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밑이 어둡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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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겨울, 북한이 식량난에 엄청나게 몸살을 앓은 그해 마지막달 어느날, 지금은 나의 안해인 그녀가 부모님 걱정때문에 도저히 안심할수 없다면서 고향인 무산에 한번만 다녀오겠다고 한다.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적지않은 탈북자들을 보내고 받아온 나였지만 그녀가 북한으로 들어 가는 그날 만은 어쩐지 무심했던것 같다. 그래도 딴에는 강냉이를 배낭에 지고 가야 혹시 있을 경비대들의 단속을 벗어날수 있다며 집에있던 배낭에 강냉이 30kg정도를 넣어서 내가 지고 밤 12시에 그녀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러나 며칠전에 내린 폭설로 두망강가에 나있는 오솔길은 밤길이여서 그런지 걷기가 그렇게 힘들수가 없었다. 우리가 걷는 대로 가느라면 2시간을 걸어도 목적지에 못 도착할것만 같았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나는 ( 저기, 순이씨.등잔밑이 어둡다고 우리 그곳까지 갈 필요 없이 아예 이곳 초소밑으로 건너가기오.) 하며 그녀한테 말했고, 결국 나의 고집을 못 이긴 그녀는 울며 겨자먹기로 나를 따라 두망강을 건넜다. 뿌지직~ 뿌지직 ~눈 밟는 소리를 최소한 줄여가며 북쪽 강기슭에 다달아, 나는 메고있던 강냉이가 들어있는 배낭을 그녀에게 지워주면서 꼭 무사히 잘 다녀오란 인사와 함께 그녀가 철길을 넘어 산기슭으로 올라가는것까지 지켜보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두망강을 절반도 못 건너오고 있는데 요란한 발자욱 소리가 나를 향하여 쫓아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죽을힘을 다하여 중국쪽 강기슭을 향하여 뛰였고, 강기슭에 거의 다달을 무렵, 끈질긴 그 발자욱 소리는 어느새 나의 등뒤에서 멈춰섰다. 순가 섬찍한 전율이 나의 등허리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 섯 안서면 찌른다." 북한 경비대원이 총창을 나의 잔등에 들이대고 부르짖는 소리였다. 이제 더이상 뛰였다가는 총창에 찔리던가 아니면 총알세례를 받아야 하는 순간, 나는 어쩔수 없이 멈춰섰고, 북한 경비대원은 총부리를 나에게 겨눈채 " 야! 임마, 왜 이한밤중에 조선땅에 넘어 왔던거야? 바른대로 말해." 하며 반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연선에 살면서 농사일에 필요한 일꾼들을 데려올때면 대부분 경비대들의 신세를 지다 보니 경비대 3소대 소대원들은 거의 안면이 있는 터였다. " 야 임마, 너 한순철 아니야? 나야나, 희송이, " 내가 거의 반가움에 젖은 소리로 부르자 " 엉? 근데 왜 형이 이밤중에 강을 넘어왔던거야? " 하며 의아해 하는 것이였다. 그렇지 이젠 살았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 야, 한순철, 상세한 이야기는 내일 만나서 해줄게, 난 피곤하니깐 그만 집에 갈란다." 그런데 예상외로 한순철이가 " 안돼, 이미 조선땅을 밟았땠으니 소대부까지는 가야한다구, " 하면서 두망강 쪽으로 나를 잡아 끌었다. 내가 죽어도 안간다며 버티고 서있자 그는 산위에 있는 감시초소를 향하여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들은 다른 한 대원이 쏜쌀같이 나와 한순철이가 있는곳까지 달려 내려왔다. 실갱이 끝에 나는 두사람에 끌려 다시 북한쪽으로 넘어가게 되였고, 소대부 까지 호송이 되였다. 날이 어스름히 밝아 소대부에 호송이 된 나는 보위 지도원 앞으로 불리여갔다. " 아니, 어쩐일로 이곳까지 끌려온것이요? " 보위 지도원은 생각밖이라는듯 놀라는 목소리로 물었다. " 사실 어제밤에 무산에서 친척이 일을 도와준다고 넘어 오기로 해서 두망강에 나갔는데, 온다는 친척도 안와서 못 만나고 돌아가려다 한순철이한테 잡혀서 끌려왔지뭐요. 창피 하니깐 빨리 돌려보내 주오." 사실 소대 보위 지도원과도 어느정도 사이가 좋았었다. 그를 통하여 산토끼나 들꿩같은것을 여러번 넘겨받었으니 무조건 두마강으로 돌려보내 주리란 믿음이 앞섰고, 이제는 풀려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예상밖이였다. "저기 희송형, 이미 소대부가 다 알정도로 일이 커졌는데 도와주고 싶지만 나도 어쩔수 없소, 내가 중대장이랑 사업좀 해볼테니 너무 걱정말고 중대부까지는 갔다와야겠소."하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는것이였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안 된단다. 소대 보위지도원은 중대부에 전화를 하려고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 여보시요. 여보시요. 중대붑니까? " 몇번을 반복해 부르던 그는 " 젠장, 전화기가 이래가지고 무슨일을 해먹겠어, " 하면서 전화기를 통째로 들고 밖으로 나가더니 전선대위로 기여올라간다. 그곳에서 선을 연결하더니, 다시 " 여보시요, 여기는 3소대입니다. 저기, 중국에서 불법도강자 XXX가........" 거의 고함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결국 나는 총을든 낯모를 대원 두명에게 호송되여서 중대부로 가고 있었다. 가는도중 두망강 얼음판에 뛰여들어 도망을 칠가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들의 감시가 너무도 틈이없어 중대부까지 끌려가고 말았다. 