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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탈북자 北아들에게 - 이주일
동지회 24 12330 2006-07-03 16:52:51
“우린 ‘감옥 면회실’에서 만날 순 없다”
민주화되는 그날 떳떳이…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 이 밤, 아버지는 북에 있는 너의 생각이 간절해 침대를 박차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쓴다.

금강산에서는 28년 전 김정일이 납치했던 메구미씨의 남편 김영남씨와 남한에 있는 가족들의 상봉이 눈물겹게 안겨온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면회가 당장 취소될 듯한 위압감 때문일까? 그 눈물겨운 상봉시간들이 아슬아슬하게만 느껴지는구나. 만약 김영남씨가 "내가 납치된 것은 사실이었다. 아버지의 유골이 묻혀 있는 고향에 가서 살고 싶다"는 진심의 말이 나왔더라면 김영남씨 가족은 곧바로 정치범 수용소로 갔을 것이다. 또 김씨의 어머니가 "이 납치범들아! 내 아들을 고향에 데려가겠다."는 말만 나왔어도 면회는 즉각 취소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아, 제발 우리 상봉은 김정일 정권 하의 거대한 감옥에서, 금강산의 감시받는 면회실에서는 상봉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게 이 아버지의 소원이다.

당원이 되어 결혼식도 당창건 기념일

며칠 후면 7월 4일이다. 10년 전쯤, 1997년 7월 4일은 너와 마지막으로 헤어지던 날이란다. 이 날은 이 아버지의 생일이기도 하고, 남과 북이 7.4공동성명을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매우 의미 있고 또 슬픈 날이란다.

4살 난 너를 꼭 껴안고 눈물 흘리던 그 날, 이 아버지가 어디로 떠나는지도 모르는 너의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걱정 말고 어서 떠날 길을 가게나!” 만약 그때 너의 어머니가 집에 있었더라면 나를 부둥켜안고 놓아주질 않았을지 모르겠다.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너무도 위험한 길이었기 때문이란다. 이 아버지는 너에게 약속했다. 여섯 달 전에 꼭 돌아온다고…….

아들아! 너는 기억조차 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너의 어머니가 보관한 아버지의 '노동당원증'을 보여주며 “너의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었다.”고 기억을 상기시켰을지 모르겠다.
처녀 시절 너의 어머니는 고사총(고사 기관총) 중대 정치지도원(정치장교)이었단다. 멋스러운 군복차림에 반짝거리는 각띠와 군화를 신고 이 아버지의 앞에 나타났을 때는 정말 내가 땅에 잦아드는 듯한 느낌이었단다. 너의 어머니는 인정받는 떳떳한 노동당원이였고, 어엿한 정치군관이었다.

반면 아버지는 10년 동안 대학공부나 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당원 '3대혁명 소조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너의 어머니는 이 아버지를 따랐단다. 그저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큰 힘을 주었단다. 3대혁명 소조원 활동기간에 꼭 노동당에 입당하라고 말이다. 그래서 결혼식도 10월 10일 조선노동당창건 기념일에 맞췄다.

당시 3대혁명 소조원들이 노동당에 입당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김정일이 노동당원들의 질적 양성을 요구하며 인민군대와 3대혁명 소조원들의 입당뽄트(TO)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란다. 이 아버지가 입당을 하고 대학에 돌아왔을 때, 전국 각지에 파견되었던 3대혁명소조원 300명 중 입당한 사람은 아버지 한 명뿐이었다.

너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당증을 펼쳐들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단다. 아버지는 너의 어머니에게 “나는 조선노동당의 당원이지, 김정일 개인의 당원이 아니다”고 외쳤단다. 그 말이 나오자 어머니는 내 입을 손으로 막으며 “그러다 정치범으로 잡혀가요”라고 말했단다.

네가 태어나던 날 잊지 못해


[북한에서 찍은 필자의 가족사진]

원래 아버지는 중국에서 6개월을 넘기지 않고 너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중 국경의 삼엄한 경비로 그 시간을 넘기게 되었다.

