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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영화 "태풍" - 강철환
동지회 38 7393 2005-12-31 12:38:41
한 탈북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처음으로 북한 현실을 제대로 다룬 영화가 나왔으니 한번 보라는 것이었다. 그의 권유로 같은 탈북자인 아내와 함께 찾은 영화는 ‘태풍’이었다.

아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인 장동건이 탈북자로 나온다”며 좋아했다. 나도 “매력적인 이미연이 탈북 여성으로 나와 기분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세련된 외모의 장동건과 이미연이 어둡고 슬픈 탈북자들의 이미지를 얼마나 잘 소화해 낼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그런 염려는 바로 사라졌다.

우선 그들이 쓰는 함경도 사투리부터 진짜였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북한 사투리는 남한식으로 가공된 것이지만 장동건과 이미연은 정말 함경도 사람처럼 말했다.

나는 어릴 적 북한 요덕수용소에 있을 때부터 “절대 울지 않는다”를 삶의 철칙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태풍’을 보면서 이 철칙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탈북자라면 누구나 겪었을, 가슴을 에는 탈북 장정(長程)이 눈앞 스크린에 펼쳐지면서 나는 속으로 통곡을 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옆에 앉은 아내도 울고 있었다.

주인공 최명신(장동건)과 최명주(이미연) 남매는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제3국의 한국대사관을 찾았지만 한국행을 거부당한다. 그리고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던 중에 다른 가족들은 북한군에게 사살되고 누나 최명주는 인신매매단에 팔려가게 된다.

어린 최명신은 부랑자가 돼 만리타국을 떠돌다가 동남아 국가의 폭력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나중에 조직의 보스가 된다. 20년 만에 만나는 남매의 상봉 장면은 혈육이 뿔뿔이 흩어져 각지를 떠돌다 극적으로 만나는 탈북자들의 실상 그대로다. 피맺힌 탈북자들의 한(恨)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굶주리는 동생을 먹이려고 중국 가정집에 들어가 빵을 훔치다가 붙잡힌 누나는 중국인에게 강간당한다. 그렇게 구해온 ‘피눈물의 빵’을 씹는 동생을 누나가 바라보는 장면은 탈북자들에게는 바로 자신의 모습이고, 가족의 모습이다.

‘태풍’ 속의 탈북 가족은 현실 속에 넘쳐난다. 목숨 걸고 북한 국경을 넘어 한국대사관을 찾았다가 문전박대당하고 쫓겨났던 탈북자들의 심정은 영화 주인공과 다를 수 없다.

구원의 동아줄이라 믿고 찾아간 한국대사관의 문턱에서 중국 공안에게 붙잡혀 북한으로 끌려간 탈북자들의 원한은 하늘에 사무칠 수밖에 없다.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의 냉대와 무관심은 그대로 북한 내부에 전해져 주민들 사이에 반(反)남한 감정이 퍼져갈 정도다. 영화의 주인공은 자기 가족을 내쫓은 한국 외교관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복수를 선택한다.

