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한국서 살고 싶어 … ” 법정을 감동시킨 ‘탈북 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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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혼인신고 벌금형 유예받은 사연 “모정(母情)에서 비롯된 죄를 크게 비난할 수 없습니다. 벌금 300만원 형(刑)의 선고를 유예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남부지법의 한 법정. 재판장인 이재욱 판사가 선고문을 읽자 피고인 조모(42·여)씨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조씨는 2008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 여성이다. 거짓으로 혼인 신고를 한 혐의(공전자 기록 등 불실기재)로 기소돼 이날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 판결에 따라 조씨는 일정 기간 죄를 짓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었던 것이 된다. 법원이 조씨에게 관용을 베푼 것은 그와 딸이 겪은 서글픈 인생역정 때문이었다. 사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조씨는 함경도에 사는 서른 살의 예비 신부였다. 그러나 보따리 장사를 하러 국경을 넘어 중국에 갔다가 인생 길이 달라지고 말았다. 인신매매단에 붙잡혀 중국인 A씨에게 팔려간 것이었다. 뱃속에 약혼자의 아이를 가진 채였다. A씨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려야 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조씨에겐 호소할 곳이 없었다. A씨의 집에서 딸을 낳아 기르면서 10년이 흘렀다. 그러다 조씨는 2008년 2월, 한국에 입국했다. “먼저 한국에 들어간 뒤 당신과 딸을 초청하겠다”고 A씨를 설득했던 것. 탈북자로 인정돼 한국 국적을 얻은 조씨는 그해 7월 A씨와 혼인 신고를 했다. 어떻게든 딸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2월 조씨는 A씨에게 알리지 않고 중국에 들어갔다. 학교 개학 날, 교문 앞에서 딸을 기다렸다. 조씨는 1년 만에 다시 만난 딸과 함께 중국을 빠져나왔다. 그는 지난 8월 “결혼생활을 할 의사도 없으면서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이제 한국의 초등학생이 된 딸에게 ‘가짜 아빠’의 기록을 지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하지도, 변호인의 도움을 구하지도 않았다. 이재욱 판사는 판결 후 “조씨 모녀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법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경을 딛고 한국에 자리 잡은 탈북 모녀에게 처음부터 전과자의 낙인을 찍기보다 새 출발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딸을 잘 키워 행복하게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법정을 떠났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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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날수 있는데 탈북자들에 대한 법도 별도로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