당시 중대부 마당에는 중국과의 밀거래를 위해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승용차 20 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른 아침 경비대원들의 총창에 밀려서 나는 중대장실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런데 중대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놀라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중대장이 앉아있는 맞은편 벽에 온통 부근의 중국 마을들의 지도가 붙어있었고, 지어는 어느곳에 위치한 집이 누구네 집이라고 까지 명기되여 있는것이였다. 사실 연선에 살면서 경비대원들이 누구를 만났고, 어느마을에 어떤차가 들어왔다 갔다는 등의 기록을 하고 있는것만 알았지, 이토록 상세한 연선 마을들의 지도까지 벽에 붙여놓고 있으리라고는 정말이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였다. " 어느마을에서 넘어온 누구라고 했지요? " 나의 생각을 깨며 위엄있는 목소리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잡혀오게된 경위를 소대부에서 말한식으로 설명했고, 중대장은 " 이동무 이거 솔직하지 못하구만, 아무래도 세관으로 보내야겠는데." 하면서 한순철의 기록으로는 강을 넘어올때 분명 두사람의 발자국 소리였는데 왜 혼자 잡혔냐며, 강을 넘어온 사람이 어디에 사는 누군인지만 말하면 두망강으로 보내줄거란다. ( 아, 다행이구나, 아직 그녀는 무사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 그때야 나는 내가 왜? 무엇을 하다가 잡히게 되였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였다, 아무튼 그녀가 아직까지 중대부에 안잡혀왔다는것은 분명하고 무사히 초소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나는 견결히 일꾼을 맞으러 왔다가 잡혔다고 우겼고, 중대장은 계속, 솔직하면 관대히 두망강으로 보내준단다. 한참의 싱갱이질 끝에 중대장이 "무산세관으로 갈 각오을 하라 " 면서 밖에 나가 기다리고 있으란다. 어쩔수없이 밖으로 나와서 주머니에서 담배 한가치를 찾아 불을 붙여물고 착잡한 생각에 잠겨있는데 " 저기 어느 무역회사에서 나왔는데유? " 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려보니 갓 교대한 중대부 정문 경비병이 담배한가치만 달라면서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아마 가죽 잠바 차림의 내가 어느 무역회사에서 나온 무역일꾼같이 보였나보다. 내가 담배 한가치를 건네주자 '무역회사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단 말입니다. 담배도 수입제만 피우니.....'하면서 나를 부러운듯 바라보는것이였다. 그때 문뜩 머리속에 " 그래 살궁리를 찾아보자, 이대로 무산까지 끌려가면 안되지! 길고 짜른건 대보라고 했잖아?"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나는 무작정 중대장실을 향하여 뛰여갔다." 저기 중대장동지, 한가지 상의 들일 일이 있는데요," 나의 말에 중대장은 " 뭔~데? " 하고 건성으로 되물어 왔고, 나는 밖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들이 중국으로 넘겨보낼 차들이냐? 내가 잘 아는 연길의 돈 많은 부자가 중고차 밀수에 관심을 가지고 부탁하더라. 는등의 말들을 장황하게 늘여놓았다. 당시 중대부에서는 중국쪽 건달패와 밀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가격을 너무낮게 쳐주어서 차를 마당에 세워놓고 있었던것이였다. 처음에 중대장은 못 미덥다는 식으로 얼굴도 안쳐들고 내 말을 듣더니 어느순간 내 말에서 신뢰성을 읽었는지, 아니면 밑져야 본전을 생각했는지? " 그래 ? 그럼 두망강으로 보내 줄테니 연길에 전화를 해보고 소식좀 알려줄수 있겠어? " 하였다, 그렇지, 밑밥을 문것이였다. 안되여도 다 된다고 해야할 순간이다. 나는 침착하게 { 걱정말라, 그 사람은 당신들이 지금까지 거래하던 사람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통이크고 돈이 많다고 소문이 난 사람이다.} 며 안심을 시켰고, 결국은 반신반의 하는 중대장을 설득하고 두망강으로 넘어올수 있게 되였다. 그날 중대부에서 풀려난후 마을 앞까지 오는데는 3소대 보위 지도원이 철길로 나를 데려다 주었고, 감사한 나는 그에게 술과 과자를 비롯한 생필품들을 가져다 주었다. 그 일이 있은 며칠후부터 두망강에 고기잡이를 나갔다 오는 사람마다 나를 찾아와서는 중대 장이 찾더라고 전해줬고...., 우스운것은 지금의 나의 안해가 내가 잡혀서 소대부 까지 끌려가는 모든것을 산위에서 지켜 보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껐 안해앞에서는 { 등잔밑이 어둡다 }는 속담은 아예 사용조차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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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주인공 역시 강호님입니다. 글도 강호님 본인이 쓴거구요..
노란우산님보다 북한에 대해 잘 아신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강호님의 부인 역시 탈북자입니다.
해외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님의 조국에 세금을 많이 바치십시오..고국의 발전은 할아버지가 서울태생인 저한텐 무한한 영광입니다.
조선족에 관해 .. 그 내면을 속속히 모르면 함부로 내뱉지 맙시다.
좋았던 나빴던 인생사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 왔더라도 그 분의 몫이고 사명 입니다
조선족입장에서 보는 북한 실태와 한국인 외국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21 세기에 대한 어떤 기록이든지 역사발전과 후세에게 귀중한 자료로 될것입니다. 하늘 바람님 잘 보았습니다. 새해에도 강건하셔서 좋은 증언들을 많이 올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