그동안 북한이나 남북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았고, 흥행 성공을 거둔 작품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탈북자로서 보기에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영화는 ‘태풍’이 사실상 처음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탈북자들 사이에선 ‘태풍’을 ‘우리들의 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한 인권 문제나 탈북자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는 ‘쉰들러 리스트’처럼 북한 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영화도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탈북자들의 아픔과 한을 실감나게 보여준 장동건·이미연씨에게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2005년 12월 강철환 [통한문제연구소 기자,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 자료제공 :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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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2005-12-31 13:34:13
    다들 태풍이 그리 좋다고 하시니 오늘 영화관에 가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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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유 2006-01-01 00:10:02
    저도 실향민 2세 입니다.
    신정 연휴기간에 '태풍'을 꼭 보아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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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2006-01-01 13:52:26
    어제 바로 영화관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밝은 분위기의 내용이 아니여서 쓸쓸하긴 했지만 세계최초로 나라잃고 가족잃은 탈북자들의 아픔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싶구요, 영화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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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의 2006-01-02 11:30:38
    님의 글만 읽어도 눈물이 납니다.
    어서 빨리 김정일이가 망해야 북조선 동포들이 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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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유 2006-01-02 13:29:38
    어제 영화 "태풍"을 보고 왔습니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다시한번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더군요.
    탈북동지회 회원여러분 꿋꿋하게 살아가세요.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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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구 2006-01-02 18:39:50
    애잘크니?
    백일날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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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혜일 2006-01-03 16:33:43
    신작영화 " 태풍 "을 보고 생각되는 것이 있어 몇자 적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원한과 분노로 이그러진 탈북자들의 영상을 처음으로 담았다는 의미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란스러웠던 홍보에 비하면 기대 이하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이 작품의 주제가 명백치 않습니다.
    도대체 창작가들이 과연 무었을 말하려고 하는지가 명백하지 못합니다.
    생활논리적으로 볼 때,
    주인공 씬이 1차적으로 보복을 해야 하는 것은 온 가족을 죽인 북한의 김정일 정권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 씬은 단지 자기들을 중국과의 외교관계 신설로 인한 문제로 받아주지 못한 대한민국을 복수하는데 1차적인 역점을 두었다는 것 자체가 생활논리상 순서 위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주인공 씬이나 그의 누이의 대사형상에서 함경도식 발음구사는 잘 하였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영화에서 도식화된 북한식 언어형상의 오버현상은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실예를 들어 중국에서 씬의 가족들이 북송될 때, 북한군병사들의 대사 등...
    그리고 영화자막에서 "북경근교"라고 나오고 곧 북한군병사들이 총을 들고 탈북자들을 접수하려고 나와 있는 설정이라든지,
    북한군 군관중에 계급표시에서 상장계급장을 단 장교가 자동보총사격을 하는 등 빈틈있어 보이는 형상들이 다분히 있습니다.
    끝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그 어떤 탈북자들의 인권상황 같은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중심의 그 어떤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주제적인 선택이 명백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연출형상에서도 영화적인 속도감과 박력감만을 생각하면서 일종의 헐리우드식 연출수법으로 지향시키다보니 진지하게 형상을 필요로 하는 대목처리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품은 많이 들인 영화라는 것이 알리는데 원체 내용설정 자체를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영화형상적인 외피에 취중하다보니 주제의 불투명성과 형상의 산만성, 액션으로만 일관된 단색화된 양상으로부터 관객에게 생기는 일종의 피로감, 러브신 결여로 인한 여성관객으로부터의 일종의 외면, 등등...
    이러한 것들이 신작 "태풍"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한 주원인이 아닌가.. 하는 제 생각입니다.
    저도 얼마전에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자로서 우리들의 문제를 취급한 영화라는 점에서 너무나 큰 기대를 가졌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왠지 기대만큼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우리 탈북자들의 문제를 점차적으로 비중있게 다루게 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태풍"을 제작하신 모든 스텝 여러분들께 수고의 인사는 드리는 바입니다.
    앞으로 북한관련영화를 찍을 때에는 여기 오신 여러 탈북자들의 증언과 찬조에 비중을 두고 진행하시면 더 진실한 형상들을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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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유 2006-01-05 01:43:21
    호혜일 님의 날카로운 비판에 대체적으로 공감 합니다.
    저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님의 문장력과 문체에 호감을 갖게 되는군요.
