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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빙판의 한중 스케이트전
Korea, Republic o 관리자 729 2009-01-19 23:45:43
한겨레 2009-01-17 11:25

한반도 가장 추운 동네 중강 출신 탈북자의 그리운 고향 얼음지치기 추억

‘중강’(中江)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압록강의 시발점에서도 1000리요, 신의주에서도 1000리 떨어져 있어 중간에 있다고 붙여진 지명입니다. 이북의 행정구역상으론 자강도 중강군. 지금은 갈 수 없는 고향입니다.

중강은 이북에서, 아니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곳입니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5도입니다. 대한(음력 12월 중순으로 가장 추운 날로 꼽히는 절기)·소한 등 추울 땐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집니다. 남쪽의 겨울 추위는 추위도 아닙니다. 물론 지금은 제가 어릴 적보다 조금 따뜻해졌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젠 겨울에도 따뜻한 날엔 도로의 눈이 녹는 날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엔 겨울에 눈이 한번 쌓이면 녹는 일이 없었습니다. 추위가 어느 정도였느냐면, 어릴 적 유달리 추웠던 해가 있었습니다. 입김으로 성에가 하얗게 만들어져 바로 떨어졌습니다. 오줌을 싸자마자 기둥처럼 얼어붙기도 했습니다.

학교마다 스케이트부·스키부 있어

중강에서 보낸 어린 시절 스케이트는 겨울에 즐기는 ‘귀한’ 운동이었습니다. 주로 인민학교(초등학교)에서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북한에서도 스케이트는 함부로 구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마다 스키부와 스케이트부가 있었고 저도 학교에서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인민학교는 8살에 입학해 3년 동안 다니고, 그 뒤엔 6년 동안 고등중학교를 다닙니다. 저는 코를 훌쩍이던 중강인민학교 3학년쯤부터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가 한 발 두 발 배웠습니다.

이북에서 1월17일은 큰 경사입니다. 민주청년동맹(현재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창립절입니다. 이날 각 학교에서 겨울철 운동 경기가 많이 열립니다. 중강인민학교 학생들도 이날 단체로 스케이트를 지칩니다. 스케이트장은 바로 옆에 있는 압록강입니다. 겨울이 되면 압록강이 꽁꽁 얼어붙습니다. 그 위로 차가 다닐 정도입니다. 제가 인민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엔 중국이 ‘사회주의 우방’이었습니다. 중강인민학교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스케이트를 타고 있노라면 건너편에서 중국 사람들이 같이 와서 스케이트와 썰매를 함께 탔습니다. 말은 안 통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스케이트를 타는 애들 옆으로는 트럭이나 차가 왕래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압록강에서 함부로 스케이트를 탈 수 없었습니다. 중국이 80년대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북한 당국이 압록강에 일반 주민들이 나가는 것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중강은 또한 눈이 많이 내리기로도 유명합니다. 스키도 아주 대중적이었습니다. 물론 모두 뒷동산에서 나무를 잘라 만든 스키였지만 말입니다. 사실 중강에서는 스케이트보다 썰매가 훨씬 대중적이었습니다. ‘외발이’라는 게 인기였습니다. 나무판자에 스케이트날이나 철근을 잘라 붙여놓고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얼음을 지치는 겁니다. 남한에는 ‘외발이’가 없습니까? 외발이나 스케이트 모두 2000년 탈북한 뒤로 다시 찾아갈 수 없는 고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2005년 남한에 오기 전까지 중국·캄보디아·타이를 떠돌 때도 잊히지 않던 고향 중강 말입니다.

박건하/북한민주화위원회 총무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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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쌈 2009-01-31 02:04:34
    춥기는 뭐가 제일 추워. 거짓말을 해도 제대로 해야지. 도대체 땅속 깊이 얼마까지나 얼어드는데. 내가 살던 곳은 1미터70센티미터까지 얼어드는데 7월이 되어서야 다 녹아지거든. 한번 제대로 된 설명이나 해주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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