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가 소중한 시간 - 허영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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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를 쓰기에 앞서 나름대로의 희망을 안고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에 아픔이 있다. 하지만 그 아픔도 이 땅에서 성공적인 정착을 할 때라야만 깨끗이 가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자나 깨나 그리운 내 고향의 형제들을 떳떳하게 만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여 내가 노력한 만큼 얻는 이 땅에서 목표를 높이 세우고 마음껏 꿈을 키우기 바란다. 성공의 기준은 그 어떤 부도, 명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성공사례 또한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가정의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아닌 자랑스러운 엄마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소박한 성공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북한으로 가고 싶었다 2001년 10월 입국하여 2002년 사회에 정착하기까지 그동안은 그냥 내 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입국했던 그때만 하여도 탈북자 90%가 거의 중국에서 모진 죽음의 고비들을 넘으면서 몇 년씩 헤매다가 입국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애들 아빠가 먼저 정착했던 관계로 중국에서 15일간 체류 후 바로 입국하였다. 그러다보니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찾아온 한국은 나에게 그 누구에게 비할 수 없이 생소한 곳이었다. 북한에서의 경력이 이곳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었고 또한 이 낯선 세상에서 살아갈 일이 두렵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우울증에 빠져 하루에도 몇 번씩 북한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거의 7개월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되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애들이 나한테 희망이지, 애들을 봐서라도 무엇이든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지’ 하는 각오를 가지게 되었다. 해서 나는 처음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북한에서 오랫동안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관계로 어떻게든 나의 전공을 살리고 싶었다. 북한은 주판만 잘하면 문제가 없었지만 남한은 모든 일을 컴퓨터로 하다 보니 우선은 남한에 오기 전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컴퓨터를 배워야만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내가 신청한 인터넷정보검색사 과정을 듣고 야간에는 컴퓨터활용능력 필기과정을 어린 학생들과 함께 청강하고 밤에 집에 돌아와서 복습을 해가면서 컴퓨터에 매달렸다. 그렇게 공부한지 반년 만에 워드프로세서 1급, 인터넷정보검색사 2급, 전산회계운용사, 컴퓨터활용능력 2급, 이렇게 4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은 머리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취득할 수 있는 거였다. 그렇게 실력을 쌓아 놓으면 기회가 있을 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나는 북한에서 하던 일을 연결하여 회계부분에 취직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이가 너무 많다보니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실망은 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이왕 시작한 컴퓨터를 좀 더 깊이 있게 배우려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탈북자들을 위한 IT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고마우신 과장님의 소개로 2003년 8월부터 강사지원단에 소속되어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잊을 수 없는 첫 강의 내가 처음으로 강의를 나간 곳은 ‘고양시 소프트웨어’ 컴퓨터 교육장이었다.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었고 또한 탈북자로 남한의 일반인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마음속의 기쁨과 떨림, 긴장이 마구 뒤엉켜 그때의 심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교육장에 도착하여 나는 깜짝 놀랐다. 남한의 젊은 사람들 모두가 컴퓨터를 잘 다루는 줄 알았다. 그런데 30대 중반정도의 젊은 사람들 중에도 컴맹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그리고 또 한 번 자신감을 가졌다. 우리 탈북자들도 늦지 않았다는 것, 목표만 가지고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당당히 경쟁하여 자리매김 할 수 있고 우리가 설 자리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지금은 아무 일 없지만 처음에는 남한 사람들 앞에 서는 일에 긴장도 많이 했다. 어르신들과 주부들, 그리고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강의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말투나 억양 때문에 이해를 못하시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이 했다. 다행히도 컴퓨터 교육이다 보니 용어들이 정해져 있어 의사소통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어느 수강생 한 분이 차마 북한사람이라는 생각은 못했는지 나더러 조선족이냐고 물어왔다. 처음에는 탈북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냥 컴퓨터 강사로서 수강생들 앞에 서고 싶었다. 그 어떤 선입견 때문에 걱정스러워서였다. 직접 어떤 회사에 취직을 못해 본 나였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많이 들었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에 탈북자라고 좋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본다는 것이 마음에 쓰여서였다. 그때 나는 질문을 받고 당황하다가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도 물어보시고 또 여러번 식사초대도 받고 하다 보니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남한 사람들 앞에서 경직되었는데 이제는 마음 툭 터놓고 남한 사람들 교육을 하면서 훨씬 따뜻한 유대가 오고간다. 그러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고 남한 사람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구나 하는 긍지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남한의 좋은 사람들을 사귀게 된 것도 나에게 더없이 큰 선물이었다. 