-06-17 08:10:58 원문보기 관리자 1179 2012-06-26 00:14:05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렸을 때 저의 집에 신덕샘물이라는 상표가 적힌 2리터짜리 수지물병이 있었습니다. 여기선 그런 병을 페트병이나 플라스틱병이라고 하는데, 북에선 외래어를 안 쓰니 수지병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유리병과는 달리 깨지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서 술병이나 물병으로 잘 사용됐죠. 제 고향이 바닷가인데, 가끔 태풍이 오면 일본에서 수지병들이 많이 밀려옵니다. 그러면 그런 병들을 주어다 요긴하게 썼죠. 1994년경부터 프랑스 오물을 수입해오기 시작한 뒤로 북엔 수지병이 아주 흔해졌습니다만, 그 이전까진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아무튼 신덕샘물을 보면서 저는 어린 나이에도 "세상에 물을 사먹는 사람들이 다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말하길 신덕샘물은 저기 중동에 수출하는데, 거긴 땅을 파면 석유만 나와서 물을 수입해 먹는다고 하더군요. 학교에서 배우길 우리나라는 삼천리금수강산이고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다고 배웠죠. 물과 공기는 당연히 공짜고 돈을 내고 먹는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물을 자주 사서 마십니다. 서울 사람들 대다수가 저처럼 물을 사서 마십니다. 물 가격이 눅은 것도 아니고, 휘발유 값보다 비싼 물도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여러분들은 "아, 서울이 참 살기 힘든 곳이구나. 어떻게 물까지 다 사먹냐"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한 20년 전에 4.25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님을 위한 교향시’라는 광주 민주화봉기를 다룬 영화를 보면 거기에 수돗물에서 지렁이가 나와 꿈틀거리고 주인공이 이것을 보면서 나라를 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가 물을 사먹는다고 하면 여러분 중에 그 장면을 떠올리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울이나 또는 다른 한국의 도시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각종 엄격한 수질 검사를 해봐도 수돗물의 상태는 샘물 못지않습니다. 그러면 수돗물을 그냥 먹지 왜 샘물을 사먹냐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물론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울 인구의 한 2% 정도 그러니까 백 명에 두 명은 수돗물을 그냥 마신답니다. 저도 그 두 명에 속해서 집에선 수돗물을 그냥 마십니다.

 그런데 바로 받아 마시니 두 가지가 문제인데, 소독약 냄새가 약간 나는 것이 문제고, 여름에는 수돗물을 받아 마시면 배관을 따라 오는 와중에 온도가 높아져서 미지근해지는 바람에 시원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소독약 냄새가 좀 많이 났는데, 지금은 소독약 냄새도 없애겠다고 많이 투자를 해서 이제는 받아놓고 한 10분 정도 있으면 소독약 냄새도 잘 나지 않습니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정수기를 사서 수돗물을 다시 한 번 걸러 먹습니다. 저도 정수기를 사려 했는데, 정수기도 배관에 물때가 앉으면 세균이 번식한다고 해서, 위생상 수돗물이 더 낫겠지 이러고 안사고 있습니다.

 

요새는 정수기도 보통 수천 딸라나 주어야 삽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달 수십 딸라씩 내면서 빌려 쓰던가 해야 합니다. 물론 남쪽회사들에는 다 정수기가 설치돼서 회사에 있을 때는 정수기 물을 마십니다.

 

아니면 비닐병에 들어있는 생수를 사서 마셔야 하는데, 이것도 제가 한달 동안 집에서만 그리 사서 마셔보니까 매달 열 딸라는 넘게 물 값으로 나가야 하더군요. 예전에 우리 옛말에 물을 파는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나왔는데, 요새는 물장사가 참 잘됩니다.

 

서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여기도 한 20년 전만해도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답니다. 이러다가 나중에 공기도 사먹는 거 아닌 가 이런 걱정도 듭니다. 실제 먹는 산소도 파는 것이 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돈만 된다면 참 상품도 다양하게 나오는 사회라, 샘물도 돈이 된다하니 종류도 정말 가지각색입니다. 무슨 알프스 얼음 녹은 물이라나 아무튼 그런 물까지 외국에서 수입해서 파는데, 1리터에 30딸라가 넘습니다. 그 돈이면 휘발유를 15리터나 살 수 있는 가격인데 그래도 마시는 사람들이 있으니 팔겠죠.

 그 외에도 이쪽에선 "우린 바닷속 200미터 아래서 뽑아 온 물입니다" 이러면서 팔고 저쪽에선 또 "우린 화산암반수입니다"이러고 팔고, 또 저쪽에선 "우린 북극 얼음 녹인 물입니다" 이러면서 비싸게 파는 겁니다. 비싼 것들이 있으면 또 한편에선 "우린 생산원가만 받고 팝니다"이러면서 싸게 파는 기업도 있습니다.

 

제가 물 사먹는 이야기를 하면 이 방송 듣는 분들 중에서 "서울 사람들 참 불쌍하게 사네. 물까지 사먹고" 이러면서 혀를 두르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면 여기 수돗물은 매우 깨끗한데 다만 좀 더 좋은 것 마시겠다고 사람들이 돈을 내는 것이죠.

 

북한은 평양만 해도 제가 있을 때 중구역은 수돗물 관이 어디 묻혀 있는지 도면조차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새 관으로 교체도 못하고, 반세기 넘게 같은 배관 사용하면 녹물이 나오기도 하는데다 최근엔 경제사정 때문에 소독조차 제대로 못합니다.

 

평양물을 수질검사하면 한심할 겁니다. 마시는 물은 민감한 문제라 아마 서울에서 그런 수질이라 이러면 폭동이 열 백번 일어났을 겁니다. 그래도 그런 수돗물이라도 제발 나오기만 해도 좋겠습니다. 평양은 수질이 문제가 아니라, 전기가 없어 아예 밥하고 세수하고 화장실 볼 물조차 없으니 그게 문제인거죠. 평양이 그러니 지방도시는 더 말할 것도 없죠.

 

북에는 신덕샘물이나 금강산샘물, 묘향산샘물처럼 훌륭한 수자원이 참 많습니다. 그걸 팔아도 돈 되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국제사회의 불량아처럼 행동하니 누가 사주겠습니까. 빨리 정상국가로 거듭나서 서울에서 제가 어릴 적에 봤던 신덕샘물을 사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5월 25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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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패 ip1 2012-06-26 05:49:38
    저 흔하고 흔한 생수병이 북한에서는 술병 들놀이 갈때 술담아 가는 유일한 용기로 사용됩니다. ㅋㅋㅋ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나마도 없는 집은 플라스틱 봉지에다 술을 담아 오더라구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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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ip2 2012-06-26 13:00:23
    플라스틱병이 밀폐가 잘되니까. 맥주 제조꾼들이 맥주병으로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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