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오글거리는 김정일 우상화의 사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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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김정일의 생일이다. 이제는 김정일도 우리나이로 70살로 접어든다. 새파란 젊은 김정일이 아버지 뒤를 따라다니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는 주름이 조글조글한 늙은이가 돼 아들을 달고 다닌다. 내가 나이 먹은 것은 생각되지 않고 김정일이 늙은 것만 보인다. 주민들에게 늘 ‘백두산의 정기를 타고 나신 분’이라고 선전질을 해대더니, 백두산의 정기가 저것밖에 안된단 말일까. 백두산이 알면 놀라 팔짝 뛸 일이다. 며칠 전에 물러난 무바라크는 84세임에도 불구하고 60대처럼 젊어 보이는데 김정일은 온갖 좋은 것 다 가져다 먹고도 방탕하고 무절제한 사생활을 감당치 못해 쏙 늙어버렸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정일은 백두산을 출생지로 조작해 주민들을 속여 왔다. 김정일이 태어난 생가 뒤의 봉우리 이름을 정일봉으로 짓고는 온갖 우상화 놀음을 펴대는데 아마 이에 대해선 책 몇 권을 써내도 부족할 정도로 끝이 없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김정일의 생가터는 1988년에 김일성이 아들이 태어난 고향집을 찾기 위해 직접 백두산을 헤매다가 찾아냈다고 한다. 밀영 흔적을 찾으려 올라갔던 수많은 탐사대가 다 허탕을 쳤는데 김일성이 직접 올라와서 부관에게 저기 저 골짜기가 낯이 익으니 한번 가보라고 했단다. 그래서 가봤더니 귀틀집 흔적이 있었단다. 생가를 복원한 뒤 그해 높이 7m, 너비 6.5m에 개당 무게가 무려 100톤이 넘는 화강암을 생가 뒤 산꼭대기에 끌어올려 ‘정일봉’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저 화강암을 끌어올린 사람은 영웅이 됐다. 정일봉은 높이가 1793m인 봉우리다. 아첨꾼들은 정일봉이 봉우리만 따졌을 때 높이가 216.42m라며 김정일이 하늘이 낸 인물이라고 선전한다. 즉 김정일의 생일이 1942년 2월16일인데 하늘에서 산 높이까지 딱 맞게 점지해주었다며 한때 열심히 선전했다. 어떤 놈이 머리를 쥐어짜서 이딴 기막힌 아첨 아이디어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은 두둑이 받았을 것이다. 해마다 김정일 생일이면 정일봉에 무슨 오색 무지개가 비끼고 흰 까치가 울고, 어쩌고저쩌고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한 찬양이 끝이 없다. 다 김정일이 위대해서 하늘이 알아본다는 소리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백두산밀영 기상관측소 자료’를 인용해 “1월 말부터 정일봉 일대의 기온이 점차 풀리면서 2월10일 현재 소백수 골짜기에는 버들꽃이 피어났다”며 “올해는 여느 해보다 9일이나 앞당겨 버들꽃이 피어났다”고 전했다. 북한은 매년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추위 속에도 정일봉에 버들꽃이 피었다며 우상화 선전을 하고 있다. 중앙통신은 또 1월 16일에 이어 지난 7일에도 낮 1시부터 32분간 햇무리 현상이 나타나 백두산 밀영 고향집의 경치가 이채로워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정일봉에 대한 노래와 시, 다큐 뭐 이런 것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2년 김일성이 김정일 생일에 써주었다는 시이다. 한자로 쓰고 우리말로도 뜻풀이를 해놓았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문은 이렇다. 白頭山頂正日峯 (백두산정정일봉) 小白水河碧溪流 (소백수하벽계류) 光明星誕五十週 (광명성탄오십주) 皆贊文武忠孝備 (개찬문무충효비) 万民稱頌齊同心 (만민칭송제동심) 歡呼聲高震天地 (환호성고진천지) 1992년 2월 16일 김일성
백두산 마루에 정일봉 솟아있고 소백수 푸른 물은 굽이쳐 흐르누나 광명성 탄생하여 어느덧 쉰돐인가 문무충효 겸비하니 모두다 우러르네 만민이 칭송하는 그 마음 한결같아 우렁찬 환호소리 하늘땅을 뒤흔든다 북한 사람들 이 시를 외우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위에서도 시를 외우라는 지시가 떨어져 한때 직장이나 학교, 조직 별로 ‘송시 암송모임’ 이런 것들을 정말 많이 했다. 지금도 김정일 생일을 맞이해서 전국적으로 열리는 각종 ‘충성의 노래모임’마다 이 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시는 늙은 김일성이 말년에 김정일의 눈치를 보면서 아첨을 피운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유교문화권에서 절대 권력자가 아들에게 송시를 바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좀 있다가 김정일도 김정은에게 송시를 써서 바치는 신세가 될지 모르겠다. 이후 정일봉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은 아마 수만 가지가 넘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래인데 북한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대표적인 ‘정일봉’ 관련 노래 2개만 꼽는다면 아래와 같다. 북한식 충성 교육이 어떤 형식의 가사를 통해 이뤄지는지 참고해 보는 의미로 가사를 올린다.
