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사람이나 물건 등을 해치고 파괴하는 독하고 악(惡)한 기운. 내용살(煞)은 간혹 악귀(惡鬼)의 소행에 의한 심한 폐해를 뜻하기도 하며, 친족을 비롯한 여러 인간관계 사이에 나타나는 좋지 않은 띠앗[정의(情誼)]을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에게 질병이나 사고,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파국 등을 일으켜서 불행하게 한다. 살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해결이 불가능한 불행한 사태를 설명하는 민속에서의 개념이다. 이런 알 수 없는 불행은 ‘살’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미연(未然)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살을 풀어 주어야 한다. 살풀이나 주당맥이가 대표적인 민속적 대처 방식이다. 살은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다. 이는 민속상에서 전승되는 속신(俗信)이나 무당의 예지(叡智), 사주학(四柱學) 등에 의하여 어떤 살을 지녔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살풀이 등의 일정한 종교적 의례나 행위 등으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확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기는 다소 어렵다. 인간의 희구(希求)와는 다르게 일이 순조롭지 못하고 탈이 많아서 불행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인간이 바라는 욕망을 거스르는 어떤 ‘비가시적(非可視的)인 힘’이 작용한다고 여긴다. 이 힘은 살기(殺氣)이거나 이것과 비슷한 어떤 기(氣)이기도 하다. 이것은 귀신(鬼神)으로부터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을 해치거나 사물을 파괴하는 기(氣)에 가깝다. 이는 매우 급박하게 작동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살과 관련된 관용어들을 검토하면 살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다. 가령 초상집이나 잔칫집에 갔다가 어떤 불길한 힘이 작용하여 갑자기 탈이 난 경우에 ‘살을 맞았다’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치는 경우에도 ‘살이 가서 그러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살이 끼다’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살이 나가다’, ‘살이 내리다’, ‘살이 오르다’, ‘살을 타다’, ‘살이 붙다’ 등의 표현이 있다. 곧 살은 인간의 뜻과 전혀 상관없이 인간에게 내리고 오르며, 끼거나 타며, 붙어서 불행을 초래하는 비가시적이며 초자연적인 힘이다. 따라서 인간이 느닷없이 나타나거나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살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살의 종류를 인지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적절한 방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주학(四柱學)에서는 대개 남녀 혼인, 소아(小兒), 길신(吉神), 흉살(凶殺)에 걸쳐 190여 종류의 살이 있다고 하나, 민속상의 속신이나 무당·법사 등의 살풀이에서 언급되는 살은 이 보다는 훨씬 적다. 일부의 무당들은 21개의 살이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살이 반드시 사주학의 살과 일치되는 것은 아니고, 무당들에 따라서도 살의 종류를 달리 인식하기도 한다. 무당들은 불행을 초래하는 어떤 사건이나 귀신 등에 쉽게 살을 붙여서 관념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조상살(祖上煞), 불난살, 동토살, 산신살, 용왕살, 성주님살 등이 이러한 예이다. 무당들이 일상에서 언급하는 21개의 살은 천강살(天?煞), 지궁살(地宮煞), 연살(年煞), 월살(月煞), 일살(日煞), 시살(時煞), 금살(金煞), 목살(木煞), 화살(火煞), 토살(土煞), 혼인살(婚姻煞), 극체살(克體煞), 원진살(元嗔煞), 옥녀살(玉女煞), 단명살(短命煞), 부정살(不淨煞), 삼재살(三災煞), 관재살(官災煞), 이별살(離別煞), 횡사살(橫死煞)이다. 한편 아기가 태어날 때 부정을 타도 그것이 살이 되는 경우가 있다. 출생시에 살생(殺生) 부정이나 ‘죽은 부정[초상(初喪)]’을 타면 살성(殺星)이 든다. 그리고 몸에 피를 묻히거나 태(胎)를 목에 걸고 태어나도 그러하다. 민속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살은 주당살(周堂煞)과 상문살(喪門煞)이 있다. 주당은 혼례 때에 꺼리는 귀신이다. 신부가 신행(新行)오는 월(月)이 큰 달인지, 작은 달인지에 따라서 어느 장소에 주당이 닿은지가 다르다. 집이나 사람에게 주당이 닿으면 신부가 들어 올 때 처마 밑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피하게 하는 주당물림을 한다. 또 장례를 모시면서 하관(下棺)을 함부로 보거나 피하지 못하여 상문 방위에 닿으면 병이 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이를 상문살이라 한다. 이러한 살들을 막아내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무당이나 법사가 ‘살풀이’를 하기도 하고, 또한 속신(俗信)에 따른 각종의 민속적 처방, 곧 ‘뱅이(양밥)’로 대응하기도 한다. 예컨대 피를 묻히고 태어난 아이의 살을 풀기 위하여 집에서 쓰는 식칼을 푸줏간에 주거나 가축의 도살(屠殺) 장면을 아기에게 몇 차례 보여 주는 등의 풍속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살 [煞]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신앙사전(무속신앙 편), 200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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