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한국 우체국 택배를 배달한 황당한 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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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9-01-15 10:54 “시집갈 딸 위해 한국화장품 좀 보내달라” 이것은 우리 눈에 너무나 낯익은 우체국 택배 박스입니다. 각 모서리마다 큼직하게 우체국 택배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옵니다. 자, 이런 택배 박스가 북한에 전달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상식으로의 대답은 전혀 불가능하다입니다. 그런데 진짜 이런 택배가 북한에 배달되는 황당한 일이 3일전 벌어졌습니다. 일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북한 사람 한 분이 양강도 모 국경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더군요.. 곧 시집갈 딸이 있는데 한국 화장품 좀 구할 수 없냐고요. 북한 장마당에서도 한국 화장품들이 팔리고 있는데(1세트에 50달러 정도 한다고 하더군요)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을 수 없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요즘 불황인지라 좋은 화장품들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5년 넘게 알고 있던 분인지라 이것저것 신경 써서 좀 많이 샀습니다. 보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북한 사람이 사는 마을의 맞은 편 중국 마을에는 그와 거래하는 중국 조선족이 있습니다. 제가 그곳에 보내면 그 조선족이 북한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세관을 통해 나가 전달할 수도 있고 밀수로 전달할 수도 있죠. 우체국에 갔더니 화장품은 중국 세관에서 단속 품목이라고 하더군요. 쓰지 않는 중고 카메라도 하나 넣었는데 전자기기도 단속 품목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으면 단속 될 것 같아 일부러 두개 박스에 넣어 중국 조선족에게 보냈습니다. 박스는 우체국 박스를 그대로 사용했죠. 그리고 그 조선족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에 내보낼 때 박스를 바꾸어 달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한국 박스가 못나갈 것이니 조선족이 바꾸어 주리라 생각하고요. 그런데 3일 전에 그 북한 주민이 전화 왔습니다. 그리고 화장품 잘 받았다면서 “동아일보라는 게 그런 거 였군요”하는 것입니다. 그게 뭔 소리냐고 했더니 이런~ 전날 밤에 잘 아는 국경 경비대 군관(장교)가 들어와 “형님에게 온 택배요”하면서 박스 두개 꽝 내려놓더랍니다. 이 조선족이 박스 교체하기 시끄러우니 자기가 거래하는 경비대 군관 불러서 “야 이거 아무개네 집에 좀 전달해라”고 한 것입니다. 그 군관은 밤에 강을 건너가 중국에 가서 택배 박스를 받아가지고 다시 강을 넘어 그 분의 집에 들어와 전달해 주었습니다. 경비대 군인들은 보통 주둔지에 자기가 잘 다니는 집을 하나씩 정해놓습니다. 그 집의 편의를 돌보아 주면서 밥을 얻어먹는 것이죠. 그러면 군 복무기간 배고프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은 그 마을에서 잘 삽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사는 집이라고 해도 서울에서 보낸 택배를 그대로 북한까지 날라다 준 군관의 행태에서 해이된 북한 국경 경비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거 사실 걸리면 총살감이거든요. 택배 박스 뿐 아니라 그 위에 서울에서 아무개가 보낸다는 주소를 쓴 종이도 그대로 붙어있고, 안에는 깨지지 말라고 동아일보 접어서 이 구석 저 구석 넣었는데 그것도 다 그대로 갔구요. 제가 살다보니 별 황당한 일을 다 겪네요. 제가 알기에는 이것이 아마 한국 택배가 박스 채로 그대로 북한에 전달된 최초의 사례입니다. 북한 땅 최초의 한국 우체국 택배를 전달해준 그 경비대 장교님...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통일되면 우체국 택배 북한 지사에서 양강도 지부장으로 일하도록 제가 추천할 용의가 있습니다.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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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일을 계기로 북송전문 택배회사를 창업하세요.
아무튼 너무 재미있게 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교류가 된다는게 너무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