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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달러에 이미 먹힌 북한
Japan 장진성 4 808 2010-01-09 16:04:04
최근 북한 국가보위부가 북한 내 달러 환전상들에 대한 일대 검거 선풍을 일으켰다. 그것도 큰 손 환전상들의 리스트를 이미 작성한 기초에서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한 시간에 단행했다. 이는 전국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외화 암거래 시장을 근원적으로 폐쇄해보려는 북한 정권의 이른바 시장 쿠데타이다.

북한의 공개적인 외화거래 역사는 1989년부터 시작됐다. 서울올림픽에 대응하여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준비한 평양은 외국인들의 국내 외화사용을 위해 처음으로 “외화바꾼돈표”를 만들었다. 당시 정권이 책정한 외화바꾼돈표와 달러와의 환율차이는 2:1이었다. 1달러에 외화바꾼돈표 2원을 바꿀 수 있었다. 색깔만 다를 뿐 도안이 같은 북한 원화에 “외화바꾼돈표”라는 조선중앙은행 명의의 도장이 박혀있었다.

“외화바꾼돈표”는 인쇄부터 예금 및 대출까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운영하는 통일발전은행에서 관리했다. 평양에 외화상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된 것도 바로 외화바꾼돈표의 유통을 위해서였다. 통일발전은행은 비록 제한적이긴 했지만 유일하게 세계 다른 은행들과 처음으로 신용거래를 인정받은 북한 최초의 글로벌은행이기도 하다.

일본 조총련 산하 조선신용조합에서 들여온 6억엔이 초기 투자자금이었는데 사실 이 때문에 조총련의 금융창고였던 조선신용조합이 붕괴되고 또한 조총련 전체 조직의 마비로 이어졌다.

서울올림픽은 돈을 번 축제였다면 “세계13차청년학생축전”은 빚진 잔치였다. 축제의 실익도 문제였지만 시작부터 과정까지 김부자(父子) 신격화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했기 때문에 그 어느 주최국가보다도 그 손해가 더 가증됐다. 평양축전에서 벌어들인 돈에 비해 “외화바꾼돈표”를 찍는데 들인 외화 손해가 더 컸다.

결국 북한 정권은 평양축제용으로 만들었던 “외화바꾼돈표”를 그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달러와 “외화바꾼돈표”와의 환율차이는 1:10으로 벌어지게 됐다. 인플레 현상을 증가시킨 것은 다름 아닌 김정일 자신이었다.

조총련의 고민은 안중에도 없이 김정일은 공짜로 생긴 외화처럼 신격화에 “외화바꾼돈표”를 마구 갖다 썼다. 중앙 기관들에서 필요로 하는 외화결제는 물론 자기 생일날에 측근들의 가치에 따라 “외화바꾼돈표”를 몇 묶음씩 선물하기도 했다.

정권과 김정일의 이름을 담보로 통일발전은행에서 가져간 돈이지만 독재국가에 무슨 신용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김정일의 비자금관리 부서인 38호실이 통일발전은행에 돈을 물어주지 않는 것만큼 환율격차가 눈덩이처럼 불거졌다. 나중엔 “외화바꾼돈표”가 점차 정권관리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달러에 의해 가치가 함부로 규정되고 거래되었다.

하루에도 몇 십원씩 차이나는 “외화바꾼돈표”의 환율변동에 도저히 상업성을 맞출 수 없었던 외화상점들에선 점차 “외화바꾼돈표”를 거부하게 됐고 이는 화폐의 가치폭락을 더 부추겼다. 결국 달러와의 환율차이가 2:1로 시작됐던 “외화바꾼돈표”는 1997년 경 7000:1로 격차 났고 끝내 휴지장이 되어 북한 화폐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때부터 북한의 화폐교환 역사는 달러와 북한 원화와의 직접 교환으로 시작됐다.더욱이 300만 아사를 낸 고난의 행군과 함께 시장이 확대되자 북한에 대한 달러의 지배력은 더 강화됐다. 상품의 국산화가 거의 공백 상태인 북한으로 중국 상품들이 쓸어 들어왔고 대신 북한 원화를 먹은 달러들이 중국으로 빨려 들어갔다.

외화바꾼돈표와 마찬가지로 150:1로 시작된 북한 원화와 달러와의 환율차이는 2009년 초에는 4천:1로까지 벌어짐으로서 월급이 2천원인 북한 평근 근로자의 경우 40만원이 있어야 100달러를 손에 쥘 수 있는 형편이 됐다. 북한 정권에 있어서 미국은 이념의 적이기도 했지만 이렇듯 자본의 원수이기도 했다.

