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그 여자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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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사람들과 그들이 입으로 쏟아 낸 배설물, 그리고 온갖 잡쓰레기들이 넘쳐나는 거리를 빠져나왔다. ‘사이판’이며 ‘꿈의 궁전’ 등 모텔가가 밀집된 사거리에 이르자 그녀를 걸음을 멈추었다. “형 주머니에 남은 돈 있어?” 얼떨떨해 서 있는 나에게 그녀는 손을 내밀로 지갑을 달라는 시늉을 했다. 내가 지갑을 찾아 펼치자 온갖 영수증 사이게 꾸겨진 천 원짜리 한 장이 달랑 남아 있었다. 천 원짜리를 건네자 찢어진 청바지를 뒤져 동전 몇 개를 모아 낸 그는 근처 24시간 편의점에 들어가 캔 맥주 하나 사들고 나왔다. 나도 술을 어지간히 한다는 놈인데 는 그의 주량은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다행히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주사가 없다는 것뿐이다. 파란색 빨대를 꽃아 훌쩍거리며 맥주를 마시는 그가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의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둘은 맥주를 나누어 마시면서 큰길까지 나왔다.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이 상황을 말해줘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쳐들어가 모르는 쇠 시치미를 뚝 뗄지 용단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곁눈질로 그를 보는 감촉을 느꼈는지 머리를 돌리고 나와 눈이 마주칠 때 그녀는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젠장, 에라 모르겠다.’ 택시가 줄줄이 서 있는 택시정류장을 지나칠 때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형 나 집 간다.” “어? 어... 돈이 없다며?” 내가 놀란 눈을 하고 물어보는 데 그는 택시로 쪼르르 달려가 택시기사와 무언가 얘기를 나누었다. 다시 나에게로 온 그녀는 “저 택시 신용카드로 계산이 된대, 아까 형네 집에서 자겠다는 것은 농담 이였고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 통행금지 시간이 있어. 12시까지인데 요즘은 부모님들과 사이가 퍽 좋은 편이야. 오늘은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괜찮을 거야.” 택시기사가 빨리 가자는 듯 운전석 문을 열고 기웃거렸고 그녀는 나에게 명함 한 장 건넸다. “형 전화할게!” 명함에는 어느 시만 단체 간사라는 직함이 적혀져 있었다. 학교에서 학과회장도 하고 사회에서 NGO일도 하나보다. 그러면 공부는 언제하나? 택시는 출발했고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도착해서도 그녀가 제대로 갔는지 걱정이 되어 명함을 한동안 만 지락 거렸지만 끝내 핸드폰 슬라이드를 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에는 낯선 번호에 문자하나 들어와 있었다. “통행금지시간 초과하여 한 달 생활비 반이나 삭감!” 대번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 후 수업부터 그는 아예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먼저 강의실에 도착한 사람이 자리를 맡기로 했다. 이때부터의 수상한 행각에 친구들이 물어왔다. “여자 친구 생긴 거야? 와~ 좋겠다.” “여자 친구 아냐...그냥 친구야” “에이~ 누가 너랑 걔랑 팔짱끼고 다니는 거 봤다던데...어디까지 간 거야?” 그들이 궁금한 것은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 아니고 남녀 관계의 그거(?)일 꺼다. 풍만이는 바빴다. 때때로 밥 먹을 시간도 없어 강의실에서 우유에 빵을 가지고 식사를 해결했다. 가끔 나에게 교수식당에서 비싼 밥을 사주곤 했는데 자기 돈이 아닌 학생회 돈이라는 선수로 내 입을 막곤 했다. 그날 이 후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져 마치 죽마지우인양 여기저기 어울려 다녔다. 어떤 때는 나에게 함께 활동을 하자고 제의했다. 어느 날 그냥 아침에 학교 공원에 나와 보라고 해서 나갔더니 짜증 제대로 인 활동이었다. 풍물패 동아리인데 그녀가 거기에서 1학년 때부터 활동하였다고 한다. 장구를 치면서 탈출을 추는 동작이 예사롭지 않지만 나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더욱이 학교공원에서 소란스럽게 떠들던 그들을 평소 안 좋게 생각하던 터라 쉽게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막론하고 의문은 짙어갔다. 왜 그가 나와 친해지려 하는지 더욱이 아무것도 없는 탈북자인 나에게 적극적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의외로 함께 다니는 남자친구들은 없는 듯 했다. 과 회장에 그녀처럼 성격이 털털하면 여자친구대신 많이 친구가 많아야 캠퍼스 안에서는 정상일 것이다. 가끔 그가 친구들과 학과 잔디밭에 앉아서 자장면이며 짬뽕 등을 먹는 것을 볼 수 가 있었던 데 꽤나 폐쇄적인 생활을 한다는 직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친구들에게 어떻게 나를 소개했는지는 몰라도 그의 친구들이 먼저 인사를 건너와 그 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가끔 그가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나를 불러낸 적도 있었고 그를 대신하여 호방하게 내가 술값을 계산할 때도 있었다. 그러던 그나 나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둘만의 여행이라는 것은 그 후에 안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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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둘만의 여행이라... 기대하겠소.
근데 돗배가 돛배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