정일봉에 우뢰우니 천하가 드르릉 먹구름은 갈라지고 눈사태 쏟아진다 김정일 장군님 불호령소리에 번개가 내닫는다 골마다 깨여진다 우뢰소리 우뢰소리 정일봉의 우뢰소리 정일봉에 우뢰우니 천하가 드르릉 바람은 울부짖고 돌사태 내린다 김정일 장군님 신묘한 지략에 적진이 무너진다 원쑤들 비명친다 우뢰소리 - 우뢰소리 정일봉의 우뢰소리 정일봉에 우뢰우니 천하가 드르릉 새벽하늘 열리고 태양이 솟는다 김정일 장군님 령도를 따라서 조선은 나아간다 사회주의 나아간다 우뢰소리 우뢰소리 정일봉의 우뢰소리
그 언제나 보고싶어 찾는곳 백두밀영 고향집을 소중히도 품에 안고 서있는 영광넘친 봉우리여 아-... 정일봉 빛나라 그 이름 향도의 별빛 어려있어 너의 모습 장엄하여라 밝은 앞날 그려보신 그 미소 푸른숲에 비껴있고 장수힘을 키우시던 그 자욱 네 산정에 어려있네 아-... 정일봉 빛나라 그 이름 백두령봉의 맑은 정기 네가 모두 지녔구나 공산주의 붉은 노을 타오를 그 아침을 바라보며 모진 바람 몰아쳐도 한 모습 변함없는 봉우리여 아-... 정일봉 빛나라 그 이름 우리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빛나리라 위의 노래는 인민군 공훈합창단이 씩씩하게, 아래 노래는 여가수들이 서정적으로 부른다. 북한 지폐 도안에도 정일봉이 인쇄돼 있다.
2000원짜리는 북한에서 액면가로 두 번째로 큰 돈이다. 제일 큰 액면가 5000원에는 아직도 김일성의 사진과 생가가 그려져 있다. 몇 년 뒤 1000원 짜리엔 김정은의 사진과 생가가 들어갈 것이 뻔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북한이 무너져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정일봉을 활용한 선전은 한 수 더 뜨고 있다. 김정일이 김일성에게서 정권을 넘겨받으면서 온갖 아첨을 다 피웠던 것처럼 김정은이 후계자로 들어서니 아첨의 강도가 더 세지는 것이다. 올해엔 16일 저녁에 정일봉을 배경으로 축포를 쏜다면서 해발 2000m에 가까운 정일봉 인근까지 대포를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런 것이 김정은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아무튼 늘 말하지만 얘는 포를 쏘는데 병적으로 집착한다. 길도 없는 산속으로 생눈길을 헤치며 포를 끌고 올라가는 병사들이 얼마나 죽을 맛이겠냐만은 장교들은 충성심을 들먹이며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고 내몬다. 잘 먹지도 못하면서 가슴까지 치는 눈길을 헤치며 포를 끌어 올리는 북한의 젊은 머슴들에게 10년 전에 머슴 신세에서 벗어난 사람으로서 삼가 애도를 보낸다. 김정일 찬양 행사에 동원돼 오늘 새벽부터 백두산의 겨울 강풍에 볼이 다 얼면서 험한 산을 타고 올라 김정일 가짜 생가 앞에서 몇 시간째 추위에 떨며 행사를 진행하고 다시 내려와야 할 사람들에게 애도를 보낸다. 이런 하늘도 기가 막힐 우상화가 신물이 났는지 백두산 천지가 분출할 기미가 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고 있다. 몇 년 뒤에 분출할지 모르겠지만, 이왕 하려면 빨리 분출했으면 좋겠다. 백두산이 과연 영물스러운 산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백두산도 오물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싶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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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많이 쓰셨는데 아직 고유 북한 말들이 곳곳에 묻어 있는 글을 보니
의외로 받갑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넌지옥갈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