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컴퓨터도 다룰 줄 모르는가 - 김태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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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에도 나는 집에 앉아서 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 설치할 "냉난방기" 를 컴퓨터로 구입을 하고 컴 뱅킹으로 그 대금 지불까지 끝냈다. 집에 앉아서 컴퓨터로 모든 것을 처리하니 두말 할 것 없이 쉽고, 편리하고, 또 매우 유익했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그 컴퓨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한 외국인에게서 부끄러운 수모를 당했던 지나 간 나의 생활의 어느 한 구석을 떠 올 리군 한다. 그런 사연 때문이었는지 어쨌든 남한에 오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배운 것이 컴퓨터였다. 그만큼 나에게는 컴퓨터를 모르는 것에 대한 뼈저린 수치감이 항상 나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말까지도 북한의 중앙기관 사무실들에는 컴퓨터란 한 대도 없었다. 간혹 타자용이나 통계종합용으로 특수 부서들에만 한두 대씩 있었을 뿐 이였다. 그런데 2000년 초에 들어서면서 중앙기관 부부장급 이상 간부들도 컴퓨터를 배우고 통계숫자는 컴퓨터로 보고 받고 종합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 왔다. 이런 정도였으니 당시 중앙기관에서 20여년을 근무한 나로서도 컴퓨터의 키보드 한번 만져 보지 못하고 2000년 초부터 다시 해외 생활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서 나의 해외생활에서 문제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주재국에 도착하여 승용차를 구입하니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그래서 어느 날 그 나라의 "자동차 운전면허" 발급 장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한 관리의 지시에 따라 "수험등록 문건" 작성이 끝나자, 다음 절차로 우선 이론문제 부터 시험을 봐야 한단다. 시험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 물으니 컴퓨터로 시험을 치는데 꼭 지금 컴퓨터로 과 같은 국제 영어시험 보듯 한다는 것이었다. 컴퓨터란 것은 전혀 만져 본적도 없던 나로서는 매우 난처하고 당황스러웠다. 할 수 없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컴퓨터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관리는 " 잘 할 줄 몰라도 약간의 상식만 있으면 된다" 라고 했고, 할 수 없이 나는 전혀 컴퓨터를 다를 줄 모른다고 솔직하게 다시 말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 관리가 놀란 눈으로 나와 이미 작성된 문건을 한참씩 바라보더니 "아니 합작회사 사장 선생이 컴퓨터를 전혀 다를 줄 모르다니요?" 하면서 이해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또 비웃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그 사무실 안에 있던 몇 명의 외국인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모닥불을 뒤집어 쓴 것 같이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간다, 온다는 말도 없이 나는 그곳을 빠져나와 버렸다. 나는 속으로 분통이 치밀어 혼자 외쳤다. "컴퓨터를 모르는 것이 과연 내 잘못이란 말이냐? " "이런 것이 과연 김일성 민족의 영광이고, 자부심이란 말 이였더냐?" 그 후 나는 남한으로 오기 전 까지 주재국의 "운전면허증" 을 끝내 손에 쥐여보지 못하고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차를 운전 했었다. 나는 그때에 컴퓨터를 다를 줄 몰라서 외국인들에게서 당했던 수모를 지금도, 아니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현 21세기 세계화의 흐름 속에 동참한 그리 크지도 않은 한반도, 그 절반 아래쪽은 유치원 어린이들도 컴퓨터를 장난감으로 능숙히 다루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전자기술의 왕국으로 우뚝 섰고, 그 위쪽은 컴퓨터가 권력과 부유의 상징으로, 자기 국민을 망신시키고, 울리고, 감시하는 도구로만 전락된 엄연한 현실을 "두 세상을 살아본 역사의 증인"들인 우리 탈북자들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뉴스들을 보니 요즈음은 평양에도 PC 방이 생기고 컴퓨터 교육이 어느 정도 활성화 되었다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반 백성들에게야 그게 무슨 필요가 있을 테란 말인가. 지금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컴퓨터의 능수들이다. 아마도 그런 탈북자들 중에는 북한에 있을 때에 컴퓨터를 전혀 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나는 그런 탈북자들 모두가 자신들이 지금 자유로운 이 남한 땅에서 향유하는 현대문명의 혜택을, 지난날 자신들이 피눈물 속에서 직접 겪어 보았던 무권리와, 무지몽매, 그리고 그 무서운 배고픔과 다시는, 절대로 맞바꾸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10월 10일은 북한의 노동당 창당절이다. 옥수수 밥 이나 풀죽을 먹으면서도 "두 김이 있고 인민의 향도자인 조선노동당이 있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라고 속에도 없는 소리를 듣고, 떠들어야 했던 그 시절을 회고하며 글을 맺는다. 2007년 10월 12일 김태산 전 체코 합영신발공장 사장 자료제공 :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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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으며,하시는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여 부자 되시기 바랍니다.
korean .ok??
우리탈북자들이 무료로 컴을 배워 주길래 컴을 거의 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