노동당 규약에는 6개월간 당생활에 참가하지 않았을 때 자동 출당된다. 출당은 곧 반당행위이며, 엄격한 처벌이 가해진다.또 그동안 행적을 조사하면 중국에 갔다는 사실이 들통 날 것은 당연했단다. 그렇게 되면 이 아버지는 물론이거니와 너와 너의 어머니까지 산골오지로 추방되는 것은 명백했단다. 그래서 그동안 벌어놓았던 달러를 너의 어머니에게 전달되도록 지인에게 부탁하고 오랜 고민 끝에 중국을 떠났다.

한국에 와서 너의 어머니 재혼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아버지는 괴로웠다. 너의 어머니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해야 할일을 못한 지난날들이 너무도 후회스러웠기 때문이란다. 혹시 남편을 잘못 만나 너의 어머니가 고생하지 않을까, 또 네가 구박이라도 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단다.

아버지는 너의 어머니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바로 다음날 함경북도 배치지로 떠나야 했고 1년에 한번 있는 휴가마저 연구에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직장도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집단배치' 되었기에 또 너와 떨어져 살아야 했단다.

그래도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쁜 일이 있었다. 네가 태어난 2월 19일, 그날은 아버지가 함경북도에서 당중앙위원회가 주최하는 과학기술토론회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받고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가던 중이었다. 아버지는 열차에서 목적지를 바꿔 너의 어머니에게로 향했다. 열차 안전원들에게 단속되었지만 통행증에 목적지가 '당중앙위원회'로 밝혀져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 날 너의 어머니를 만나는 순간, 만삭의 너의 어머니는 너무도 감격한 탓에 곧바로 진통을 겪으며 너를 낳았단다. 젖이 나오지 않아 빽빽 울어대는 너를 안고 진땀을 흘렸지만 너무도 큰 보람이었다.

만약 아버지가 그대로 평양에 갔더라면 네가 태어나는 것도 볼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후 평양에 갔을 때는 이미 토론회가 끝나 상급 당으로부터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지만 마음은 기뻤단다.

밝고 푸른 하늘 아래 당당히 만나자

이 아버지의 소원은 오직 하나, 북한이 민주화되는 그날 너를 만나고 싶은 것뿐이다. 아들아! 이러한 바람이 어찌 우리들뿐이겠느냐? 남한에 살고 있는 8천여 명의 탈북자들과 1천만 이산가족들의 진정한 소원이란다. 그들은 모두 감옥에서 잠깐 면회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금강산 면회실 만남을 진정한 가족상봉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물론 김정일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그 꿈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보고 싶은 아들아!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라. 우리가 만날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남녘에서, 너는 북녘에서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서로 노력하자.

사랑하는 아들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을 보니 오늘 따라 유난히 네가 보고 싶구나. 그러나 아들아, 우리는 저렇게 만나지는 말자. 북한이 민주화 되어 김정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밝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당당히 만나자.

2006년 6월 29일 남녘에서 아버지가.

이주일 탈북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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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녹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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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공 2006-07-03 21:57:00
    안타갑군요. 많은 탈북자/새터민분들도 이런 사연이 많을거라도 생각합니다. 부모로써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습니까?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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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공 2006-07-04 12:03:46
    오타 수정 "많을거라도-> 많으실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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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인 2006-07-04 21:16:48
    언제인가는 이루어지리라는 우리들의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힘내시고 언제나 건강하세요 좋은소식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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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허 2006-07-07 17:35:01
    정말 슬프다 이주일님 사모님 보다도 아들 생각에 눈물젖은 날이 많게네요
    아마 사모님도 좋은분 만나으리라 생각함니다 넘 걱정하시면 몸이 나빠지니
    힘드시더라도 맘 편하게 먹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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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량 2006-07-18 23:02:30
    * 북조선에난만주족마적두목의첩을그어미로태어나오랑캐졸개로청소년을보낸金成柱가만주와련해지방에서마적질을일삼다가로서아극동군초급군관이되어김이루쎈(金一成)이라난로서아식가명으로해방된북조선에입경하야청국을승계한듕국과로서아를중심련합한쏘련국의조력으로등극하야나라를다스리게되앗난바그는자기우상화를즐겨하며항일투사金日成장군을함부로흉내내어제이름조차김일성이라바꿔부르며기만과협잡질을멈추지아니하얏도다

