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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슨 “작은 미국 되려 용쓰는 한국 너무싫다”
Korea, Republic o 대학생 1 476 2007-04-21 14:54:26
북한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처럼 공포에 의해 지배되는 곳이라면, 남한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처럼 욕망에 의해 지배되는 곳입니다. 체제에선 남한이 우월할지 몰라도 극단적이라는 점에선 다르지 않아요.”



J 스콧 버거슨(40). 5년 전 ‘발칙한 한국학’이란 베스트셀러를 냈던 미국인 문화비평가. 최근 ‘대한민국 사용후기’(갤리온)를 펴낸 그는 “한국이 미치도록 미워졌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11년째. 한국을 사랑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한국이 너무 싫었다.

“한국은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오직 열심히 일만 합니다. 그게 슬픕니다. 한국에서 사는 건 전쟁 같아요.”

한국은 그가 떠나온,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영혼이 죽어 버린 어떤 나라”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었다. “작은 미국이 되려고 용을 쓰는 한국이 싫었다”고 밝혔다.

“‘멋진 신세계’에선 사람들이 에너지를 소비에만 쏟아붓습니다. 지금 미국이 그런 모습이에요. 가족이 해체되고, 섹스와 젊음을 찬양하고, 전체 사회가 소비를 기반으로 합니다. 한국 역시 똑같이 변해가고 있어요.”

또 “한국 사회는 고등학교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또래집단’들이 있고, 거기에 속하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걸로 취급당한다는 것이다. ‘명품’ 열풍과 성형수술 열풍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한국 사회가 ‘경제 논리’ ‘개발 논리’만이 우선시되면서 문화나 인간 발전 등 다른 부문은 무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책에서 “한국 사람들은 걸핏하면 ‘5000년 역사’와 자랑스러운 조국을 들먹이지만, 돈이 전통을 사정없이 짓밟는 결정적 순간에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고 일갈하는 이유다. 그가 살고 있는 서울 종로는 빠르게 ‘강남화’되면서 “SF소설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전통 건축 유산은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지고 그나마 남아있는 전통 건축물의 유일한 기능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인의 편협한 민족주의와 배타성도 도마 위에 올렸다. 한국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는 위선적이고 자기에게 좋은 쪽으로만 선택하려 하기 때문에 ‘천박한 민족주의’로 규정했다. 탈북자와 조선족을 차별하면서도 다른 나라 대표팀과 축구 시합이 벌어지면 ‘한민족’의 수호자로 자처하고, 심판이 편파 판정했다며 FIFA 홈페이지를 벌떼처럼 공격하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대부분 한국인이 통일을 원하지 않으면서 민족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가짜(Fake)”라고 지적했다.



“독일 통일 후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했지만 독일인들이 미루지 않고 결국 통일을 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입니다.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지요. 한국인들은 문제를 기피하고 있어요.”

“한국인은 뭐든지 극단적”이라고 지적한 그는 한국인의 ‘군중 심리’를 우려했다.

“한국에선 큰 사건이 생기면 여론이 급격하게 한쪽 방향으로 몰립니다. 그건 전체주의의 위험성이 있어요. 9·11 이후 미국도 그런 군중심리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까지 몰아갔지요. 다문화사회라는 미국도 그런데 단일민족인 한국은 더 위험합니다.”

그는 다른 문화에 대한 공감(empathy)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20만원의 보증금을 낸 경험을 얘기하면서 “세계화니 아시아의 허브니 얘기하는 한국인이 실제로는 외국인을 다르게 분류하고 차별한다”고 꼬집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자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외계인 취급합니다. 차이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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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민 2007-04-21 18:15:20
    대학생님이 오랜만에 나와 공감이 가는 글을 올렸네요? 추천해 드려야지.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헉!~~ 2007-04-21 22:49:28
    독일 통일 후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했지만 독일인들이 미루지 않고 결국 통일을 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입니다.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지요. 한국인들은 문제를 기피하고 있어요.”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애기입니다.
    공감 만땅 !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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