    기회가 된다면 뵙고도 싶고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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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의봄 2006-01-05 15:08:12
    보고싶은 영화..예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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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동네 2006-01-14 12:22:12
    글 퍼갑니다 강철환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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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길2006 2006-01-18 21:27:54
    함경도사투리가 어쩜 연변사투리랑 똑 같네요!이전에 댄서의순정이란 영화에서 문근영이 하는 연변사투리는 전혀 같지 않았는데 장동건이랑 이미연이 하는 함경도사투리는 정말 똑 같았어요.. 연기파 배우가 다르긴 달라요!
    첨엔 액션영화로만 여기고 봤는데 탈북동포들 이야기를 담아서 감동이였어요.. 영화보는 내내 울었어요.. 누나랑 동생이 만나는 장면,영화의 결말에 누나가 한말..북한과 한국이 나쁘지만 그곳은 우리의 고향이다.. ㅠㅠ
    너무 슬픕니다..
    동족끼리 잡아먹기 하는건 조선인,한국인이 세계에서 첫째인거 같습니다..
    제발 한반도가 통일되고 울민족 누구나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강대한 한민족국가가 형성됐음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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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의봄 2006-01-19 11:13:51
    연변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함경북도출생이거나
    그 후손들이기때문에 그렇습니다.저도 마찬가지구요.
    태풍 보면서 많이 울엇습니다.
    흥행기록은 시원치 않았지만 북한의 현실을 알고잇는 사람들한테는
    너무나도 깊이 가슴속으로 들어온 영화임을 부인할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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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남자 2006-01-25 18:03:05
    강철환씨가 쓴 글을 보고 영화를 보았는데 어쩐지 씁쓸하네염
    진실감이란 하나도 없고 그냥 헐리우드영화처럼 액션에만 중점을 두고
    한 영화라고 생각 합니다
    영화내용이 넘 어리석다고 생각이 들고.....
    그리고 배우들이 함경도 사투리를 하는거 보면 넘 어색 합니다
    그 말투는 함경도 길주나 그쪽 말투인데...예를들어 (함매..)그 말투하고는
    너무도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영화들에서 북한말투가 많이 나오는데 너무 어색해서
    듣기가 불편합니다
    북한에서도 동무란 말이 있는데 아무때나 동무, 하는거 절대루 아닙니다
    남한에도 동무란말이 있지만 잘 쓰지 않는것만 사실입니다
    사실 동무라는 말은 아주 좋은 말입니다
    북한에서도 친구를 친구라고 부르지만...절대루 아무때나 동무라는 호칭을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이 북한에서는 말의 마지막 토를 언제나 (했습네까)라고
    하는데 북한지역 어딜 찾아 봐도 그렇게 말을 하는데는 단 한곳도 없습니다
    북한에서도 여기사람들이 말하는것을 언제나 (있습네까)라고 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서루가 그 어떤 정치적인 문제로 비방하는 말이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구 생각 합니다
    전 여기와서 느낀것은 우리는 분명히 한 민족이라는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여기도 지방마다 사투리가 있듯이 북한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단 정치체제가 틀려서 살아 온 모습이 좀씩 다르긴 하지만.....
    밥이 주식이구....김치먹고 된장먹고 ...어느거 하나 다른 점이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영화사들에서나 모든 언론매체들에서 남한국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옳은 인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구 생각을 합니다
    최근엔 자주 언론에서 북한말 몇가지 라구 나오는데 북한에도 없는 단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것입니다
    잘못된거는 분명히 바로 잡고 넘어가야 한다구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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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랑아 2006-02-01 10:50:42
    강철환님 안녕 하세요,, 제가 님의 책수용소의노래를 읽고눈물을 흘린 독자의 한 사람 입니다,, 제 가족중에도 님처럼 그곳에 간분들이 잇는데 1996년에 갓어요,,, 본인은 님처럼 먼 죄를 지은지도 모르고,, 애매한가족들이 붙잡혀 들어 갓는데요 혹시 님처럼 나올수는 없을가요>?
    들어 갈대 외지에 잇다가 붙잡혀 들어간 상태라 옷도 못 챙기고 들어간 분도 잇고,,, 암튼 다 강제 이혼 당하고 님하고 너무 똑 같아요,,
    거기는뭐 소금이랑은 어떻게 주는지,,, 밥솥은 다 잇는지 갈때 가지고 간 재산들은 쓸수 잇는지,,,,
    님들은 나올때 출가외인으로 붙잡아 가지않은친지들에게 연락이 업었어요>
    너무 궁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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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2006-03-02 11:51:33
    겨울남자님의 글의 공감이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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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이야 2007-04-02 15:32:35
    강철환씨 안녕하세요 중국에 있을때 님이 쓴 숙용소의 노래 상/하를 다 읽어보았읍니다 읽다 울기까지 했어요 글고 전화 해서 인사하려 했더니 전화 안 받더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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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동포 2009-02-20 23:57:46
    탈북자 여러분들의 껵은 고통을 대한민국 영화감독이 어찌 다 표현할수 있겠습니까 북한 사투리가 좀 틀리면 어떻고 군인들이 계급장 달린것이 좀 틀리면 어떻습니까 그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탈북자들과의 충분한 의견을 듣고 설정을 하여 최대한 탈북자들이 껵었던 고생을 담고싶었을겁니다 이 영화로 하여금 북조선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김정일의 지옥 정치를 알리고 고생하시는 탈북자 분들의 삶을 보여 준것만으로 충분치 않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으로 들어오신 탈북자분들이 8000명 이상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탈북자분중에서 현실정에 맞게 영화를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정도의 영화라도 많이 만들어져서 설음받는 우리 형제들이 사는 북쪽을 알리는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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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휴휴 2010-06-26 08:00:04
    장동건 이미지가 깍아진 영화죠...

    안타깝습니다 장동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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