시장가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북한 정권은 2000년 7.1조치 발표와 함께 시장가격을 반영한 임금평가를 단행했다. 이는 시장에 의한 인플레를 인정하고 원화가치를 정권 스스로가 폭락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독재를 만능으로 생각하는 김정일은 또다시 오판했다.

임금을 시장의 현재가격에 맞추고 대신 시장을 억제하면 화폐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불어난 돈으로 활성화됐고 상품가격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뛰어올랐다. 수입 對 소비라는 불균형적 경제구조에서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강권으로는 외화암거래시장을 차단할 수 없음을 인정한 북한 정권은 2001년 모든 시장들에 정식 외화환전소를 내오게 됐다. 이는 김정일이가 처음으로 자기 독재의 한계를 느낀 울분의 날이기도 할 것이다. 암시장의 환율을 쫒아 북한 조선중앙은행은 계속 달렸지만 며칠도 채 되지 않아 동시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북한에 상품을 대주는 중국 상인들이 왜 북한 정권에 달러를 빼앗기려 하겠는가. 그들에 의해 시장상품 가격이 책정되고 또한 화폐가치도 규정되는데 생산성과 순환구조를 전혀 갖지 못하는 북한 내각이 무슨 힘으로 상품을 독점한 중국인들을 이길 수 있겠는가.

북한 정권이 이 시기에 위조달러를 북한 무역회사들에 의무적으로 지급한 것도 어찌 보면 중국과 북한시장과의 외화신용을 허물기 위한 일환일지도 모른다. 당시 미국의 위조화폐 문제제기로 북한에 쌓인 슈퍼노트를 처리할 수 없었던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 39호실 산하 대성은행은 북한 내 모든 무역회사들에 위조달러를 지급하며 2:1로 바꾸어 반환하도록 지시했다.

위조달러 10만달러를 공급했다면 대신 진짜 화폐 5만 달러를 갖다 바쳐야 대성은행과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온갖 명목의 금융검열 및 관리 제도를 신설하여 반드시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압박했다. 힘없는 북한 무역회사들은 중국에 외화를 보낼 때 몇 장씩 섞어 넣어 보내는 방식을 선택했고 권력파워 기관들은 해외에서 브로커를 직접 찾아 돈 세탁을 하였다.

하여 북한의 조직적 범죄가 국가의 관리를 벗어나 마구 남발됐고 이는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감행된 범죄 증거물들이 확보되는 구체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보다 문제는 국외로 반출되기 힘든 위조화폐가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며 취약하기 그지없는 북한의 금융 유통시스템까지 위협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정일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겪이 되고 말았다.

북한 정권의 위조화폐 범죄를 가장 잘 아는 나라는 중국 지도부일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미국의 금융제재에 적극 동참하여 김정일에게 우회적인 경고와 압력을 행사 했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에 강하게 반발한 것은 단순히 거기에 예치된 2000만 달러 때문이 아니다.

그것으로 인한 북한 내 달러의 폭등과 시장 불안이 정권을 위협할 만큼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환율방어 능력이 전혀 없는 북한이야말로 외화침략에 가장 취약하다. 사회주의 동구권 시장도 없고, 상품의 국산화도 실현하지 못했고. 국가유일경제지도 관리 시스템이 붕괴되고, 시장가격에 국정가격이 밀려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화폐유통 능력과 권한을 김정일 정권이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2009년 말 북한 정권이 화폐교환을 단행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원화를 국가의 자본으로 복원하여 비로소 화폐가치의 원활한 조정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화폐교환과 동시에 외화 암거래 시장에 대한 소탕작전도 벌였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무너진 거대한 댐을 어떻게 흙주머니로 막아낼 수 있겠는가?

상품의 경쟁력이 아니라 생산조차 할 수 없는 북한으로서는 화폐가치의 주도권을 계속적으로 시장에 빼앗길 수밖에 없을 것이며 달러의 지배력은 날이 갈수록 김정일의 신격화를 무섭게 압도할 것이다. 달러가 폭등할수록 그만큼 체제의 불만도 증폭되는바, 이렇듯 북한에서 달러 가치와 민심은 정비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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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복 서울토박이 불탄너구리 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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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복 2010-01-10 00:21:54
    북한사람치고 정치경제학을 떼신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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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10-01-10 10:17:35
    북한돈과 달러와의 암거래환율은 1980년대말경에 1;80정도비율로 시작되였습니다 정확한 기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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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토박이 2010-01-10 12:47:19
    뛰어난 분석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쭙고 싶었던 사항인데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지나가다님, 장진성님은 암거래 환율이 아니라 공식환율로 이야기 하시고 있는것 같습니다. 장진성님의 글은 제가 빼놓지 않고 읽는데, 원래 북한에서 경제계통에 계시던 분이라 신뢰하셔도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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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것참 2010-01-10 15:53:24

    -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0-01-11 11: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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