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건널때 결심 어디로 갔나 - 한영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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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북한 출신으로서 이 글을 쓰려니 가슴이 아려온다.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오기 위해 온갖 고난과 서러움을 같은 탈북자들끼리는 잘 안다. 또 너무나 생소한 남한사회에 와서 먹고사는 것 자체가 역경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이야기할 때가 왔다. 지금도 김정일 독재정권 아래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우리 북한형제들의 인권 이야기다. 북한형제들의 인권문제는 꼭 풀어야 할 지상의 과제다. 고향에 민주주의를 선물해야 할 주인공들이 바로 우리 탈북자들이 아닌가. 21세기의 지구촌에 아직도 구(舊)세기적 폭압정치, 공포정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민족의 수치이자 불행인 것이다. 찬바람 속에 외친 목소리 기억하자 올해는 광복 60주년이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가. 지금 이 시대에 여행, 거주이전, 직장선택의 자유를 옭아매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가. 더욱이 전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정치범수용소, 수천 명 군중 앞의 공개처형, 군대 13년을 독재자를 위해 목숨을 요구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광복 60년이라고 하지만 일제 때보다 더 못사는 것이 김정일 독재정권 하의 북한현실이 아닌가. 지금 국제사회는 모두 북한의 인권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해서 미국, 호주, 일본 등등 모두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도 유독 남한사회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노력에 비하면 탈북자들의 반응은 유감스러울 정도다. 김정일 정권의 피해 당사자인 탈북자들은 마치 새벽의 고요마냥 담담한 것이다. 김정일 독재에 항거해 남한으로 온 탈북자들은 이미 7천여 명이다. 중국과 해외에 나온 탈북자까지 합하면 10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들은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학수고대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독재정권 교체는 그냥 바란다고 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동안 우리가 두만강을 건널 때 품었던 초심이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국 땅을 정처 없이 흘러 다니며 나라 없는 설음에 땅을 치며 통곡한 그 몸부림이, 바람 부는 두만강에 대고 외치던 그 모습들은 어디로 갔는가? 탈북자들은 한해 두해 저도 모르게 '관객'으로 변하고 있다. 소시민의 삶이나 살자고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주어진 환경과 생활에 안주할 때 고향의 부모형제들은 독재의 칼부림 속에 하나 둘 죽어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독재정권의 종말 다가오고 있다 “남한에 왔으면 먹고 살 걱정이나 하지, 다른 소리는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들, 북한정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잘못 보도하는 언론매체들은 우리가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50여 년 독재의 뿌리를 갖고 있는 김정일 독재정권이 하루 아침에 당장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김정일 정권이 결코 견고한 것도 아니다. 일꾼들의 충성심은 이미 아첨으로 변질되었고, 독재정권 내부는 투쟁과 비판으로 심한 갈등에 빠져있다. 독재정권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돌발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탈북자 단체 및 모임대표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동지 호상간 단결을 강화하고, 각 단체들을 묶어 단결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탈북자 개인들을 묶어 세워 민주화 운동의 담당자로 다독이고, 단결시켜 통일의 선봉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조직적으로 단결하고,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노력할 때 북한민주화의 봄도 그만큼 빨리 올 것이다. 2005년 8월 한영진 데일리엔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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