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뉴스

뉴스

상세
클린턴 방북에 북 주민들은 이런 선전 듣는다
주성하기자 2009-08-05 00:38:44 원문보기 관리자 1749 2009-08-11 23:30:22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오늘 조간신문에 이에 대한 의미, 전망 등등 무수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겠기에 저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겠습니다.

이번 글에선 조간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오지 않을 만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뭐 이전에도 여러 번 보아왔습니다만 이번에도 북한이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클린턴까지 데리고 오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방북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김정일이 오바마에게 메시지를 전달할까 말까 하는 분석이 많겠지만 저는 전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김정일은 오래전부터 미국을 짝사랑해왔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맘속에 품고 있다고 되는 것입니까.

김정일은 자기 정권을 유지하는 조건하에 미국과 손잡고 싶고 반면 미국은 북한과 같은 독재정권과 손잡고 싶지 않죠. 두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인권 요구에 아주 원시적 수준으로만 맞추어도, 그러니깐 정치범수용소 폐지 정도만 해도 북한 정권은 흔들거릴 것입니다.

게다가 김정일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죠. 그 그늘 밑에서 성장했으니 자본주의로 가기 힘든 것이죠.

하지만 김정일은 아주 유화적인 오바마 정권하고도 관계정상화를 하지 못하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요원한 꿈에 머무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만치 어떻게든 미국에 추파정도는 던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쓰고 싶은 핵심인데, 클린턴 방문을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선전할까요?

이런 선전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 나오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즉 주민들을 상대로 한 내부강연을 통해 진행됩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것이죠.

클린턴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는 순간 북한에서 강연을 수없이 들었던 나는 북한에서 할 강연의 제목이 딱 떠오르더군요.

“결국 미국 놈들은 장군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물론 표현은 조금 차이 나겠습니다만 큰 틀은 이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김일성대를 다닐 때는 중앙당 강연과장, 그러니깐 북한에서 강연 제일 잘하는 사람이 나와서 계속 강연했습니다.

있는 정세를 놓고 어떻게 그렇게도 그럴듯하게 유리하게 분석하는지 참 재주가 좋습니다.

그런 사람 밑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뭐 삼년이면 울바자(울타리) 뛰어넘는다고, 대충 앞으로 어떻게 할지 감이 잡히는 것이죠.

항상 북한이 주장하는 바가 고슴도치 이론입니다.

“호랑이가 산에 먹을 것이 널렸는데 왜 하필 고슴도치를 잡아먹겠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전민 방어태세가 갖춰지고 군사적으로도 준비됐기 때문에 자신들을 크지는 않지만 가시가 둘러싸고 있어 함부로 뭇짐승이 덤비지 못하는 고슴도치에 비유합니다.

이번에도 4월의 대포동 발사, 5월의 핵실험 등과 연계지어 선전할 것입니다.

“오바마가 처음엔 우릴 우습게보고 헛소릴 했지만 장군님이 본때를 보였다. 인공위성 발사하고 핵 실험까지 성공하니 미국이 겁에 질렸다. 결국 제 발로 무릎을 꿇고 장군님 앞에 찾아왔다.

클린턴이 보통 인물이냐. 오바마 전임 민주당 정권의 대통령이었다. 미국은 자기가 보낼 수 있는 최고 거물을 보냈다.”

이런 식의 강연이 진행될 것이 분명합니다.

아 참, 강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죠. 바로 김정일의 소위 ‘위대성’ 교육입니다.

“우리 장군님의 담력은 죽여준다. 미국 앞에서도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갖고 노신다. 지구는 장군님의 의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이때라고 생각하고 남한에 대한 비난도 빠질 수 없겠죠. 이런 식이죠.

“이명박 괴뢰역도는 상전의 눈치만 살펴보다가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됐다. 상전의 뜻도 읽지 못하고 꼬리를 흔들다가 이번에 난리가 났다. 이제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만하냐. 지난기간 우리에게 저지른 악행을 손이야 발이야 빌지 않고서는 절대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말해야 앞으로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돼도 “저들이 빌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버릇을 가르쳐 주느라고 대상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호도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저런 강연하면 북한 주민들이 믿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믿을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 년 속아 넘어왔지만 이런 측면에선 크게 똑똑해지진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당국에서 앞으로 배급 정상화하겠다면 누구도 안 믿겠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죠.

실제 인공위성, 핵 실험 이런 것이 있은 다음에 클린턴에 나타났으니 까마귀 날고 배 떨어진 격이 아닙니까.

특히 지푸라기 위에라도 희망을 얹고 싶은 북한 주민들의 심리가 북한 당국의 선전을 믿게 하고 앞으로 뭔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봅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미국 여기자들은 아무래도 클린턴과 함께 오겠죠.

제 블로그 올해 3월 19일자에 쓴 "북에 피랍된 미국 여기자가 불쌍할까요" 이 포스트를 한번 꼭 읽어보시기 추천합니다. 미국 여기자 피랍 이틀 만에 쓴 예상 분석이었습니다.

결국 제 예측대로 그들은 몇 달 북한 호텔(또는 호텔보다 더 좋은 초대소) 생활을 하고 돌아옵니다.

그 포스트에 북한에 피랍된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면 어떻겠냐고 적었습니다.

헌데 저한테 그런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 현실로 보여주겠다고 하듯, 정말 그 글을 쓴 지 일주일 쯤 뒤에 한국인 직원이 개성에서 억류됐습니다.

자, 이제 정말 제가 다섯 달 전에 예상한 대로 “대륙의 시민권자”와 한국인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왔습니다.

역시 나라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새삼 느껴집니다.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 주성하 기자

원문 보기

좋아하는 회원 : 0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핵은핵으로 2009-08-13 19:11:57
    핵이다. 다른방책이 없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나무리 2009-08-19 01:59:33
    당신 머리가 비상하시군요. 김대까지 나오셧으니 정세분석도 명철하다고 보는데요. 이담에 북한이.변하든 망하든하면 당신같은 사람들이 북한권력을 다 차지할테니 나 같은 개밥에 도토리들은 어떡하지 ?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머저리다 2009-08-20 22:55:37
    참 머리ㅣ가 좋네요...똑똑도 하ㅏㅏ구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rlaakak 2009-08-25 15:57:53
    정말 명철하신 분석이네요. 그 권력아래 백성이야 던져주는 개똥도 달게 먹어야 하는 신세인걸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북한 주민들 "미군 유골 비싸게 사고팝니다."
다음글
억류 근로자 유 씨 석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