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덕스토리"를 관람하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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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덕스토리를 관람하고서... 평일에는 회사일로 시간이 맞지 않아 주말인 토요일 4시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관람했다. 사실 내가 대한민국에 온지도 8년이 되었건만, 누가 일전에 초대권을 주어도 뮤지컬을 보러 갔었던 기억이 없다. 내 발로 극장에 뮤지컬을 보려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식 용어로 말하면 가극인데 비교적 잘 엮어냈다고 평하고 싶다. 솔직히 드라마도 잘 보지 않는 내가 이 공연을 보면서는 몇 차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원래 문학과 예술은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의 의미가 중요한 것일 텐데, 현대사회의 극작품, 시각적 예술은 재미(볼거리)라는 상업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 사실이어서 가치관적 의미를 반영하는 작품의 창작에는 많은 애로가 있었으리라 판단된다. 연극이나 가극예술이 영화에 밀려나 다소 쇠퇴하게된 것은 영화예술만큼 시공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 등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다 하여도 적자가 난다면 제작업체는 문을 닫을 것이고 아무리 숭고한 뜻이 있다 해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기 곤란한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간학적 의미를 강조한 유럽의 영화들이 쇠퇴하고 재미(볼거리)를 강조한 미국의 영화들이 전 세계 스크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문화의 경지와 상업성의 논리 앞에서는 잠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의미적 테마의 연극이나 가극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에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악조건과 리스크를 이겨내고 훌륭한 문화적 창조물을 무대에 올린 정 감독의 용기와 지혜에 찬사를 보낸다. 공연이 끝난 후 북한안무를 담당한 김영순씨와 총지휘를 맡은 정 감독을 만나 정말 큰일을 해냈다고 진심으로 격려해주었다. 뮤지컬은 대본(산문작품), 음향, 조명, 가무(가사,작곡,성악,율동,기악,효과음 등) 대사, 액션, 미술, 시각적 효과 등이 총동원되는 종합예술이기에 무대극창작은 간단한 창조과정이 아니다.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나는 이 작품이 더욱 예술적으로 다듬어지고 완성되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절찬리에 상영되면서 1만회, 2만회를 이어가며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품의 예술성에 대해 개인의 소견을 피력한다면, 신성한 인권을 짓밟히고 자유를 억압당한 사람들의 비참하고도 가냘픈 신음소리에 대한, 비감에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가슴아픈 내면세계에 대한 세부묘사가 보다 깊이 있게 묘사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았다. 또한 작품의 특성상 정서적 색채가 무겁고 어두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긴장과 완화 등 감정호흡에도 유의하여 관람자들이 긴장의 연속으로 숨이 막히지 않도록 파도의 마루와 홀, 갈무리와 같이 뮤지컬의 리듬을 더욱 완성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기본적인 흐름은 비교적 잘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고 이제 긴장과 완화라는 정서리듬 단계에서 인간들의 소박한 염원에 대한 심리를, 삶의 희망에 대한 이상의 세계를 무용과 같은 형식으로 묘사한다든가 하여 다소 무거운 색깔이 커버되는 밝은 무대도 함께 펼쳐준다면 작품의 예술적 리듬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노파심도 가져보았다.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은 강연화가 마지막에 수용소 철조망을 올라갈 적에 등에 업었던 아기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마지막 암전(조명이 꺼지는 것) 직전에 그 아기의 비명소리나 “아빠! 엄마!”를 부르는 처절한 목소리가 무대에 메아리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면 관객의 마음속에 사랑과 용서에 대한 의미적 철학이 더욱 강한 잔향으로 남았을 것 같았다. 영화는 한번 촬영이 끝나고 개봉하면 수정하기가 곤란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공연을 하면서 연기나 극적흐름을 더욱 완성해나갈 수 있는 이점이 있으므로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좋은 장면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민족수난의 역사를 끝장내야 하는 엄숙한 이 시각에 조국을 위하여 큰일을 해낸 정 감독을 비롯한 모든 창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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