따뜻한 충고, 형제의 마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그래도 내가 항상 마음으로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우리 탈북자들이다. 남한 사람들의 교육도 좋지만 탈북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교육을 해야 하기에 나는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탈북자들의 마음을 다는 알지 못하지만 다 같이 사선을 헤치고 이 땅을 찾아왔고 또 사랑하는 고향 부모형제가 북한에 있고 태를 묻은 고향을 그리며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를 갖고 있는 우리 언니, 동생들이기에 난 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때문에 그들이 열의가 없으면 때로 언성을 높일 때도 있었다. 나와 같은 나이 40대는 거의 배우는 것을 포기하는 수가 많다. 그러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나도 나이 40에 시작한 컴퓨터 공부라고... 특별히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했다고... 그리고 정보가 곧 가치인 이 세상에서 컴퓨터를 모르고서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다. 결국 우리 탈북자 동료들은 정보화 사회에서 소외될 것이고 이는 곧 경제적 낙후로 이어져 삶의 질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라고... 간혹 우리 사람들이 북한에서 살았던 옛날 생각에만 빠져있는 이들이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여기에서 아예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의 결심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부분은 극히 적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분 1초가 소중한 시간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온 시간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하는 것을 항상 피부로 느낀다. 엄마인 내가 열심히 살아간 덕에 나의 두 아들도 적응을 잘하고 있다. 두 아들 다 방학에 우리 학원에서 마우스자격증(엑셀, 파워포인트)을 취득했고, 큰애는 이번에 한국항공기계대학 우주항공기계학과에 입학했다. 나는 현재 40대 중반 아줌마다. 그래도 낮에는 교육생들을 교육하고 밤에는 학생신분으로 돌아와 서울사이버대 3학년에서 수강중이다. 아는 것이 힘이 되고 배우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공부는 해두면 하나도 버릴게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북한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대한민국에 와서 새롭게 시작하는 내 인생을 좀 더 보람 있게 그리고 배움을 멈추고 싶지 않다. 끝없이 이 사회에 깊숙이 발붙이기 위해 그리고 자기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싶다. 내가 노력한 만큼 얻는 이땅, 처음에는 그렇게도 후회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던 이땅, 지금은 날이 갈수록 내가 정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가지게 된다. 지금도 나는 이 사회에 익숙하지 못한 탈북자들이 더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교육을 하기 위해, 그리하여 그들이 컴퓨터에 취미를 가지고 어려운 공부도 쉽게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계속 교안을 쓰고 연구하며 교육하고 있다. 아울러 반드시 도전한 것에 성취를 이루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그들이 취업을 하는데 티끌만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한 마음으로 나의 이 선택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 우리 탈북자 많은 분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생의 전환점 지난 2005년 6월 14일 서울 삼성코엑스에서 열린 제 18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나는 내가 한 일에 비하면 너무나도 큰 영광을 받아 안았다. 그날 나는 제18회 정보화유공자상을 시상 받았다. 국가 및 사회의 정보화 확산에 노력하고,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 주는 상이었다. 사실 나는 그렇게 상을 받을 정도 많은 일을 해왔다고는 생각되지 않았고 또 처음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오히려 무덤덤하게만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기념식장에서 함께 수상하는 분들이 오랜 세월동안 정보격차해소를 위해 노력해 오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그분들과 나란히 장관님께서 직접 주시는 상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상의 의미를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에 지나온 긴 40여년의 인생을 돌아보았고 아울러 앞으로 이 자리에 뿌리 내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정보소외계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탈북자들 중에서 나의 애제자들이 많이 나와서 나와 같은 길을 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애제자들을 더 많이 키워서 그들이 이 땅에서는 우리 탈북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앞으로 통일이 되는 그날에는 남북 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데 좋은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북한의 수많은 정보화 소외계층들을 위하여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다같이 넓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북한이탈주민 IT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매 기수마다 자격증 취득률이 90%이다. 그때마다 나는 얼마나 눈물 나게 기쁜지 모른다. 그들이 어느 곳에서든지 취업에 도움을 주어 잘 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앞으로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2006년 10월 허영금 자료제공 : 북한이탈주민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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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초반인 전 컴퓨터 관련 자격증 하나없거든요.
하루1분1초를 쪼개어 가면서 강의하시고 공부하시는 님이 부럽고 닮아가고 싶습니다. 모쪼록 행복하시고 더 좋은모습 보여주세요 ^^
언니의 글을 읽어보느라니 제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정착에 정말 도움이 되는 좋은글입니다. 다른 탈북민들도 이글을 꼭 보셧으면 합니다.
성공은 언제난 노력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니처럼 열심히 배워 이사회에 잘 정착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