    심성이포악하고욕심이그득하야백성들의재물을함부로빼앗아조정소유로삼앗스니언필칭無償沒收國有化라또한제놈을업수이여긴다하야양민드를공연히겁박살상하매이를肅淸이라하얏도다백성드릐원성이하늘을찌르고수하탐관오리들또한도적질을일삼고백성다스리기를금수취급하얏더라

    년이은흉년기근이더하야허기에지쳐주근백성들시신이저자거리마다그득하고탈경난민으로남자드른듕국만주에거랑질과노예로연명하얏고뙤놈오랑캐드릐아랫도리노리개로사랏던가여운북조선여인드리부지기수엿더라

    북조선의여러곤란지경中에成柱는급살을마자죽게되앗스며그아들正日이조정을이어바닷스나남쪽대한을수시로시비하고동량걸태질을일삼으며온천하間통용되난미국화폐를모조하고제놈이임명한외교사신들에게마약행상을강요하난등폭압정치와백성괴로피기로난제아비를흠씬능가하얏도다

    후일사학자드른북조선을가리켜발강이나라혹은冬土의왕국이라칭하니이는반역공산괴뢰도당드릐나라이며一人독재폭압정치에어러부터금수도살지못할나라란뜻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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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량 2006-07-18 23:03:00
    * 신축(辛丑)년오월남쪽대한에는中樹 朴正熙가軍隊랄동원하야정변을이르키니이거시오일륙군사정변이라

    련이어그난백성드릐량해로選出되어등극하매구정치인과부정부패랄모라내고새마을운동을펼쳐나라랄부강시키니백성드른태평성대랄부르며주상의어진다스림을노피칭송하더라

    평민신분으로가난한농가의여섯남매중막내로태어낫던그난성품이강직하고집중이대단하야수하의부정을용서하지아니하얏더라

    信心과굳은意志로백성드릐빈곤과나랏일의부패랄척결하얏더라

    스스로근면함과근검절약의본보기로살앗스나오호통재라수하들間충성다툼中육혈포에마자서거하얏더라

    當身의목숨이라도바쳐나라를부강시키리라던입버릇처럼백성을독려계몽하야경제발전과국력증진에무섭도록盡力하얏던바그치적을확인한외세열강들도대한민족을경외시하고얏보질아니하게되앗스며백성들또한단군이래외세침략열등감가난돌림병등에서탈피하야비로소민족적자긍심을갖게되앗더라

    청소년시절왜놈드리설립한軍官修鍊養成所랄優等修了한그랄가리켜왜적드른제놈들스스로범의삿끼랄키우고마란꼴이라통탄하얏고천하의사가드른주상의업적을가리켜한강의기적으로평하야세종대왕과충무공이순신에더한단군성조이후삼대영웅으로으로朴正熙랄기록하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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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인 2006-07-20 23:28:44
    힘내세요.... 북한에 남겨진 부인과 식구들이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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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 2006-07-30 10:46:30
    꼭 저와 같은 사정이네요. 공감합니다.
    자식들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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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 2006-08-16 12:04:11
    님의 글을 읽고 갑니다 정말 맘이 괴롭겟네요... 사랑하는 아들과 헤어져서 멀리 떨어져 잇다는것이 얼마나 슬픈 현실이나요 ... 북한의 독재정권이 깨여지는날 모두 만세를 부름서 ㅋㅋ 만나겟죠?
    아 그날이 과연 언젤가? ㅋ 나도 기다리게 되네요 .. 사랑 하는 처자를 생각함서 남한에서도 열씸히 살기를 기대합니다... 추억의 한페이지가 댓네요,,,ㅎㅎㅎㅎㅎㅎ
    그럼 당신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람서 ..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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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정실ㅅㅂ 2006-08-29 00:39:46
    사랑합니다 ...탈북자여러분 ..축복받으십시오 진정으로 도와드리지못하여 끝내 서러운 눈물을 흘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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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 2006-10-16 14:14:42
    지랄하고 있네 야...아빠가 그런짓을 하니??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저런짓만한다니까...너같으면 만날수있을거라 생각하니...웃기고 있네 니
    생활이나 열심히 하거라...지랄같은놈 너 몇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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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g 2006-10-17 13:22:41
    ^^ 한글 제대로 배웠니? 오타 고치고 하지??? 미친 또라이...
    ㅎㅎ 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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