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자가 본 '된장녀' 열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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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본 '된장녀' 열풍.."나와 다르면 용서못해" [스타뉴스 2006-08-11 16:37]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래서 플래시 게임(사진)까지 등장한 '된장녀' 열풍의 배경은 무엇인가. 신데렐라를 꿈꾸는 드라마 여주인공에게까지 그리고 특정 연예인을 싸잡아 '된장녀'라고 부르는 그 심리적 기저는 뭘까. 전문 심리학 교수에게 물어봤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인간발달 소비자심리 전공)가 11일 기자의 몇가지 질문과 생각, 궁금증에 대해 친절히 분석, 그리고 따끔하게 비판해줬다. 이를 요약 정리했다. 된장녀의 정의가 도대체 정확히 뭔가. 흔히 된장녀를 '별로 돈도 없으면서 겉멋에 명품이나 비싼 물건을 사는 여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 말 자체가 모순이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수준을 타인이 겉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자기 입장에서 타인을 판단하는 전형적인 예가 된다. 흔한 예로 된장녀를 '점심으로 라면이나 천원짜리 김밥을 먹고 4000~5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 규정하곤 하는데, 이런 생각에는 '나는 돈이 아까워 4000원짜리가 아닌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데 너는 왜 마시느냐'는 심리가 깔려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5000원짜리 커피가 더 가치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된장녀' 호칭은 자기와 맞지 않는 소비스타일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행동형태라 할 수 있다. 된장녀가 뜻하는 여성은 이미 우리 주변에 많은데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사용되는가. 많이 있는 것과 부정적인 것은 서로 상관이 없다. 기자의 이런 질문에는 소수의 현상이라면 부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다수라면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실제로 된장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20대라기보다는 40대와 50대 남자들일 가능성이 높다.('부모 잘 만나서 사치와 허영 부린다', '형편도 안되면서 과소비를 한다'고 평가한다.) 사치스러운 드라마 여주인공, 스타 성공을 꿈꾸는 신인 탤런트에게도 된장녀라고 부른다. 마녀사냥 아닌가. '다른 연예인과는 다르거나 예외일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결국 그렇구나'는 생각의 표출이다. 미모와 지성, 돈을 갖춘 여자가 다 갖춰진 남자를 만나는 것이 '뭔가 삶에 정당한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일 것이다. 일종의 배신감일 수 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사례를 상상하다가, 공주와 왕자의 만남이 되었을 때, 평민 자신이 느끼는 현실의 처참함, 나약함이다. 예전 신데렐라 콤플렉스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차이가 있다. 신데렐라는 선택을 당한 경우다. 안타깝고 불쌍해 연민을 느끼던 여자가 왕자의 선택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겪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나와 비슷하게 불쌍한 사람이 잘 돼서 좋다'는 느낌이 강하다.(사실 이 생각에는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다) 이에 비해 된장녀는 스스로 선택해 만들어나가는 삶이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나와 다르게 잘 나가는 사람은 싫다'는 심리다. 하지만 잘 꾸미고 세련된 모습을 보이는 된장녀들이 또한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파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킹카를 만나서 더 잘 사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은 이런 것도 정당하지 못하고 잘못된 세태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게 우리 사회의 병적인 신드롬은 아닌가. 된장녀 열풍은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이 착각하는 '이미지'와 '실체'의 대립이라고 본다. 즉, '저 사람은 월급 100만원짜리인데, 왜 200만원 이상의 이미지를 꾸미면서 사는가', 의문을 갖는 것이다. 실체가 100만원이기 때문에 이미지도 100만원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일까. 된장녀 호칭 현상은 또한 한국사회의 남성중심적인 사고에서 일부가 가지고 있는 경직된 사고의 표현이다. 남성중심적인 사고란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면서도 관념적으로는 그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사고다. 액면가와 시세의 차이가 커지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콘텐츠가 없으면서 이미지 연출이 잘 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나는 콘텐츠가 좋은데 이미지 쇼를 못해 대중적인 인기가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사람들이 나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다'고 생각하는 것과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된장녀 열풍은 자신과 다르거나 잘 모르는 소비행태나 라이프 스타일을 마치 '괴물'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그 이미지를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는 정치현실에서 사람들이 서로 자신과 다른 상대방이나 집단을 마치 악의 화신으로 공격하고 배타적인 행위를 하는 행태가 소비행태에 그대로 적용된 경우다. 또한 된장녀 호칭 현상은 자기가 믿는 것이 진짜이자 실체라고 생각하는 강박증의 발로이기도 하다. 불편한 자기 현실에 대해 의식을 하면서 타인의 좋은 현실에 대해 가지는 불만감(열등감)의 표현인 것이다. minji2002@mtstarnews.com 머니투데이가 만드는 리얼타임 연예뉴스 제보 및 보도자료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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